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희 감독의 화이부동 야구 (3) “선수의 감정을 돌보는 것이 동기부여의 시작”
양윤희 감독의 화이부동 야구 (3) “선수의 감정을 돌보는 것이 동기부여의 시작”
감독님 말씀을 듣다보면 사람의 감정에 대해 이해가 깊으시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저도 가끔은 욱하고 그렇습니다. 실수도 많이 하고요. 일종의 버릇이나 습관인거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은 편이었고요. 저도 동생을 챙겨주면서 배운게 있고. 또 애들 가르치면서도 계속 배우고요. 공부를 한다고 되는게 아니고 생활자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유년 시절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고요.
운동부 생활을 하다보면 일방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기표현을 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요. 그러다보면 내면에 분노가 쌓이게 되고 시간이 흘러 자기보다 약한 사람, 예를 들면 제자들이나 후배들한테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저도 그래서 와이프한테 자주 성질을 냅니다(웃음). 제가 취미생활을 하는게 그런 이유에요. 여행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활동들을 하면서 제 마음이 분산되는 거죠. 저는 헬스장에 가서도 여러가지를 분석하면서 공부를 하거든요. 그런데 오로지 야구 생각만 하게 되면 집에 가서도 계속 걱정하게 되고 애들이 맘에 안들면 저도 모르게 감정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내일 시합을 대비해서 배팅을 친다고 하면요. 상대팀에 빠른 공 투수가 있어서 코치한테 빠르게 던져주라고 합니다. 그럼 애들이 잘 못쳐요. 당연히 못치죠. 그러다보면 9시, 10시까지 하거든요. 저부터도 짜증나니까요. 8시까지 하기로 했으면 8시까지 딱 하고 만약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면 몇 명만 남아서 하면 되는데 핵심없이 시간만 잡아먹어요. 제 불안한 마음 때문에 선수를 잡고 늘어지는 거죠. 그런데 집에 가서 수초를 갈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요(웃음). 그러면 애들한테도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 “자. 화이팅하고 마지막 한타석씩 하자. 재밌게” 이렇게 기분좋게 접근하다 보면 애들도 잘쳐요. 저도 기분좋고 애들도 기분좋게 돌아가고요.
“할 수 있어. 악바리처럼 이겨내야 해.” 저는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프라이팬도 너무 뜨거우면 다 튀어버리잖아요. 제가 가르치는 애들은 그런 마인드였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잘 이겨낼 수 있는 마인드요.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무조건 참고 이겨내라고 하기 보다는 감정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시죠?
우리 때는 무조건 이겨내라고 했죠. “아이 캔 두 잇I can do it. 나는 할 수 있다. 최고보다 최선이다.” 그런 교육이 머리에 박힌거잖아요. 최근에 보면 이런 논문도 있더라고요. 괜찮다. “져도 된다.못해도 돼.” 자기 컨트롤을 할 수 있는 또다른 방법이라고 하더라고요.
대기타석에서 긴장하고 있는 선수가 있으면 “너 보니까 2루 땅볼 치고 죽겠다.” 하고 툭 던져요. 그럼 애가 웃죠. 자기팀 선수가 죽겠다고 말하는 감독이 어딨어요. “그래 어차피 죽을 거 대신 편하게 쳐라. 2루 땅볼 쎄게나 쳐봐.” 이렇게 말해줍니다. 동기부여가 물론 중요하지만 선수가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때는 동기부여가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