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방식도 경기력의 일부가 된다
며칠 전 스포츠 기사를 읽다가 프로축구 광주FC의 길로미 혼돈 피지컬 코치의 인터뷰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브라질에서 13개 클럽의 선수들을 지도했던 혼돈 코치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정신력이 약하다고 꼬집으며 ‘강압적인 지도방식이 정신력을 떨어뜨리고, 그라운드에서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라질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결정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정신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혼돈 코치는 지도자의 지도방식이 선수의 경기력과 직결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지시와 명령만을 숨죽이며 따라 하는 선수는 스스로 결정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경험을 하지 못하며 성장하게 된다. 혼나지 않기 위해 강한 ‘척’ 소리치고 뛰어다니는 선수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경기의 상황이 아니라 지도자의 눈빛을 살피는데 에너지를 낭비한다. 엉뚱하게 소비된 에너지만큼 경기상황을 차분하게 읽고 대응하는 능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군대식 연대책임문화, 즉 선수의 실수에 대한 책임을 팀 전체에 과도하게 묻는 우리나라 운동부 특유의 관행도 플레이를 위축시키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두려움이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리가 없다.
경기력을 좌우하는 정신력은 지도자의 지시에 복종하는 능력이 아니라 경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평정심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혼돈 코치는 그러한 능력이 어릴 때부터 지도자나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경험이 쌓일 때 계발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지도자의 지도방식은 단순히 기술이나 동작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선수의 정신력에 영향을 미치는, 경기력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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