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인을 똑같이 쓸수가 없네” (란츠 휠러 코치, 느낌중심 피칭훈련 1)

코끼리 야동클럽에서 함께 보며 이야기나눈 란츠 휠러 코치의 ‘느낌중심 피칭훈련’ 강연의 앞 부분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동작에 관한 구체적인 묘사는 번역과정에서 오는 미묘한 차이로 인해 오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그러이 이해 부탁드립니다.


강사 : 란츠 휠러Lantz Wheeler

베이스볼 씽크탱크Baseball Think Tank 대표 / 대학야구 코치 8년 / 메이저리그 지명자 19명 배출 / 메이저리그 현역선수 5명 / 현재 20명의 프로선수가 훈련중 / NCAA 투수코치 컨설팅


시작을 하며 랜스 맥컬러스 선수의 17세 때의 투구동작과 브라이스 하퍼 선수의 고등학교 때 타격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들이 160km의 공을 던지고 150미터의 타구를 날리는 비결이 무얼까 묻습니다. 또한 지난 시즌 시카고 컵스에는 시즌 중에 팔의 움직임을 바꾸고 구속을 증가시킨 케이스가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화두를 던집니다. 그러면서 강연에서 다룰 내용을 정리합니다.

◇ 인버티드W는 팔동작과 관련한 주요 문제가 아니다.
◇ 1만시간의 법칙은 미신이다.
◇ 스트라이드를 길게 가져가는 것이 반드시 구속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니다. 엉덩이와 어깨의 분리seperation도 마찬가지다.
◇ 팔의 강화strength가 아닌 스윙스피드speed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 스피드는 즉각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렝쓰strength는 아니다.
◇ 투수가 빠른 구속과 커맨드command를 가져가지 못하는 이유
◇ 메카닉과 관련해 저지르는 2가지 실수 : 원인cause이 아닌 증상symptom을 쫓는다. 목표goal가 아닌 결과물product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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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올림픽에서 야구가 개인종목으로 지정될 지도 모른다는 농담을 하는데, 나름 의미심장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영향을 받은 말들을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 폴 나이먼

폴 나이먼은 독설가로 유명한 미국의 피칭이론가입니다. 앞서 언급한 인버티드W 이론을 소개한 분이기도 하죠. 조용빈 변호사님의 책 <바이오 메카닉 피칭이야기>에 폴 나이먼의 피칭이론이 자세히 소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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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칭이론에 대한 탐구심으로 늘 배움이 굶주렸던 시절을 회상합니다. 딸에게 야구이론을 읽어주며 잠을 재웠을 정도로 탐닉했었다고 하는군요. 필기한 노트만 수십권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늘 떠나지 않는 두 가지 의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왜 173cm 정도 밖에 안되는 투수가 2미터나 되는 투수보다 빠르게 던질까?”

“스트라이드를 길게 가져가는데도 왜 구속은 향상되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자신이 ‘잘못된 것wrong thing’들을 올바르게right 가르쳤다는 자기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선수들에게 했던 아래와 같은 많은 주문들이 실은 언어적 바이러스, 병든 메카닉이었음을 고백합니다.

“뻗어. 바로 서. 중심을 뒤로, 공을 최대한 콘트롤해. 스트라이드를 길게”

하지만 이런저런 지시와 교습에도 선수들은 더욱 나빠졌다고 합니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이 문제였다고 말합니다. 최고의 트레이너 중 한명인 데이비드 레이의 말을 인용합니다.

“몸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분명하지 않을 때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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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신의 선수육성 프로세스를 변화시킨 몇몇 문장을 소개합니다.

