야구감독이 된다는 것 (앤디 그린)

17번째 코끼리야동클럽에서 함께 본 샌디에고 파드레스 앤디 그린 감독의 강연을 글로 풀어 정리를 했습니다. 정리를 하다 보니 자막작업을 해주신 김현성씨께 정말 경외심이 들더군요. (이 많은 작업을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안내자) 앤디 그린(Andy Green) 감독은 2017년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으로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합니다. 그린 감독은 샌디에이고로 오기 전에 2015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3루 코치로 활약했습니다. 당시 메이저리그 코치로선 첫 시즌이었고, 애리조나 구단 소속으로선 12번째 시즌이었습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애리조나 산하 구단에 있으면서 4년 동안 219승 189패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2년 연속 남부 리그(Southern League) 최우수 감독 상 수상자이고, 13, 14년도엔 모빌 베어스(Mobile Bears)를 플레이오프까지 이끌었습니다. 선수로선 메이저리그에서 총 네 시즌에 걸쳐 애리조나와 뉴욕 메츠에서 140경기를 뛰었습니다. 켄터키대학교 시절엔 두드러진 성적을 냈으며,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들을 보유하고 있고, 전미 우수 학생으로도 선정됐습니다. 명예의 전당 헌액자 키스 매디슨(Keith Madison) 코치 밑에서도 뛰었고요. 앤디 그린 감독에게 뜨거운 박수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실은 지금 좀 긴장됩니다. 여기 앉아 계신 여러분 때문은 아니고요. 여러분은 모르시겠지만, 제 고등학교 때 스피치 선생님이 자리에 계십니다. 압박감이 장난 아니에요. 오랜만에 뵈는 건데, 수천 명 앞에 서서 제대로 발표 못한다? 옛날처럼 성적을 매기실 것 같은 느낌이에요. 오늘따라 그런 느낌이 심하네요. 한 가지 더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유니폼을 입지 오지 않아 죄송합니다. 프로인데도 이렇게 사람들 앞에 서서 유니폼을 입고 있기가 매우 부담스럽습니다.그러는 문화가 아니다 보니..저희 유니폼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시다면 채널을 폭스(FOX)로 돌려서 지니 베이커(Ginny Baker)를 봐주세요. 공도 빠르고, 올 시즌 잘 던졌습니다. 내년에는 더 나은 활약을 기대하고 있고요. 그런데 그 드라마에서 제 역할을 한 배우를 아시나요? 이 드라마 보신 분 계시나요? 「케빈은 열두살」에서 아버지 역을 맡으셨던 분이세요. 저랑은 전혀 안 닮으셨죠.

이틀 전 프런트 직원들과 메이저리그 노장 선수를 만나러 갈 기회가 있었어요. 매우 정평이 난 선수라 이름을 말씀 드리면 바로 아실 겁니다. 통산 성적도 화려하고요. 저희 구단에 맞는 선수인지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저희 식구가 될 만한 사람인지 보는 거죠. 전 이런 상황이 정말 좋아요. 정말 많은 걸 이룬 사람을 앉혀 놓고 심층 질문을 하는 거죠. 어떤 거에 화나는지, 동기 부여가 무엇인지, 아침에는 왜 일어나는지, 비시즌 일과는 어떤지,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 동료들이 잘할 수 있도록 매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메이저리그 노장으로서 자신의 팀 역할이 무엇인지…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서 몇 시간을 괴롭히는 거죠. 정말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면접 시간 내내 반복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걸 세 번 언급했는데, 영향을 많이 준 사람에 대해 물어봤을 때였어요. 이렇게 대답하는 거였어요.

“대학 때 한 코치님이 계셨습니다. 정말 훌륭한 코치셨습니다. 덕분에 야구를 볼 줄 알게 됐고, 공에 회전 넣는 방법도 알려 주셨습니다”

참고로 이 선수는 투수입니다.

“공격적으로 투구하는 방법도 알려 주셨고, 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선수 생활에 있어가장 많은 영향을 주신 분이십니다.”

한번만 말한 게 아니라 세 번이나 언급했어요. 자연스럽게 나온 겁니다. 사실 이걸 말씀 드리기 위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단 1초라도 최고의 자리에서 일한다고 해서 야구 지식이나 통찰력을 꿰차고 있다고 생각한 적 없습니다. 정말 훌륭한 분들 사이에 있어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수많은 훌륭한 메이저리거들에게 영향을 주신 분들입니다. 여러분의 영향을 받은 선수들이 몇 년 뒤에 여러분을 떠올리면 이럴 겁니다.

‘맞아. 그 분이셔’, ‘그 분이 밀어 주셨어’, ‘그 분 덕분에 내가 남들이랑 다른 거야.’

