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 매일 하는 것의 힘

“루틴, 매일 하는 것의 힘”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34)

“스스로 깨달은 진실과 통찰을 오랫동안 지키고 매일 수련하다 보면 세상과의 괴리 때문에 고독해지게 마련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매일하는 것, 그것이 곧 고독이다. 고독에 지면 세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꿈은 사라지고, 평범한 곳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고독을 견디는 자만이 위대해진다.”
– 구본형 <깊은 인생>

현대 야구에서 강조되고 있는 개념 중 하나는 바로 ‘루틴’이다. 오승환 선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자신만의 리듬으로 심호흡을 하며 모자를 만지는 것도 루틴이고, 박병호 선수가 타격자세를 잡기 전에 배트를 잠시 바라본 후 홈플레이트 부근을 톡톡 치는 것도 루틴이다. 이러한 루틴들은 마음 속에 일어나는 불필요한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몸과 마음을 눈 앞에 놓인 상황에 집중시키기 위한 일종의 ‘기교’에 가깝다.

반면 야구선수로서 경기장 밖에서 매일 진행하는 루틴도 있다. 어떤 선수는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요가를 하고, 어떤 선수는 하루도 빠짐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이런 루틴은 기교라기보다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노히트게임을 달성한 시카고 컵스의 아리에타 선수는 매일 필라테스 기구 위에 올라 유연성 강화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몸을 빠르게 회복하고 경기를 준비하기 위한 2시간 정도의 훈련루틴을 수년간에 걸쳐 만들었다고 한다. 아리에타 선수에게 매일의 루틴은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몸이 내는 소리를 듣고, 생각과 감정들을 관찰하며 다음 경기를 위한 정신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몸이 5일에 걸친 루틴을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저 정해진 루틴을 충실히 따라가다 보면 경기를 위한 최적의 준비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LA 다져스의 클레이튼 커쇼 선수 역시 자신만의 루틴을 매일 실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커쇼 선수의 루틴은 routine이라는 영어단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특별한 것이 없다. 그저 조금 달리고, 트레이너와 상의한 웨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전부다. 포수인 A.J. 엘리스 선수는 매일 일정한 루틴에 따라 몸을 관리하는 커쇼 선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커쇼처럼 일관성있는 선수를 본 적이 없습니다. 완전히 어떤 배역에 빠져든 배우같다고나 할까요. 세월이 흘러도 좀처럼 변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결코 그만의 루틴에서 벗어나는 적이 없어요.”

매일 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일은 지겨울 수 밖에 없다. 커쇼 선수 역시 자신만의 훈련루틴을 지켜나갈 때 종종 느껴지는 따분한 감정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마운드에서 그가 보여주는 위대한 피칭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매일 하는’ 힘에서 나오는 것이다.

“시즌 내내 같은 훈련을 반복합니다. 때로는 지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루틴에 대해 말하는 커쇼 선수의 인터뷰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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