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 연습환경 만들기 (제이크 맥킨리, 밀워키 브루어스 피칭 코디네이터)

지난 40번째 코끼리야동클럽에서 함께 본 강연 내용 일부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2019년 1월에 열린 미국야구코치협회 컨벤션에서 소개된 제이크 맥킨리 피칭 코디네이터(밀워키 브루어스)의 강연입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릴레이에서 미국의 마지막 주자였던 리잭 선수는 몸 하나 차이로 마지막 구간을 시작했습니다. 따라잡을 가능성이 낮아보였지만 리잭 선수는 세계 기록을 세우며 미국을 1등으로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최고기록도 2초 이상 앞당겼죠. 리잭 선수의 나이 32살에 일어난 일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하나는 프랑스와 미국의 오랜 수영라이벌 관계에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경쟁입니다. 사람들은 경쟁 상황 속에서 특별한 일을 해내곤 합니다.

경쟁적인 기질competitive fire은 훈련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일까? 경쟁적 기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을 많은 연구들이 밝혀내고 있습니다.


오늘 살펴볼 첫 번째 주제는 ‘선수 안의 경쟁적인 기질competitive toughness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입니다. 매우 다양한 선수육성목표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들이 결국은 이 세 가지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믿는 편입니다.

첫 번째는 기술 습득입니다. 야구선수는 야구를 잘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기술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두 번째는 단단한 멘탈mental toughness입니다. 저는 이것을 단순하게 ‘현재에 머무르는be present’ 능력으로 간주합니다. 과거나 미래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한 번에 하나의 플레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능력입니다.

마지막은 시민정신citizenship입니다. 선수들은 보다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두 개의 가치를 주장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트로피를 숭상하는 집단이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경쟁을 반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경쟁이 파괴적이라고 주장하시죠. 하지만 제 생각에 경쟁competition과 협력cooperation은 실제로 파트너 관계입니다. 같은 세상 속에 공존하면서 서로를 강화시켜 줄 수 있습니다.

트로피를 잘 보시면 제 이름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1993년 팀버 리틀리그 카디널스팀에 소속되어 있을 때 받은겁니다. 카디널스팀은 그 해에 2승 18패를 했습니다. 저는 20경기에서 안타를 3개 쳤습니다. 마운드에 올라가서는 1이닝도 제대로 마친 적이 없이 내려와야 했습니다. 선수로서는 완전 쓰레기였죠. 하지만 저는 시즌이 끝나고 이런 상을 받았습니다.


이야기를 더 진행하기 전에 먼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가 전해드리는 내용은 만병통치약이나 절대적인 청사진이 아니라는 겁니다. 저는 저보다 뛰어난 수많은 분들로부터 배웠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론이나 연습방법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 년간 그러한 독립적인 생각들이 우리의 야구를 발전시켰습니다. 어떤 레벨에 계시든지 각자의 훈련에 적용해 볼만한 정보가 있으시리라 봅니다.

오늘날 많은 코치들이 경쟁적인 훈련환경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환경을 세팅하기 전에 먼저 선수에 대한 평가(진단)와 교육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가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선수가 순응적(적응적)adaptive 성향인지 부적응적maladaptive 성향인지 들여다 보아야 합니다. 승패가 분명히 나뉘어지는 상황 속으로 밀어넣으면 선수가 어떤 성향인지 관찰할 수 있습니다.

왼쪽은 상대 선수의 머리채를 잡아챌 정도로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입니다. 무슨 수를 쓰든 이기면 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경기를 지저분하게 하더라도 말이죠.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남을 정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 속에 살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잘못된 자신감입니다. 이런 선수들은 자신의 우월함 때문에 이긴 거라고 믿습니다. 지면 다른 선수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립니다.

오른쪽은 모방 스타일의 부적응성을 상징합니다. 이런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발전보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더욱 관심을 가집니다.

저는 우리 선수들이 순응적 싸움꾼adaptive-striver이 되길 바랍니다. 매일매일 자기 자신의 최고 버젼이 되기 위해 노력하길 원합니다. 게임과 상대팀에 대한 존중과 공감을 가지고 말이죠.


이 영상은 지난 가을에 신입생 선수가 타격을 하는 모습입니다. 63kg 밖에 나가지 않는 선수가 강력한 구위를 가진 왼손투수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날리고 이 선수는 바로 배트를 내려놓고 내달렸습니다. 선배 투수에게 겸연쩍어 하는 행동같은 건 없습니다. 투수 역시 벌어진 일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받아들입니다. 신입생 타자에게 맞았다고 해서 쭈뼜거리지 않습니다. 공이 외야로 빠졌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3루 뒤로 바로 백업을 갑니다. 바로 이런 모습들이 순응적인 싸움꾼의 태도입니다.