이에 비하면 저는 보잘것 없습니다. 여러분 앞에 이야기할 기회를 받은 게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진짜에요. 립 서비스가 아닙니다. 첫 메이저리그 코치진을 구성할 때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네. 마크 맥과이어(Mark McGwire)도 제가 모시고 왔어요. 여러분 마크 맥과이어가 누군지 다 아시죠? 하지만 통산 583홈런에 엄청난 괴력 말고는 잘 모르실 거에요. 겸손하죠. 믿음직스럽죠. 순수하죠. 치열하게 일하죠. 집중력도 있죠. 자기 주도적이죠. 의욕도 넘치죠. 사람도 잘 챙겨 줍니다. 코치가 갖추어야 할 품성과 그동안 쌓은 경험이 있죠. 제가 중시 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오번대학교(Auburn Univ.)까지 가서 소프트볼 코치를 모셔온 메이저리그 감독은 제가 처음일 겁니다. 왜냐면 저보다 똑똑하고, 제가 못 보는 걸 보고, 제가 모르는 걸 알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귀기울여 듣을 줄 알죠. 배경이 어떤지는 신경도 안 썼어요. 저도 요즘 세대가 가진 특징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사람들이 코치를 따르는 건 직위나 직책 때문이 아닙니다. 메이저리그 감독이라는 이유로 이런 무대에 한번 섰지만 별 내용이 없거나 여러분 인생에 가치 있는 걸 전달하지 못하면 제 얘기를 들을 무대는 다시는 없을 겁니다.

여러분이 육성하고 지도하고 있는 차세대 선수들, 지금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 있잖아요? 그 친구들이 이래요. 여러분이 뭐 하는 사람인지 관심 없어요. 여러분 직위에도 관심 없습니다.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걸 갖고 있냐에 관심을 보입니다. 여러분 도움 없이 올라갈 수 없는 곳에 올라갈 수 있도록 어깨를 내 줄 아량에 관심을 보입니다. 이게 결국 그 친구들이 바라는 겁니다. 메이저리그 감독? 대학 또는 고교야구 감독이다? 그딴 거엔 관심도 없습니다. 그 친구들은 자기 인생을 위해 얼마나 쏟아붓는가, 자기 인생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지혜를 쏟아붓는가, 그리고 도움 없이는 올라갈 수 없는 곳을 올라야 할 때 얼마나 사심 없이 어깨를 내 줄 수 있는가를 봅니다.

잠시 한 발 물러서서 달리 표현해 드리자면 이 자리에 한 분 계시는데, 길게 막 감사의 말씀을 늘어놓고 싶진 않았습니다만 솔직하게 말씀 드리죠. 제 고등학교 스피치 선생님과 결혼하신 분입니다. 코치라는 자리의 의미에 대해 모범을 보여 준 분이십니다. 사회자님 소개처럼 켄터키대 시절 이 분 밑에서 뛰었습니다. 매디슨 감독님, 제게 진정성이 뭔지 보여 주셨습니다. 믿음이 뭔지 보여 주셨습니다. 좋은 아버지, 좋은 남편, 좋은 친구가 어떤 건지, 누군가를 멘토링한다는 게 어떤 건지 보여 주셨습니다. 감독님께서 선택한 길을 그대로 밟겠다는 것보다 더 큰 존경이 있을까 싶습니다. 정말 마음속 깊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잠시 시간을 빌어 명예의 전당 헌액자이신 제 대학 시절 감독님께 박수를 부탁 드립니다. 저를 4년 동안 주목해 주셨잖습니까. 감독님을 4분 동안 주목시켜 드리겠습니다. 제가 2년 연속 SEC 실책왕을 먹었는 데도 절 라인업에서 빼지 않으셨어요. 감독님, 절 믿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다시 화제를 돌려서…

모든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너를 탓할 때
네 자신을 믿을 수 있다면
네 주위의 사람들이 너를 믿지 않더라도
네 자신을 믿으며 그들의 의심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기다림 속에서도 기다림에 지치지 않고
거짓이 다가와도 거짓으로 대하지 않고
미움을 받더라도 미움에 굴하지 않으며
나를 내세우거나 현명한 척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꿈을 간직하되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생각을 지속하되 생각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

승리와 패배가 다가와도
이 두 장난꾼을 똑같이 대할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나쁜 사람들에 의하여
바보들을 속이는 데 사용되는 것을 참을 수 있다면
네가 최선을 다하여 이뤄 낸 것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보고
몸을 굽혀 낡은 연장을 들어 다시 짓기 시작할 수 있다면
네가 그동안 얻은 모든 것을 한데 모아
단 한번의 승부를 걸 수 있다면
그래서 모든 것을 잃더라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리고 잃어버린 것에 대해 아무 말 하지 않을 수 있다면

네 몸과 마음과 신경까지 지쳐 있을 때에도
네 차례에 의무를 다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겨우 ‘버텨’라고 말할 정도로 한 줌의 의지밖에 남아 있지 않을 때에도
꿋꿋이 버티어 나갈 수 있다면
이걸 해낼 수 있다면
네가 진정한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이다, 아들아

군중과 어울려 말하면서도 네 선함을 지킬 수 있다면
왕과 같이 하면서도 서민의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사랑하는 친구나 적들로 말미암아 상처 입지 않을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이 너를 믿더라도 지나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가차 없이 다가오는 1분의 시간을
최선을 다하여 60초의 장거리 달리기로 채울 수 있다면

그러면 온 세상과 세상 모든 것이
다 너의 것이 될 것이다

–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의 「만약에(If)」

어떻게 사람으로 만들죠? 어떻게 사람을 만듭니까? 진짜 어떻게 만들까요? 우리 일이 어떤 일이기에 사람을 만들 수 있는 걸까요? 솔직히 이것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 일하는 겁니다. 이 감독 자리 면접은 세 개 구단에서 봤어요. 결국 샌디에이고로 오게 됐고요. 각 면접마다 들어가서.. 물론 시를 읊진 않았습니다. 메이저리그 감독 면접에서 그런 걸 읊어 대는 건 별로 권해 드리고 싶진 않네요. 정신 줄 놓았나 생각할 수 있거든요. 합격하고 나서 읊으면 됩니다. 가서 시는 안 읊었지만 이 말씀은 드렸어요.

