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아닌 시스템으로 이어나가는 혁신

토론토의 하이퍼포먼스팀

메이저리그라고 해서 모두 똑같이 발맞춰 모든 것에 앞서 있는 것만은 아니다. 발전을 선도하는 팀이 있는 반면,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는 팀도 있다. 혁신을 이끄는 팀들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지점은 변화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환경, 즉 조직의 구성이라는 점이다. 류현진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에는 하이퍼포먼스팀이라는 부서가 있다. 26명의 인원이 ‘준비(prepare), 연습(work), 회복(recover)’을 모토로 선수들의 영양, 수면, 트레이닝, 멘탈케어 등을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모두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연습을 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선수 개개인별로 맞춤형 연습과 휴식, 영양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심지어 식습관을 바꿔줄 수 있는 전문가를 고용하기도 한다.

멘탈코칭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인다. 신체적인 부상도 팀에게 마이너스지만, 정신적인 부상도 마찬가지다. 관건은 선수들이 경기를 하며 생각을 덜하게 하는 것이다. 너무 많은 생각에서 빠져 나오게 만드는 것이 핵심목표 가운데 하나다. 재미있는 것은 이 팀이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신화와 잘못된 정보’를 없애는 일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이 특별한 비법처럼 여겨지는 것을 막고, 차고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검증된 것만을 취사선택 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과학적’으로 팀을 운영하겠다는 얘기다.

토론토가 하이퍼포먼스팀을 구축한 가장 큰 이유는 선수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하여금 최고의 지원을 받게 하기 위해서다. 기술코치 뿐만 아니라 영양사, 멘탈코치, 의료진, 트레이너들이 선수를 중심으로 협업하는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큰 관계가 없다고 여겨졌던 많은 부분들이 선수의 경기력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선수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하이퍼포먼스팀과 같은 조직이 있어야 한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경기력 향상과 유지를 위한 조직

하이퍼포먼스팀의 역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온 김병곤 트레이너는 이에 대해 “현장의 불필요한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야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감독으로 대표되는 선수단(현장)과 단장으로 대표되는 프런트가 한 팀이지만 조금은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장은 오늘을 살고, 프런트는 내일을 산다’와 같은 말로 대표되는 둘의 관계는 아직 우리 야구에서는 뿌리를 내리고 있지 못하다. 토론토 구단의 하이퍼포먼스팀의 사례가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현장과 프런트의 역할을 확실히 구분지은 것을 넘어, 팀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하이퍼포먼스팀의 리더를 부사장급으로 운용하는 것은 현장의 감독, 코치가 이 팀의 권한과 역할을 존중하고 과도한 간섭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부상과 체력 관리가 야구팀에 있어, 특히 162경기라는 긴 시즌을 치루는 과정 속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했기 때문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하이퍼포먼스팀 (2021년 9월 현재)

팀의 인원구성, 저마다 맡고 있는 포지션을 통해 그 팀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Angus Mugford: Vice President, High Performance
Dehra Harris: Assistant Director, High Performance Operations
Andrew Pipkin: Medical Director
Phil Dimino: Rehab Coordinator
Michael Rendon: Assistant Athletic Training Coordinator
Scott Peters: Medical Research Coordinator
Sam Lima: Employee Assistance Program Director
Jeremy Chiang: Nutrition Coordinator
Steve Rassel: Strength & Conditioning Coordinator, Minor League
Kyle Edlhuber: Strength & Conditioning Rehab Coordinator, Minor League
Brandon Stone: Sports Science Coordinator
Jose Julian Ministral: Head Athletic Trainer
Voon Chong: Assistant Athletic Trainer, Major League
John Biggar: Physical Therapist, Major League
Drew MacDonald: Major League Assistant & Athletic Training Coordinator
Dr. John Theodoropoulos: Head Orthopedic Surgeon
Dr. David Lawrence: Head Primary Care Physician
Todd Earl: Sports Massage
Jon Woodworth: GCL ATC & Latin American Medical Coordinator
Jimmy VanOstrand: Mental Performance Coach, Major League
Rob DiBernardo: Mental Performance Coach
John Lannan: Mental Performance Coach
Matthew Galvez: Assistant Mental Performance Coach
Dr. Ted Farrar: Physician Coordinator (Florida)
Reeve Bergesen: High Performance & Player Development Project Manager
Scott Weberg: Head Strength & Conditioning Coach, Major League
Jeremy Trach: Assistant Strength & Conditioning Coach, Major League
Aaron Spano: Assistant Minor League S&C Coordinator
Alex Suerte: Assistant Physical Therapist
Melissa Doldron: Consulting Sports Massage
Dr. Jason Smith: Consulting Orthopedic Surgeon
Dr. Steven Mirabello: Consulting Orthopedic Surgeon (Florida)
Dr. Irv Feferman: Consulting Team Physician
Dr. Pat Graham: Consulting Chiropractor
Dr. James Fischer: Consulting Medicine Physician (Florida)
Dr. Ron Taylor: Physician Emeritus

연습량과 부상의 관계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경험해 본 많은 언론인들이 일관되게 증언하는 것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연습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얘기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연습량이 적다는 것은 기술 연습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술이란, 우리가 야구 연습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내외야 펑고나 더블 플레이 연습 같은 것을 말한다. 투수의 투구, 타자의 타격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는 여기에 할애하는 시간이 확실히 적다. 기술 연습은 매우 중요하지만, 연습량이 많을 경우 부상의 우려도 커진다. 부상의 위험을 줄이려면 짧고 강도 높게 할 수 밖에 없다. 김병곤 원장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하는 짧은 기술 연습이 끝
나면 대부분 트레이닝실에 있다”고 말한다.

몸을 만드는 트레이닝도 마찬가지다. 국내 선수들의 트레이닝 방식에 대해서도 걱정스러운 지점이 있다며 김병곤 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나라의 어린 선수들에게 체력 연습에 대해서 물으면 1시간, 혹은 2시간 정도를 한다고 얘기하는데,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짧게 고강도로 20~30분 내에 끝내야 한다. 기술 연습보다는 덜 하지만, 트레이닝도 오래 하면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이지만 야구에서 대부분의 부상은 과사용 증후군으로 인해 발생한다. 한마디로 연습량이 지나치게 많아서다. 스포츠 과학이 필요한 이유는 불필요한 연습량을 줄일 수 있게 하고, 불확실한 부상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킬로미터』3장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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