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멘탈게임의 두 가지 측면 (켄 라비자)

지난 7월 코끼리야동클럽에서 다룬 켄 라비자 박사님의 인터뷰 영상을 글로 풀어보았습니다. 야구공작소 박기태씨가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멘탈게임의 개척자인 켄 라비자 박사님을 모시게 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헤즈업 베이스볼Heads-Up Baseball을 쓰셨습니다. 최근에 2.0버젼을 내셨죠. 박사님과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흥분됩니다.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시간입니다. 박사님의 오랜 팬이었습니다.

Q 멘탈게임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과연 야구에서 멘탈게임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A 좋은 질문입니다. 야구에서 멘탈게임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습니다. 하나는 전략으로서의 멘탈게임입니다. 이런 것들이죠. 경기 중의 특정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투수라면 지금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어떤 공을 던질 것인가? 타석에서 이 투수를 상대하기 위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멘탈게임의 또 하나의 측면은 자기통제입니다. 플레이를 컨트롤하려면 먼저 스스로를 컨트롤해야 합니다. 스포츠 심리학 분야에서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선수는 배터박스에 들어가기 전에, 그리고 투구판을 밟기 전에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코치와 선수간에 이루어지는 전략에 관한 부분은 스포츠 심리 전문가들의 영역은 아닙니다. 멘탈코치로서 저는 선수들이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죠. 머리를 깨끗하게 해서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것을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Q 어떤 레벨의 선수에게든 멘탈게임과 관련한 세 개의 팁을 주신다면?

A 야구를 왜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야구를 하게 만드는 열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야구를 하는 이유,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는 선수는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동기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플레이를 컨트롤하려 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세번째는 루틴입니다. 야구에서는 일관성 없는 결과를 계속 얻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틴을 통해 일관되게 접근할 수는 있습니다.

Q 훌륭한 멘탈을 가지고 탁월한 경기를 하는 선수를 많이 보아 오셨는데요. 매우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들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아는 선수들입니다. 경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될 때도 두려움에 빠지지 않습니다. 경기가 좀처럼 안풀릴 때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냅니다. 그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선수들입니다.

Q 선수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특히 어린 선수가 실수를 하거나 형편없는 경기를 했을 때 어떤 말을 해주시나요?

A 운동선수는 플레이를 할 때마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게 됩니다. 자신이 한 플레이에 대한 정보를 바로 접하게 되죠. 체조선수라면 평균대에서 중심을 잃었을 수도 있고, 피겨선수라면 빙판 위에 넘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점프를 성공했을 수도 있습니다. 야구선수 역시 어떤 결과를 얻게 됩니다. 즉각적인 피드백instant feedback이죠. 피드백은 정보information입니다. 때로 우리는 실패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정보로부터 배움을 얻고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방금 나에게 일어난 일로부터 얻어진 정보를 나의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오기 가리도Augie Garrido 감독(통산 1975승을 거둔 미국대학야구의 명장)이 한 말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result와 outcome의 차이에 대해서요. outcome은 폐쇄적인 개념입니다. 우리가 흔히 ‘이겼다. 졌다. 성공했다. 실패했다’ 이렇게 말하는 개념입니다. result는 정보입니다. 내가 한 플레이로 인해 일어난 일입니다. result를 정보로 활용해 더 나아지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면 됩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핵심입니다.

하루 3시간 훈련을 했다고 쳐보죠. 훈련을 통해 무엇을 배웠습니까? 더 나아진 것은 무엇입니까? 단지 밖에 나가 열심히 훈련을 한 것은 중요한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훈련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냐에요.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은 훈련에 임하며 미션mission을 가지는 겁니다. 무언가에 몰입할 계획을 가지고 훈련에 참여하는 거지요. 불펜피칭을 한다면 ‘나는 무엇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먼저 계획을 세우고 공을 던집니다. 이렇게 미리 정한 미션을 벤치마크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훈련결과를 사전에 정한 미션과 비교해 보는 겁니다.

실패는 배움의 필수과정입니다. 아무 문제 없어요. 선수들은 언제나 성공하고 싶어 합니다. 아니에요. 기꺼이 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나아집니다.

Q 박사님께서 고등학교나 대학교 야구팀의 코치라면 무엇을 강조하겠습니까?

A 저는 선수들에게 명료하게 사고하는 법과 자신의 플레이로부터 얻어진 정보를 사용하는 법을 우선적으로 강조할 듯 합니다. 언제나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게 목적이니까요. 실수를 하거나 잘 못했다고 해서 자신을 형편없는 선수라고 꼬리표를 달거나 자책하지 않도록 신경을 쓸 겁니다. 오늘 경기를 못했다는 것이 그 선수가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 순간 잘 못했을 뿐입니다. 나온 결과를 통해 정보를 얻고 배우면 됩니다. 그리고 자신을 용서하고 다시 경기장에 나가면 됩니다.

정보를 얻고 get the information
자신을 용서하고 forgive me
다시 경기를 하면 됩니다 play forward

Q 심호흡은 얼마나 중요합니까?