“가슴속 깊이 믿는 게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팀 동료를 만들고, 좋은 팀 동료는 좋은 친구를 만들고, 좋은 친구는 좋은 선수를 만들고, 좋은 선수는 좋은 팀을 만들고, 좋은 팀은 여러분이 원하는 걸 가져다 드립니다. 제가 하는 거라곤 제 도움이 필요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자극하고, 준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저는 제 인생을 그렇게 바라봅니다. 남에게 가치 있는 걸 주기 위해 제 자신도 채우려고 애씁니다. 그러면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제 어깨를 딛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마치 제가 매디슨 감독님의 어깨를 발판 삼았던 것처럼요. 저 없이 오를 수 없는 높이에 오를 수 있는 거죠. 그게 제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감독 자리 면접에서 눈을 똑바로 보고 말씀 드렸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에게 최고의 코치는 매번 승리를 이끌어 주는 게 아니라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어떻게 도와야 성공으로 이어지는 수양과 습관을 기를 수 있을까? 그라운드 안에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도 말이죠. 그걸 어떻게 할까요?

초짜 감독이었을 때 한 감독님이 계셨습니다. 2011년이었어요. 지도자로서 첫 해였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감독이 아니었네요. 루키 리그 타격 코치였습니다. 지도자로서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한 거죠. 그 감독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앤디,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2천 안타 넘게 쳤고, 올스타에다 포스트시즌도 경험 했단 말야. 그런데 야구에서 최고의 순간은 선수가 몇 년 뒤에 찾아와서 감사하다고 말해 줄 때더라. ‘감독님 덕분에 더 나은 남편, 더 나은 아버지, 더 나은 친구, 더 나은 사람이 됐습니다'”

저는 이런 걸 믿어요. 결국엔 영향력입니다. 사람을 발전시키고, 상대를 위해 자기를 내주는 겁니다. 2010년 선수 생활 막바지에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여기 메모를 꾸준히 하시는 분이 얼마나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숙한 분들의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늦게 시작한 것 같아요. 매일 하지도 못하고요. 아직도 더 성숙해야 합니다. 어쨌거나 메모를 하기 시작했어요. 선수 생활 막바지에 쓴 게 뭐냐면 앉아서 이런 걸 적었어요.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어린 시절까지 한번 돌이켜봤습니다. 남들처럼 이상적인 가정 교육을 받진 못했어요. 앞서 읊어 드렸던 시는 외할머니께서 가장 좋아하셨던 겁니다.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거든요. 아버지는 어디 계신지도 몰랐고, 어머니께선 절 무척 사랑해 주셨어요. 상처가 많으셨지만 저를 끔찍이 사랑해 주셨어요. 그런데 길러 주신 건 외할머니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 야구팀이라는 거에 입단했을 때 제 자신보다 더 큰 존재에 속한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어요. 팀에서 뛴다는 그런 소속감은 지금은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 개념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공동의 명분을 위해 연합하고, 바라보는 목표도 명확하고요. 게다가 그걸 함께하잖아요. 그게 야구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좋아하는 이유 두 번째는 (야구를 통해) 정체성을 찾았다는 겁니다. 가정사에 있어서 삶이 불안정하니까 야구에서 느낀 성취감을 통해 정체성을 찾았습니다. 내가 뭔가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게 저를 잘못된 방향이 아니라 고결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도했어요. 스스로 뿌듯했죠. 야구를 꽤 잘했으니까요. 게다가 끈기를 배웠고, 헌신하는 법을 배웠고, 5만 명 앞에서 실패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깨달았어요. 왜냐면 그게 진짜 성공의 증표이기 때문입니다. 넘어졌을 때 몇 번 일어날 수 있는가. 이런 모든 걸 야구를 통해 배웠고, 야구가 저를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선수로서 마지막으로 적었던 메모가 이거였어요.

