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파김치가 되어야만 훈련일까. – SPOSA 김병곤 대표팀 인터뷰 04 –

Q 요즘은 어떤 아이들이 주로 센터를 찾아오나요?

A 주로 2가지 부류의 아이들이 찾아옵니다. 프로를 가려고 준비하는 친구들과, 부상을 당해서 회복하려고 찾아오는 친구들, 이렇게 두 부류인데요. 가끔은 제가 늪에서 일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오는 선수들 보면 마치 집이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인데요. 한쪽 기둥만 고치면 될 것 같다가도 사실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문제가 퍼져 있는 상태입니다. 몸을 전체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많아요.

Q 아이들의 재활을 도와주시면서 안타깝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A 제일 자주 접한 사례는 많이 던지는 것입니다. ‘던지면 던질수록 더 좋아진다’는 믿음이죠. 이것과 연결되는 것이 ‘감각은 하루라도 쉬면 무뎌지기 때문에 매일 해야 한다’는 것이구요.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투수의 하루 투구수가 너무 많게 됩니다. 최소 200개 전후를 매일 던지니까요. 그래서 아는 감독, 코치님들에게는 투구수를 좀 줄여달라고 많이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쉬지 않고 매일 수백 개의 공을 연속해서 던지는 상황. 해야 하는 연습시간은 많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죠, 현재 상황에서 채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운동을 가지고 반복하는 것입니다. 투수는 던지는 것, 뛰는 것, 보강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웨이트, 이렇게 3가지로 시간을 나눠서 반복하는 것이죠.

Q 요즘 중고등학교 팀들을 보면 그래도 나름 프로에서 선수생활을 한 지도자분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그런데 이 분들도 트레이닝과 코칭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계신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A 그 부분에 있어서도 저는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이 보면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가볍게 접근하는 경우가 무척 많은데요. 그나마 건강한 선수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부상을 당했거나 리스크가 있는 친구들은 운동자세가 조금만 달라져도 금새 부상으로 직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측면의 전문적인 영역은 공부를 전문적으로 한 사람이 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아이들을 지도하는 분들이 몸의 구조를 제대로 알고, 또 그에 따라 훈련을 만들어 주신다면 참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트레이닝에 관한 기본적인 이론들을 오랜 시간을 들여서 공부하기도 쉽지는 않은데요.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 그래서 저는 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관계를 맺고 있는 현직 코치님들이 있습니다. 팀과 감독의 생각에 맞춰야 하는 현실 때문에 양질의 운동 방식을 만들어내기가 참 버겁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일례로 몸에 필요한 스트레칭을 하고 있으면 운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죠. 땀을 쏟아내고, 헉헉거리고, 몸이 파김치가 돼서 쓰러지고 하면 운동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을 균형있게 만드는 스트레칭은 운동이 아니라고 보신다는 거에요. 그런 이야기들을 자꾸 듣게 되면 코치들은 방법이 없어집니다. 하드 트레이닝에 대한 추억 때문에 정적이고 움직이지 않는 훈련에 대한 가치를 낮게 보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공식적인 강연자리에서 말씀드리는 내용인데요, 야구라는 스포츠는 축구와 분명히 다른데 동일하게 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태생적으로 다르거든요. 축구는 다소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운 운동이고, 야구는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 운동이에요. 하지만 야구를 축구처럼 훈련합니다. 축구는 제 아무리 유명한 선수라도 그 선수보다 2배 빠르게 뛴다든지 체력이 2배 이상 좋은 선수를 만난다면 꼼짝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야구는 그럴 수 없거든요. 기술이 없는 사람이 체력적으로 우수하다고 좋은 투수의 공을 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거든요. 체력이 기술을 커버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반대로 기술을 가진 아이에게 체력을 붙힌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겠죠. 하지만 기술 없는 체력은 야구에서 아무 쓸모가 없어요.

Q 최근에는 몸에도 심리적인 부분이 작용을 해서, 스트레스나 긴장감 등이 근육이나 다른 신체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것 같은데요?

A 어떤 논문에서 보면 선수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근육에서 피로 물질이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것은 심리적인 면과 신체의 작용이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이지요. 화학물질로도 검출되구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선수가 부상을 당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정신과 육체는 하나로 얽혀있는 실타레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에게 정서적인 문제가 있다고 해서 살펴보았는데 제가 볼 때는 몸이 더 큰 문제였어요. 그래서 몸의 문제부터 해결하고 정서적인 부분을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달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 선수는 몸도 좋아지면서 더불어 정서적인 문제도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몸이 회복되어 제대로 된 기량이 나오게 되니까요. 이런 경우가 은근히 많습니다. 몸이 근본적으로 망가져서 그러다보니 기술이 망가지고 정서적인 부분도 바닥으로 떨어진 선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 선수의 눈이 풀려있는 것을 보고 감독, 코치, 부모님들은 ‘눈이 그렇게 풀려서 무슨 운동을 하겠니?’ 라며 멘탈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근본적으로는 몸이 문제가 되어서 야구가 안되고 정서적인 혼란이 오는 건데요.

요즘 많은 분들이 멘탈에 굉장히 집중하잖아요. 저는 이 부분은 굉장히 위험하게 바라봅니다. 왜냐하면 멘탈을 건드린다는 것은 기술과 체력이 기반이 되어있는 사람일때 가능하거든요. 물론 같이 다루면 좋긴 하죠. 하지만 자꾸 멘탈에 집중하다 보면 몸부터 망가진 아이들을 멘탈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을 띄게 됩니다. 유명한 정신과 의사를 찾으려고 하고 도사님을 만나려 하죠. 물론 그런 분들이 도와줘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할겁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몸이 망가졌는지, 기술이 망가졌는지, 정신이 망가졌는지를 찾아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전문가들이 함께 협업을 해주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하나를 놓고 어떤 사람은 몸을 보고, 어떤 사람은 기술을 보고, 또 어떤 사람은 멘탈을 봐주어서 서로 확인한 뒤에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하나의 기술과 지식으로 모든 것들을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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