A 호흡은 정신과 육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매우 강력한 도구에요. 호흡은 많은 것을 드러내 주기 때문입니다. 코치는 선수가 제대로 호흡을 하고 있는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심호흡의 첫번째 역할은 뇌에 혈액을 통해 산소를 공급한다는 겁니다. 보다 명료한 사고를 하게 도와줍니다. 두번째는 선수를 언제나 ‘지금 여기’로 돌아오게 만듭니다. 이완이 필요한 순간에는 날숨에 초점을 둡니다. 에너지를 불러 일으킬 필요가 있을 때는 들숨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런 식으로 호흡을 활용해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경기나 훈련 중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그냥 하기just do it’ 모드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심호흡을 통해 생각을 내려놓고 동작doing으로 주의를 옮기게 됩니다. 좋은 호흡은 좋은 리듬의 시작입니다. 좋은 리듬을 가져가는 것은 야구에서 중요합니다. 이것은 좋은 호흡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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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6번의 하계 올림픽과 3번의 동계 올림픽에 참여했습니다. 대회가 끝나면 저는 선수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곤 했습니다. 선수들은 호흡을 통해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압박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선수는 호흡을 통해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Q 호흡은 얼마나 자주 연습해야 하나요? 일상훈련의 일부로 포함되어야 하나요?

A 매일 5분씩만 연습해도 충분합니다. 단지 가만히 앉아서 말이죠. 특히 요즘은 사람들이 핸드폰이라든지 아무 것도 만지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무척 힘들어 합니다. 그저 5분간 앉아서 자신의 호흡을 지켜보며 마음을 쉬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홀로 조용히 앉아 스스로를 평온하게 하는 연습을 매일 하면 그 결과는 매우 환상적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선수들에게 호흡연습을 의무감을 가지고 하진 말라고 말합니다. 스스로 호흡연습을 원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호흡연습을 빼먹었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자나치게 나무라진 않았으면 합니다. 그냥 원해서 호흡연습을 하고 연습을 한 자기 자신을 칭찬해 주면 좋겠습니다.

Q 일지를 쓰는 것은 멘탈게임을 개발하는데 중요할까요?

A 어떤 선수들에게는 매우 중요하게 작용을 하겠지만 어떤 선수들에게는 그렇지 않을겁니다. 멘탈게임이라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렇게 하고, 그런 식으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선수들에게 한동안은 일지를 쓰게 했습니다. 특히 대학 수준의 선수들에게요. 자신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돌아볼 수 있도록 말이죠.

어떤 선수는 다른 선수들보다 이 과정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개인차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자기성찰능력입니다.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입니다. 저는 늘 몇 분의 시간을 내서 차분히 앉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오늘 무엇을 배웠는지, 그리고 때로는 그걸 적기도 하구요. 가끔은 과거에 썼던 것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내가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군”

(야구소년 플레이북 소개)

Q 자신이 잘하는 선수라고 믿는 자신감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경기중에 그런 자신감을 어떻게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요?

A 자신감은 물론 큰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경기를 하며 자신감이 없을 때도 많습니다. 저는 많은 선수들과 작업을 해왔습니다. 자신감은 깨지기 쉬운 거에요. 우리 모두는 인간이기 때문이지요. 저는 언제나 선수들에게 묻곤 했습니다. “당신은 기분이나 느낌이 좋을 때만 좋은 플레이를 하는 그런 형편없는 선수입니까?” 자신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둡시다. 그냥 지금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지금 내가 할 일로 돌아오는 겁니다. 배팅글러브를 낄 때 내가 하는 일, 대기 타석에서 내가 할 일. “오늘 별론데. 느낌이 안좋아” 이런 말을 하며 도망갈 필요가 없습니다. 좋은 느낌은 과대평가되어 있습니다.

Q 프리피치pre-pitch 루틴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프리피치 루틴은 당연히 프로세스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공을 던집니다. 그리고는 15초 정도 후에 다음 공을 던지죠. 그 15초 사이에 멘탈게임이 존재합니다.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앞서 던진 공이 원하는대로 잘 들어갔다고 하면 바로 이어서 다음 공을 루틴대로 던지면 됩니다. 그런데 공이 조금 빠졌다고 해보죠. 그럼 잠시 멈춰서 방금 던진 공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정보를 얻습니다. 한 4초 정도 말이죠. 그리고는 다음 공을 던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마음 속으로 살짝 조정을 합니다. 이렇게 피칭은 실제 피칭이 시작되기 전에 먼저 시작되는 겁니다. 마운드에 발을 올려놓는 순간이 바로 루틴이 시작되었다는 사인입니다. ‘이제 나는 준비가 되었어.’ 이렇게 루틴이 시작되는 것이죠. 하지만 마운드에 발을 올려놓기 전에 방금 던진 공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것은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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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멘탈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고르라고 하면 무엇일까요?

A 심호흡입니다. 선수와 이야기를 나눌 때 제대로 호흡하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제대로 숨을 쉬고 있지 않다면 코치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없을 겁니다.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을 때 사고를 보다 명료하게 하고 자신이 해야 할 것들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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