‘야구는 내 거울이다’

이 거울을 들여다 보며 내 자신이 실제로 어떤지 보는 거죠. 내 성적이 더 좋아도 팀 동료가 승격될 때 ‘나는 누구인가?’ 이기적인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겁니다. 내자신 그리고 내 가치에 대해 먼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야구 안에서는 그 사람과 대면해야 하죠. 즉, 야구는 제 헛점을 드러내는 거울이고 그런 점 때문에 야구를 그 무엇보다도 좋아합니다. 지금도 삶의 원칙이 끊임없이 시험대에 오릅니다. 예를 들어 모두가 의심할 때 그 의심을 허용하면서 어떻게 자기 자신을 믿을 겁니까? 언제나 자기 자신만을 믿고, 타인의 의심을 일체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건 왕자병이죠. 그렇게 되면 타인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즉, 자신을 믿으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냉정해야 합니다. 몸과 마음과 신경까지 지쳐 있을 때에도 여러분 차례에 의무를 다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승리와 패배가 다가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야 합니다. 이 두 장난꾼을 똑같이 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게 최고의 스승은 야구뿐입니다. 야구를 통한 배움을 짚어 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게 사람과 소통하는 최고의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야구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계십니까? 인생을 살면서, 역경을 받아들이면서, 2년 연속 SEC 수비 실책왕을 먹으면서, 무엇을 알아 가고 계십니까?

저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알았습니다. 쪽팔리는 걸 알게 됐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싫다는 걸 알게 됐죠. 하지만 끈기 그리고 한발 한발 나아가는 게 원동력입니다. 그리고 매디슨 감독님 같은 분들이 그동안 저를 지도해 주셔서 지금 여러분 앞에 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신 거죠. 제게 커다란 영향을 주셨지만 유일한 분은 아니셨어요.

토니 라루사(Tony LaRussa)라는 분을 이후에 알게 됐습니다. 2년 전인가 연사셨죠. 이 분도 어깨를 내주시는 분입니다. 이 분의 도움으로 많은 일을 이룰 수 있었죠. 제가 더블A 구단 감독이었을 때 이 분이 애리조나 구단을 맡게 되셨습니다. 저희 Chief Baseball Officer(최고 야구 운영자)셨어요. 이건 사탕을 본 아이가 된 그런 느낌이에요. 상상해보세요. 이 분이 쓴 책을 다 읽었죠. 매 경기를 지도하는 방식을 연구했죠. 불펜을 어떻게 다루는지도 보고, 이 분에 대해 알아낼 수 있는 건 다 알아냈어요. 저 멀리서 봐도 대단하셨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우리 구단 사장님이시라고?

라루사

사장님께서 우리 선수들을 보러 모빌로 오신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진짜 사탕을 본 어린 아이였다니까요. ‘토니 라루사가 우리 구단을 방문한다고?’ ‘우리 팀을 보려고?’ 아직도 기억나요. 감독실로 들어오셨어요. 들어오시는데 우승 반지를 세 개나 끼고 계시더라고요. 제 책상에 앉아 손가락으로 치고 계셨어요. 바로 눈 앞에 계셨던 거죠. 3천 승이 넘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감독이신데, 15~20분 동안 야구 얘기를 나눌 수 있다? 기분 째집니다.

그리고 나서 선수단을 소개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소개가 필요하시다고요? 선수들에게 소개를 부탁 드린다고요?” 사장님께선 “그래, 자네 팀이니까 자네가 소개해 줘” “알겠습니다” 클럽하우스에 들어갔고, 선수들은 앉아 있었어요. “자, 다들 주목하고!” “이 분을 소개해야 알면 진짜 유니폼 입을 자격이 없다. 여러분이 평생을 뛰어도 이 분이 승리를 이끈 메이저리그 경기 수를 따라잡지 못할 거고, 이 분이 가진 월드 시리즈 반지는 여러분이 평생 진출해볼 횟수보다 많을 거다. 그런데 딱 한 가지만 알아 두면 돼. 이 분은 통산 타율이 0.199이고, 난 통산 타율이 0.200이다. 그러니까 여기선 누구 말을 들어야 하는지 다들 알겠지? 사장님, 이제 말씀하시면 됩니다.”

1리 차이였어요. 사장님께선 흔들리지 않으시더라고요.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선수단 앞에 나가 연설도 멋지게 하시고, 제이크 램(Jake Lamb), 데이비드 페랄타(David Peralta)와 이야기도 나누셨고요. 지금은 애리조나까지 가서 잘 뛰고 있는 선수들이죠. 끝나고 감독실로 돌아왔는데, 잠시 들르셨던 외야 코디네이터 분께서 메이저리그 선수 생활 15년, 코치는 20년 넘게 한 분이신데 오시더니 이러시더라고요. “앤디, 미쳤어? 너 이러다 잘린다고!” 그때 잠깐 ‘내가 너무 나갔나?’ 싶더라고요.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는 건가…’ 그리고 사장님께서 다시 들어오시더니 농담조로 한소리 하셨죠. “너 내셔널리그에선 얼마 쳤는데? 내셔널리그에선 나도 2할 넘겼다고..” 이런 식으로 왈가왈부 했죠. 야구판에선 다 이런 식으로 장난치잖아요. 다행히 제 앞길이 거기서 막히지 않았지만 사장님께서 많은 걸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 중엔 제가 시도해본 것도 있었습니다. 그걸 어떻게 개선시켰다고 말씀 드리긴 좀 그렇고 하지만 확실히 제 걸로 만들었습니다. 이따 몇 가지 공유해 드리죠. 강연을 들어 본 분은 아시겠지만 사장님께선 훌륭하십니다. 아마 2년 전인가 여기서 강연하신 것 같은데, 이 말씀을 참 간지나게 하셨어요. “조지 키슬(George Kissell), 스파키 앤더슨(Sparky Anderson), 딕 윌리엄스(Dick Williams) 뒤에 있었어요. 이 분들이 절 만들었고, 전 이 분들에게 배웠습니다.” 늘 자기 멘토들을 언급하십니다. 제가 메이저리그 코치진에 처음 합류했을 때 가졌던 코치진 미팅이 생각납니다. 사장님께서 총괄하실 때였고, 메이저리그 코치에 대한 기대가 무엇인지 쭉 설명하셨죠. 그때 첫 번째로 말씀하신 게 일부는 사장님 거고, 일부는 제 거지만 지혜가 담긴 건 사장님 거고, 좀 차이가 나는 건 제 거라고 아시면 돼요. 아무튼 제 걸로 만드려고 노력했습니다.

