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진게 아니다

“너 때문에 진게 아니다”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27 )

팀의 에이스인 A선수는 전국대회 4강전에서 상대 타선을 8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2대0으로 앞선 채 맞이한 9회에 그는 1,3루의 위기에 몰린다. 타석에는 자신에게서 3안타를 뺏어낸 4번타자가 기다리고 있다. 감독은 타자를 거르고 다음 선수를 상대할 것을 지시한다. 하지만 에이스 투수로서의 자존심은 그것을 허락치 않았다. 그는 감독의 지시를 무시하고 정면승부를 택한다. 결과는 역전 3점 홈런.

덕아웃에 들어온 그를 향해 감독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몇 대를 선 채로 얻어 맞은 그도 분을 이기지 못하고 모자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날 이후 A선수는 알 수 없는 반항심으로 방황하기 시작했다. 운동도 게을리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눈 밖에 나기 시작해 오래 전 결정되다시피 한 명문대학 입학도 무산되고 말았다. 지금은 야구와는 무관한 삶을 살며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걷고 있는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꾼 그날의 일을 웃으며 전해 주었다.

2년 전 여름, 와카야마 시립 고등학교는 고시엔 대회 1차전에서 카노츄오 고등학교와 12회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다. 12회 1사 1,3루의 위기에서 상대팀 타자가 친 공이 2루수 앞으로 굴러갔다. 홈으로 승부하거나 병살을 노려야 하는 상황. 그런데 어쩐 일인지 2루수였던 야마네 선수는 1루로 공을 던지고 만다. 어이 없는 끝내기 패배. 그제서야 상황을 판단한 야마네 선수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계속 눈물을 쏟았다. 자신 때문에 경기에 졌다며 자책하는 선수에게 감독은 다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위로해주었다. “너 때문에 진게 아니다.”

와카야마 시립 고등학교 야구부의 한다 감독은 자시의 제자가 혹시라도 그날의 트라우마로 인해 야구를 그만두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제자가 멘탈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후배들이 운동할 때 언제든지 와서 운동을 해도 좋다고 말해주며 마음을 돌보아 주었다. 고시엔에 진출한 기쁨도, 경기에서 패배한 슬픔도 모두 함께 나누는 것이며 경기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며 선수들을 감싸준 감독의 관심과 배려 덕분에 야마네 선수는 지난 아픔을 극복하고 대학에서 계속 야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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