“투수는 자신에게 요구되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지 못하면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 토니 로비소Tony Robichaux

토니 로비소의 사무실에서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가져왔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느낌’이야말로 몸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 언어라고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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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의도에 따라 스스로를 조직한다.” – 폴 나이먼

사실 이 개념을 처음 창안한 사람은 (구)소련의 올림픽 대표선수들을 지도했던 신경생리학자인 니콜라이 번스타인입니다. 인간의 몸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학습능력에 바탕을 둔 코칭방식이죠. 언어로 이루어지는 교습이 적을수록 몸은 목적에 맞게 잘 움직인다고 여깁니다.  번스타인의 이론을 미국 야구에 소개한 사람이 바로 폴 나이먼입니다. 그의 영향을 받은 많은 코치들이 이 이론을 코칭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동작이나 기술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훈련의 구조만 세팅해주고, 세부적인 동작 변화는 선수의 자발적인 탐구와 노력에 맡기는 방식입니다. 지난번에 다룬 시카고 컵스 존 메일리 코치의 지도방식도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시카고컵스는 좋은 타구각도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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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투수를 비교하며 의도와 투구동작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바톨로 콜론 선수의 팔스윙은 굉장히 짧습니다. 그는 어릴 때 돌을 던져 코코넛을 떨어뜨리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맞게 팔스윙이 만들어진 것이죠.

반면 구스 라시지 선수는 명예의 전당 수락연설에서 자신의 역동적 팔스윙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밝힙니다. 어릴 때 마당에서 형과 캐치볼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나름 쎄게 던졌는데도 형은 항상 “왜 이렇게 계집애처럼 던져?” 하면서 핀잔을 주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더욱 쎄게 던지려 하다보니 온몸을 사용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팔을 역동적으로 흔드는 투구폼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의도’가 투구폼을 만든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5살 아들에게 한 실험도 소개합니다. 타격과 투구를 할 때 딱 두 가지 주문만 한다고 합니다. (1) 최대한 쎄게 던져라 (2) 최대한 쎄게 휘둘러라. 공을 맞추든 맞추지 못하든 신경쓰지 마라. 뇌를 훈련시키기 위한 과정이라고 소개합니다. ‘의도’가 메카닉을 다져지게 하는 프로세스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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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 폴 나이먼

폴 나이먼의 또 다른 문장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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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코치를 시작했을 때는 피칭메카닉에 중독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든 걸 메카닉으로 대입하고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는군요. 선수의 영상자료만 계속 반복해서 본 기억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부치 톰슨 코치가 한 말을 듣고 고민에 빠집니다.

“나는 43세인데 내 사인을 똑같이 쓸수가 없네.” – 부치 톰슨

그저 앉아서 몸의 한 부분인 손을 이용해 하는 일인데도 똑같은 사인을 할 수 없다? 그렇게 수많은 사인을 했지만 똑같은 사인이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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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선수를 다른 투수들과 비교하며 가르치려고 했던 오류를 반성합니다. 엘비스처럼 생겼다고 엘비스처럼 노래를 부르는 것은 아닌데 15살짜리 선수를 채프먼처럼 못던진다고 나무랬다고 미안해 합니다. 이렇게 프로선수의 메카닉에 대입해 선수를 지도하려는 것은 실패로 이끄는 레시피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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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코치 시절 만난 데릭 존슨 코치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자신의 선수가 투구하는 영상을 보내 주니 슬로우모션 말고 실제 투구하는 영상을 보여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실제 던질 때의 리듬, 타이밍, 모멘텀을 알고 싶다는 얘기에 또 하나를 배웠다고 합니다. 당시는 슬로우모션으로 보는데 집착하며 각 구분동작마다의 메카닉이 바른지를 따져보곤 했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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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어집니다)

느낌중심 피칭훈련 Pitching with Feel (2)

https://coachround.com/%EB%8A%90%EB%82%8C%EC%A4%91%EC%8B%AC-%ED%94%BC%EC%B9%AD%ED%9B%88%EB%A0%A8-pitching-with-feel-3/

PS. 아래 링크해 드리는 글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되실 듯 합니다.

이너게임 피칭훈련 프로세스

인간의 몸이 가진 본능적인 학습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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