잠시 또 물러서서 말씀 드리자면 지도자로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게 조 매든(Joe Maddon)이나 토니 라루사가 되려는 겁니다. 절대 불가능합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 못해요. 제 자신이 되는 것 외엔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전지 훈련 첫날 선수단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는 내 자신이 될 거다. 더 발전된 내가 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할 거다. 여러분도 확실한 자기 자신이 되길 바란다. 여러분도 더 발전된 자신이 되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길 바란다.” 토니 라루사처럼 되려고 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할 수가 없어요.

어쨌거나 이 말씀을 해 주셨어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수들의 생각과 마음을 얻는 거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 선수들의 생각과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이길 수 없어.” 그걸 어떻게 할까요? 선수들 삶에 확실하게 관여하는 겁니다. 선수들을 위한 계획과 비전이 있어요. 선수 육성 방법도 머리속에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거 이전에 선수들이 누군지 알아야 해요. 무엇이 동기 부여가 되는지, 어디서 왔는지, 식구들이 누구인지, 아이들이 있는지,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선수들을 잘 알아야 해요. 무엇에 흥미를 갖는지, 힘들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두려워 하는지도요. 그라운드 밖에서 겪는 어려움도 알 거고요. 사람이 겪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요. 이 사람들을 알게 되면 그들의 생각을 얻는 거고, 마음을 얻는 겁니다.

두 번째로 갖춰야 할 건 개성입니다. 개성 없이 한번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아 보십시오. 그 정도 수준에선 다들 눈치가 백단입니다. 확실히 자기 자신이 됐는지, 웃고 미소 지을 수 없거나 여러분 스스로에 대해 웃을 줄 모르거나 농담도 못하고, 재미를 선사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개성이 있어야 돼요. 어느 단계에서 지도자를 하든 사람들이 원하는 건 통찰력이 아니에요. 순수하고 진정성 있는 사람과 소통하는 겁니다. 규율도 만들고, 온갖 지시를 내릴 수 있겠지만 순수성과 진정성이 없으면 사람과 소통할 수 없습니다. 개성이라는 건 이런 겁니다.

그래서 역경을 코칭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야구는 실패를 기반으로 합니다. 실패를 어떻게 다루는가? 압박감을 어떻게 대하는가? 압박감과 어떻게 친해지는가? 사장님과 항상 논하던 주제였죠. 어떻게 하면 압박을 느껴도 ‘이 느낌 알아’라고 할 수 있을까요? ‘큰일을 이루기 전에 항상 받는 느낌이야’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 왔어’ ‘이 순간을 지배할 수 있어’ ‘난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났어’

여러분은 역경을 코치할 수 있는 능력과 사람을 이끄는 능력을 갖추셨습니다. 어떤 일이든 자신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은 진정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어떤 장애물이든 그걸 발판 삼아 높이 올라갈 수 있다면 그때 자신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역경을 환영하고, 즐기고, 포용하기 전까진 그걸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역경을 더 나아지기 위한 기회로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옆 사람 혹은 경쟁 팀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정말 즐겨야 합니다. 그렇게 봐야 합니다. 그리고 인생을 그렇게 바라보면 여러분에 대한 음모를 여러분의 이득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선수들이 사람으로 성장하는 거고, 경기에 출전할 준비가 되는 거죠. 그래서 코칭에서 겪는 역경은 반드시 겪게 됩니다.

그러니까 직업 윤리를 바로 세우셔야 할 겁니다. 끈기를 갖고 일하셔야 합니다. 메이저리그 코치진은 거저먹는 자리가 아닙니다.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어야 해요. 전문성을 보여야 합니다. 여러분 분야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지도하도록 임명 받은 분야만큼은 나머지 29개 팀보다 앞서도록 해야 합니다. 경쟁하는 데 무기를 갖고 오셔야죠.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도 좋아요. 하지만 야구라는 경기부터 이해하셔야죠. 팀이 더 나아질 방법을 찾고, 끈기를 갖고 일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의 전문성을 갖고 말이죠.