다음은 교육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니드(욕구)need가 있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왼쪽은 작년에 타격 타이틀을 차지한 선수입니다. 정말 빠른 타구를 날리고 외향적이며 재능이 넘치는 친구입니다.

오른쪽은 120km 전후의 공을 던지는 잠수함 투수입니다. 매우 내성적이지만 경쟁심 또한 무척 강합니다. 이렇듯 선수는 모두 다르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경쟁과 협력이 어떻게 생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결과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승패가 갈릴 수 밖에 없는 경쟁 상황 속에서 남자 선수들은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일종)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또 하나 관찰된 것은 선수들이 함께 일을 해야 하는,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경쟁 상황에서만큼이나 테스토스테론이 분출된다는 사실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의 효능은 수십년 동안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렇기에 선수들이 좋은 팀동료, 순응적 경쟁자가 되도록 교육하는 것은 선수들을 생리적으로도 돕는 방법입니다.

이제 경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경쟁을 활용하기 적당한 지점이 있습니다. 저희는 매우 간단한 40/70룰을 사용합니다.  40~70%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기술을 경쟁시킵니다. 0~39%의 너무 준비가 안된 선수는 경쟁의 적절한 대상이 아닙니다. 조금 전에 소개한, 머리채를 잡아챌 정도로 호전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도 이런 단계입니다.

70%를 넘어가는 선수들은 모방 스타일입니다. 지나치게 분석을 하고 고민하는 스타일입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실수를 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큰 완벽주의 성향입니다.

40~70% 사이에 있는 순응적 싸움꾼 스타일들이 경쟁 환경에 있어 핵심입니다. 그들은 경쟁을 할 만큼의 능력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실패를 불가피한 경험과 과정으로 간주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훈련환경을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우리는 아주 단순한 등식을 따릅니다.

“스트레스 + 휴식 = 성장”

극복해야 할 도전적인 과제가 있을 때 스트레스가 존재합니다. 제가 가슴근육을 키우고자 한다면 저는 저항운동 등을 통해 몸에 스트레스를 줄겁니다. 그리고는 근육이 자랄 수 있는 휴식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여러 연습을 진행할 때 이런 등식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경쟁적인 훈련환경을 설계할 때는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하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는 스스로와 경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코치로서 우리는 선수가 그들 자신과 경쟁하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야할 지 고민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팀 안에서 건강한 상호 경쟁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말로 표현되지 않는 일종의 유기적organic 경쟁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경쟁이 일어나도록 환경을 세팅하는 것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진을 보시면 선수가 자신의 몸에 집중하고 있는internally focused 모습이 보입니다. 코치는 선수의 마인드를 몸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선수는 자신의 스윙이 어떻게 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내적 큐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적 큐잉 : 선수가 자신의 동작이나 몸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코치의 주문이나 지시)

반면 외적 큐잉은 선수의 주의를 몸에서 떠나게 합니다. 그냥 아이언으로 볼 위에 표시되어 있는 부분을 때리라고 주문하는 것이죠. 저는 어느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실제 저도 두 가지 큐잉을 다 사용합니다. 하지만 외적 큐잉을 사용할 때 선수는 보다 더 스스로와 경쟁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외적 큐잉이 선수 스스로 자신의 코치가 되도록 독려하기 좋습니다.

9가지의 내적 큐잉이 적혀있는 드라이버입니다. 내적 큐잉을 경쟁 환경 속으로 섞길 원하시더라도 이렇게 동작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알려주는 것만은 피했으면 합니다. 제가 이런 드라이버를 봤다면 아마 소리를 질러댔을 겁니다. 내적 큐잉은 한 번에 하나씩만 선수에게 전달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선수에게 이런 제약을 주는 것은 자신과 경쟁하도록 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선수는 드라이브라인의 플리오케어볼 드릴을 하고 있습니다. 공을 던져 맞출 타겟을 정해주면서 동시에 동작에 어떤 제약을 주어서 선수가 스스로 적응하게끔 하는 방식입니다. 던지는 공의 무게도 다르고, 크기도 다릅니다. 타겟에 맞추기 위해 각각의 공을 던지며 선수는 자신의 몸을 스스로 조직해self-organize 나가야 합니다. 스스로가 최고의 코치 역할을 하는 것이죠.

제약은 환경에 걸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홈으로 뛰어들어오는 상대팀 주자를 잡는 연습을 위해 우리는 버킷을 던집니다. 선수는 즉흥적으로 자신의 운동신경을 동원해 홈플레이트를 방어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가끔 병살타 처리 연습 때 2루 옆에 저렇게 누워있습니다. 선수들을 저를 피해서 공을 잡고 던지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꼭 똑같은 방식으로 잡고 던질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것보다 결과에 보다 신경을 씁니다. 어쨌든 저 순간에 선수들은 눈 앞에 놓인 방해물을 뛰어 넘어 동작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자신과의 경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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