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느낌, 좋은 기분일 때만 좋은 경기를 하는 그런 형편없는 선수입니까?” (켄 라비자)

메이저리그 멘탈코칭의 거장인 켄 라비자 박사께서 얼마전 타계하셨습니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야구친구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시카고 컵스 조 매든 감독은 선수들의 동기부여나 멘탈 관리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애너하임 에인절스 시절부터 인연을 맺기 시작해, 템파베이 레이스와 시카고 컵스로 자리를 옮기게 되어서도 변함없이 멘탈 코칭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켄 라비자 박사다. 그는 만나는 선수들에게 이렇게 묻곤 했다고 전해진다.

“당신은 느낌이 좋아야만 좋은 경기를 하는 그런 형편없는 선수입니까? Are you that bad that you have to feel good to play well?”

라비자씨는 많은 프로 스포츠 선수들과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경기 전의 느낌이나 기분에 지나치게 휘둘린다는 점을 발견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변하는 몸의 느낌이나 마음의 출렁거림에 영향을 받게 되면 제대로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는 법이다.

라비자씨는 선수들의 자신감이 일반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겼다. 언제든지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선수들이 그런 기분이나 느낌을 핑계 삼아 무의식적으로 도망가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 꼭 기분이나 느낌이 좋을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선수들 마음 깊숙한 곳에 심고자 했다. 위의 질문은 그런 의도로 라비자씨가 준비한 질문이다. 질문을 받는 것 만으로도 선수의 의식이 확장될 수 있는 질문이다. 

라비자씨는 선수들이 느낌이나 기분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친구들과 야구를 할 때를 떠올려 보라고 이야기한다.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서 “야구하러 가자!!” 하면서 소리친다. 친구 중 어느 누구도 “오늘 기분이 어때?” 하면서 묻지 않는다. 그냥 나가서 신나게 야구를 했을 뿐이다. 야구를 하는 어린 소년에게 지금 어떤 기분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라비자씨는 특히 매일 경기를 하는 야구 선수에게 이런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시각각 바뀌는 느낌과 기분에 지나치게 신경쓰지 않고 담담하게 경기를 준비하는 태도! 그래서 라비자씨는 느낌과 기분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루틴을 강조한다. 대학시절부터 심호흡 등 멘탈 훈련에 관심을 가져온 시카고 컵스의 간판 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 선수는 라비자씨의 멘탈 코칭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했다. 경기가 안 풀리는 날에는 라비자 박사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며 해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저는 아버지나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지만 가족이 아닌 사람, 나와 가깝지 않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 대화가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여기는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로 가득합니다. 다들 재능이 있죠. 결국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인간이기에 종종 일어나는 생각들입니다. 그런 생각들로부터 빠져 나와 늘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멘탈 코치를 통해 그런 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조 매든 감독은 켄 라비자 박사를 단순한 스포츠 심리학자가 아니라 또 한 명의 코치라며 그가 하는 작업의 가치를 인정했다. 수많은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영향을 미친 멘탈게임의 개척자 켄 라비자 박사가 지난 9일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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