협력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전 텃새 부리는 걸 정말 싫어해요. 정말 증오해요. 이런 말 들을 때 아주 진저리가 납니다. “내 일 건드리지 마. 다 내 일이야. 여기선 어떻게 돌아가는지 설명해 주지.” 제 메이저리그 코치진은 총 12명입니다. 두어 명은 인턴이고, 불펜 포수도 두어 명 있어요. 나머지는 실제 코치들입니다. 이렇게 12명이 있습니다. 저희가 잘하려면 반드시 협력해야 합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더라도 나머지 12명이 더 좋은 의견을 냅니다. 그래서 다른 의견들도 수용해야 돼요. 높은 자리에 앉았다고 모든 해답을 갖고 있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상위권 구단에는 건강한 긴장감이 돈다고 봅니다. 자신이 믿는 걸 발언할 수 있는 환경인 거죠. 열정을 갖고 자신이 믿는 걸 얘기하고, 저도 열정을 갖고 제가 믿는 걸 얘기하고요. 그렇게 서로 토론하는 거죠. 그래서 선수나 구단에 최선인 해답을 구하는 겁니다. 이걸 갖고 함께 나가 실행에 옮기고요.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때로는 타인의 결정을 올바른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훌륭한 코치를 원하시죠?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을 찾으세요. 왜냐면 메이저리그 구단을 이끌지만 제가 모든 결정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구단주나 단장의 결정을 전달 받죠. 제 의견을 내고, 제가 믿는 걸 나눌 순 있어도 구단에서 일단 결정을 내리면 거기에 제가 동의하든 말든 그 결정이 맞았다는 것으로 만드는 게 제 일이자 특권입니다. 훌륭한 조직 문화죠. 서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 받고, 서로 협력하고, 상대방을 통해 아이디어를 실행하고, 마음 약해지거나 뒤로 물러나지 않는 거죠. 하지만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알겠습니다!” 하고, 다 같이 하나로 되어 협력하는 거죠. 저희는 그렇게 일합니다.

또한 결과에 관계없이 반성합니다. 월드 시리즈를 우승해도요. 저희는 그러지 못했지만요. 68승밖에 못 올렸기 때문에 당연히 반성해야겠죠. 결과에 관계없이 시즌이 끝나면 과정을 돌이켜보고, 경기력을 돌이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의 리더십에 대한 의견을 끌어내고 구걸해야 돼요. 의견을 끌어내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일부 정신 나간 사람들을 제외하곤 상사한테 가려고 하진 않잖아요. 상사한테 가서 이러진 않죠. “소통하는 방식이 영 아니셨어요. 이번 건 완전 폭망입니다.” 이 정도로 솔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거에요. 하지만 리더십에 대한 의견을 끌어내는 장치를 만들고, 여러분도 상대의 리더십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며 서로 평가하고, 과정을 돌이켜본다면 제대로 하고 있는 겁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과정과 인력만큼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을 겁니다. 이듬해에는 더 좋아질 거고, 새로운 걸 두려움 없이 시도할 거에요. 저희는 진보할 겁니다. 이게 라루사 사장님께서 제게 베푸셨던 겁니다. 저한테 마지막으로 알려 주셨던 건 “가능성을 만들라”는 것이었어요. 남이 뭐라 하든 뭔 상관입니까? TV 방송에서 우리 팀을 깐다? 어쩌라고요? 클럽하우스엔 가능성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그걸 주도할 수 있다면 어떠한 장애물도 넘을 수 있습니다.

경기의 중요한 부분에 주목하고, 그걸 누구보다도 잘하고, 열정을 갖고 꼼꼼하게 임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위치에 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순위 싸움 속에서 어떻게 되든 가능성의 최대치를 찍을 겁니다. 결국 선수들에게 부탁하는 건 그거잖아요. 자신의 최고 버전이 되는 것.

또 한 가지 놀랐던 점은 사장님뿐만이 아니었다는 거에요. 늘 옆에 있는 코치 두 분이 계세요. 애리조나 시절까지도 함께하셨고요. 데이브 던컨(Dave Duncan)과 데이브 맥케이(Dave McKay)입니다. 사장님이 왜 천재신지 알고 싶으시면 이 두 분을 지켜보세요. 똑똑한 사람은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을 주변에 둡니다. 정말 훌륭한 분들이십니다. 데이브 맥케이 코치님은 같은 (서부) 지구 라이벌이라 참 마음 아프지만 제가 접했던 코치 중 최고세요. 저보다 30년을 더 사셔서 코치 생활을 함께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코치님께서 모범을 보이신 것 중에 여러분께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죠.

데이브 맥케이

코치님이 현장에서 뛰는 모습을 처음 접한 건 전지 훈련에서였는데…당시 저는 젊은 코치였고요. 저는 닉 아메드(Nick Ahmed)의 땅볼 수비를 돕고 있었어요. 이 선수는 이후에 애리조나의 유격수가 됩니다. 코치님은 폴 골드슈미트(Paul Goldschmidt)와 A.J. 폴락(A.J. Pollack)을 봐 주고 계셨고요. 실은 전지 훈련이 시작되기 며칠 전이었습니다. 코치님은 올스타들을 봐 주시고, 저는 마이너리거들을 돌봤죠. 그때 닉이 저한테 와서 이랬어요. “끝나고 도루 스타트하는 것 좀 봐 주시겠습니까?” 그래서 이렇게 답했어요. “닉, 정말 도와 주고 싶은데, 주루는 맥케이 코치님 담당이니까 맥케이 코치님께 가 보는 건 어때? 일단 지금 하는 거 다 끝나실 때까지 기다리자.” 닉은 알았다고 했죠. 그래서 올스타 선수들을 다 봐 주실 때까지 한 15분을 기다렸어요.

