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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떨어졌을 뿐인데

조금 떨어졌을 뿐인데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55)

복싱을 시작한 지 3주 째로 접어드는 어느 날, 샌드백 치는 재미에 빠져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관장님께서 다가오시며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뻗을 때 허리와 골반이 함께 돌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주셨다. 그냥 팔만 뻗으니 주먹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름대로 골반 쪽에 주의를 두며 팔을 몇 차례 뻗어봤지만 긴장감 탓인지 폼은 점점 더 어색해져 갔다.

몇 차례 연습을 통해서도 동작이 나아질 기미가 안보이자 관장님께서는 샌드백에서 조금 떨어져 쳐보라고 하셨다. 한 발 정도 뒤로 물러나 서보았다. 그 정도 거리감의 차이도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관장님은 조금 더 떨어져도 괜찮다고 하셨다. 나의 감각은 여기서 더 떨어지면 팔을 뻗어도 샌드백에 닿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자기의심을 품고 팔을 뻗었지만 주먹은 어려움없이 샌드백에 닿았다. 멀어진 거리에 맞춰 허리와 골반도 저절로 움직임이 커지는 것이 느껴졌다. 몇 번 동작을 반복하니 힘을 보다 크게 쓸 수 있는 폼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한정된 동작에 익숙해진 나의 감각이 실제 능력을 착각하며 움직임을 제한하고 있었을 뿐이다.

한신 타이거즈의 트레이닝 코치였으며 현재는 자신만의 코칭철학을 바탕으로 BCS 베이스볼 퍼포먼스를 운영하고 있는 마에다 켄 대표는 한 고교야구선수를 코칭한 사례를 언급하며 당연한 듯 여기는 습관을 돌아보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한다. 체구가 좋은 한 선수의 프리 배팅을 보는 순간 마에다 코치는 어쩐지 배트가 다소 짧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베이스와 너무 가깝게 서있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인코스로 들어오는 공을 빠르게 반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몸이 빨리 열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당연히 바깥쪽 공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마에다 대표는 그 선수에게 배트를 1cm 긴 것으로 잡고 조금 베이스에서 떨여져 자세를 잡아보라고 주문했다. 스윙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변화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선수는 몸쪽 공에 빠르게 반응해야 한다는 긴장감을 떨쳐내고 몸쪽, 바깥쪽 공 가릴 것 없이 자신의 체구에 맞는 장타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선수는 일단 심적으로 상당히 편안하다고 말하며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에 만족해했다. 별다른 의심없이 습관적으로 잡고 있는 타석에서의 위치를 바꿈으로서 플레이의 질을 향상시킨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당연하게 여기는 습관을 주의깊게 살펴보는 것에서 변화의 실마리는 발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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