그리고 나서 닉이 맥케이 코치님께 갔습니다. 알아 두셔야 할 게 날도 덥고, 일과가 끝나가는 시점이고, 전지 훈련이 공식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이었습니다. 정말로 인간의 의지를 시험하는 자리였어요. “맥케이 코치님, 도루 스타트하는 것 좀 도와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맥케이 코치님이 이러시더라고요. “정말?”, “네”, “잠깐만” 미소를 지으시더니 장비실로 뛰어가셨습니다. 이 분 60대 중반 어르신이십니다. 메이저리그에서만 30년을 활동하신 분이고, 이미 하루 일과를 마친 상태셨고요. 장비 몇 개 꺼내러 냅다 달리시는 거에요. 닉의 주루 훈련을 도와 주려고.

그래서 닉에게 물었죠. “방금 뭐 깨달은 거 없어?” “무슨 말씀이십니까?” “방금 보고 느끼는 거 없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소 지으신 거 못 봤어?” “코치님의 열정 못 봤어?” “지치셨을 텐데 너를 더 좋은 선수로 키워 주시겠다고 저렇게 뛰어 가시는 그런 열정 말이야” 이거 하나로 코치님이 어떤 분인지 감 잡았어요. 이렇게 30년이나 하셨습니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하시는 게 아니라 열정 때문에 하신 겁니다.

그렇게 닉을 돕고 있는데, 코치님의 꼼꼼함마저 봤습니다. 세심하시고, 코치님에겐 작은 거하나하나가 중요했습니다. 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어요! 세세한 주루 과정을 하나하나 다루시는 거에요. 이렇게 맥케이 코치님을 1년 동안 지켜봤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코치하는 모습을요.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서 지켜보며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도용해서…제가 정말 도둑놈입니다.

코치님으로부터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정말 감명 받았던 일화가 하나 있는데, 엔데르 인시아르테(Ender Inciarte)와의 관계입니다. 얼마 전 애틀랜타와 3천만 달러 계약을 맺었죠 (*약 330억 원) 당시 엔데르는 메이저리그에 막 입성했던 젊은 외야수였어요. 코치님께서 엔데르에게해 주신 건 잊지 못합니다. 엔데르의 자존심보다 그의 포부를 건드리셨습니다. 엔데르를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죠. “꼭 네 잠재력을 깨닫게 해 줄게. 너는 골드 글러브 외야수가 될 거고, 최고의 주자가 될 거다. 이걸 이루기 전까진 내가 마음을 놓지 않겠다.”

그리고는 1년 내내 붙어 계셨어요. 내야수에게 송구가 제대로 가지 못하면 반드시 해당 플레이에 대해 집고 넘어갔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선 이런 일이 흔치 않습니다. 메이저리그 코치들은 대개 이렇게 반응하죠. “본인도 알겠지. 짬밥이 있는데…” 하지만 맥케이 코치님은 이렇게 말씀하세요. “그러면 골든 글러브 탈 수 없어. 송구는 전부 중계해 줄 야수한테 가야 해. 중계해 줄 야수를 놓치면 안 된다. 될 때까지 내가 지켜보겠다.” 그 친구가 훌륭한 선수가 되기까지 정말 대단한 파트너십이었어요.

1루로 전력 질주하지 않으면 다음 날 엔데르의 손엔 초시계가 쥐어지고 메이저리그 30년차 코치와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여기 와서 앉아 봐. 이걸 보자고. 전력 질주 했어?” “그럼요” “초시계로 재 봐” “전력 질주 했어?” “그게 있잖습니까. (변명) (변명) (변명)”

밀워키에서 있었던 일인데, 엔데르는 실제로 굉장히 영리한 선수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룬 걸 보면 굉장히 자랑스러워요. 하지만 그 당시엔 최고의 순간은 아니었던 거죠. 맥케이 코치님은 엔데르에게 보라는 듯이 컴퓨터를 꺼버리고 자리를 뜨시는 거였어요. 30분이 되기 전에. 아이들이 아빠가 화났을 때 눈치채는 것처럼 엔데르가 코치님 뒤를 쫓아가서 이러더라고요. “코치님, 죄송합니다. 아까 실수 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전력 질주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1년 내내 옆에 붙어 계셨어요. 한번도 해이해지지 않으셨고 영상 분석실에 1년 내내 가셨어요.

다시 말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선 흔치 않은 일이에요. 그걸 볼 수 있었다는 건 영광입니다. 게다가 코치님께선 주루에 관해선 경쟁에서 앞서는 방법을 아셨죠. 제가 평생 접해 보지 못한 방법들이었어요. 도용한 부분은 업계 비밀이지만, 내용만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정말 훌륭한 체계를 갖추셨어요. 첨단 기술로 지도하셨고요. 60대 어르신인데, 첨단 기술을 이용하십니다. 그저 놀랍죠.

한번은 코치님 밑에서 10년 전에 뛰었던 분을 만나게 돼서 물어 봤어요. “그 분 주루 관련해선 도사시죠?” 주력을 키워 주려고 쏟으시는 노력이 참 대단하지 않아요?” 그 분은 이렇게 대답하시더라고요. “그땐 그런 거 안 했는데요. 본 적이 없습니다.” 코치님은 자기 계발을 지금도 하고 계셨던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1루 코치이신데, 30년이나 하셨고 말년임에도 불구하고 더 나아지려고 하세요. 이런 분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누구보다도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아직도 저한테 이것저것 물어보세요. “왜 저한테 물으시는 거에요?” “최고의 전문가시잖습니까?” “앤디, 이건 어떻게 생각해?” “얘는 어떻게 했어야 돼?” “턴을 돌 때 어떻게 해야지?” “좀 다르게 턴 하는 방법이 없을까?” 지금도 질문하시고, 지금도 배우십니다.

30년 후에 제가 코치님처럼 되면 직책은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든 상관 없습니다. 아무 상관 없어요.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을 테니까요. 그게 제가 원하는 겁니다.

샌디에이고 감독직을 맡게 됐을 때 특히 클럽하우스를 이전과 달리 운영됐던 부분을 살펴봤습니다. 복도엔 현역 선수들의 사진이 걸려 있는데 사진마다 문구가 밑에 적혀 있었어요. 경기 사진들이었고, 문구는 사진 설명이었어요. (원정 갔다) 홈 경기 뛰러 복귀하면 새 사진과 문구로 교체됐습니다.

그런데 감독실의 경우 이런 게 선수들과의 소통에 큰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실은 이렇게 부탁했어요. “제 사진은 걸지 마세요. 벽은 현역 선수들의 사진으로 장식해 주시고요.” 제 방에 들어오면 선수가 먼저라는 걸 각인시키고 싶었어요. 제가 우선이 아니라는 겁니다. 감독실 벽을 보고 그걸 알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부탁했어요. “제 뒤에는 제 딸들 사진을 걸어 주세요.” 레이니, 애나 그리고 에밀리입니다. 9살, 7살 그리고 7살이고요. 사진 밑에는 이런 문구를 달았죠. ‘누구에게나 큰 인물이 될 필요는 없다. 내 가정 안에서 큰 인물이 되면 된다.’ 제 삶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제 자신을 붙들어 매고 싶었어요. 자기 자신을 붙들어 맬 닻을 놓쳐서 폭풍 속에서 중심을 잃으면 정말 큰일납니다. 여러분이 리더인데, 항로를 이탈했다? 그럼 전부 항로를 이탈해버립니다.

그리고 감독실 측면에는 눈에 확 띄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테드 루스벨트(임기 1901-1909) 전 대통령의 「경기장의 투사」입니다. 들어 보신 분 계시나요?

비평하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강한 선수가 실수했다고 지적하거나, 어떤 선수가 이러저러하게 하면 더 낫겠다고 훈수나 두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사람은 경기장에 서 있는 투사입니다. 그는 얼굴이 흙먼지와 땀과 피를 잔뜩 묻혀가며 용감하게 싸웁니다. 실책을 범하기도 하고 거듭 한계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모름지기 노력을 하면 실수를 하고 한계를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경기장의 투사는 자신의 노력으로 경기를 치릅니다. 그는 위대한 열정이 무엇이고, 위대한 헌신이 무엇인지 압니다. 그는 가치 있는 목표를 위해 온몸을 던집니다. 잘될 경우 그는 큰 성취감을 맛봅니다. 최악의 경우라 해도 그는 용기 있는 실패를 하는 겁니다. 승패도 모르는 냉정하고 소심한 영혼들과는 결코 같은 위치가 아닙니다.

안진이(도서 전문 번역가) 옮김

저희에겐 엄청난 특권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레벨에 계시던 상관없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위치에 오르시던 상관없습니다. 여러분의 영향은 변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이 시키는 대로 따르는 그런 위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리더십은 모든 단계에서 똑같습니다. 그 리더십의 기초는 바로 봉사입니다. 올라가기 힘든 곳에 오를 수 있도록 엎드려 등을 빌려 주는 사람에 의지합니다.

벽에 그 문구를 걸어 놓은 이유는 남이 뭐라 하든 신경쓰지 않겠다는 걸 알려 주고 싶어서에요. 비판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으로서 승패에 상관없이 모든 걸 쏟아 부었다는사실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내면이 본인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잣대이고, 여러분의 경력 위에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기저기 전달될 수 있도록 여러분께 부탁 드립니다. 사실 좀 이기적인 의도도 있어요. 딸이 셋 있다고 했잖아요. 남편감 좀 만들어 주세요! 제발요! 왜 이렇게 없어요? 고생할 줄 알고, 이끌 줄 알고, 앞에 나가서 이런 말을 하는.. “제가 하겠습니다. 어딜 가든 봉사할 거니까요.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성공하는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 서니 참 겸손해집니다. 각 레벨에서 선수들을 위해주시는 것에 대해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며칠 동안 여러분처럼 배우려고 앞 줄에 앉을 겁니다.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올 시즌 모두 잘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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