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들의 이야기이종열 SBS 스포츠

(코치가 코치를 코칭한다) 이종열 코치편 5. 코치의 긍정적인 피드백은 선수가 자기 의심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된다

이종열 코치님의 새내기 코치를 위한 멘토링 대화 마지막 편입니다. 선수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안해 한다는 것, 그리고 세심한 관찰을 통한 코치의 긍정적인 피드백과 응원이 그러한 의심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된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입니다.
(이번 편은 타격동작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작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으니 가급적 영상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Q 테드 윌리엄스의 제자리에서 턴해서 치는 타법과 찰리 라우의 중심이동 타법이 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찰리 라우의 중심 이동 웨이트 시프트 시스템을 선호하는 편이라 아이들한테도 그렇게 주문을 하는 편입니다.

A 극단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전진을 해야 하는지, 회전을 해야 하는지인데, 내가 생각할 때는 둘 다 옳지 않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두 개가 믹스가 되어 있으니까요. 움직이지 않고 회전을 할 수가 없거든요. 준비동작에서 스트라이드를 할 때 80kg 체중인 타자가 뒷다리로 110kg의 힘으로 밀면 0.6마력의 파워가 생긴다고 로버트 오데어 교수가 쓴 책에서는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 힘을 가지고 회전력을 만들어내서 치는데 힘이 쎈 친구들은 미는 힘이 적더라도 회전의 힘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유형의 타자인지를 판단하면 된다는 거죠. 힘이 없는 타자일수록 더 앞쪽으로 미는 힘을 만들어야죠. 이용규 같은 타자를 보면 다리를 높게 들고 많이 나갑니다. 브렛 필 같은 선수도 힘이 그렇게 쎈데도 다리를 들어서 앞쪽으로 많이 나가요. 보면 컨택하는 순간에 뒷다리가 들릴 정도에요. 그런데 김태균이나 마르테같은 선수들은 덜 움직여요. 하지만 맞는 포인트에서 보면 뒷다리보다는 앞다리 쪽에 힘이 실리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뒷다리쪽이 들리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메카니즘은 같은데 양적인 문제가 있다는 거지요.

어떤 친구는 좀 더 많이 나가고 어떤 친구는 좀 덜 나가는데, 우리는 이걸 나누는 걸 원해요. 가지고 있는 신체의 장단점을 가지고 이용할 뿐이에요. 몸을 빨리 움직이기 위해 예비동작이 필요한 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예비동작이 어떤 사람은 빨리 해야될 필요가 있고, 많이 할 필요도 있고, 또 적게 할 필요도 있는거죠. 강의를 갔는데 어떤 분이 손을 들더니 질문을 하더군요. 제자리에서 팽이처럼 빡 도는게 힘이 쎄다는 거에요. 당연하죠. 회전을 하기 위해선 중심축이 필요하고 중심축이 움직이면 당연히 힘을 못쓰니까. 그런데 팽이는 스스로 돌지 못하죠. 돌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스스로 돌아야 하죠. 그래서 예비동작이 필요한 겁니다. 그래서 항상 움직일 때 이렇게 스~윽 움직여야 합니다. 회전하기 위한 예비동작을 만들어줘야 되죠. 스~윽 움직여서 확실한 기준점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우타자 기준으로는 왼쪽 앞다리가 되는 겁니다. 찰리 로우나 테드 윌리엄스나 회전을 안하고 어떻게 치겠어요.

그래서 맹점이 뭐냐면 “왼쪽 어깨가 열립니다. 중심이 무너집니다. 벽이 무너집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사실은 타이밍의 문제일 확률이 높아요. 왼쪽 어깨가 회전을 안하고 어떻게 쳐요. 다만 빨리 회전했다는거지. 벽이 무너졌다는건 내가 갖고 있는 중심축이 앞 쪽으로 못가서 단단해지지 못했다는거죠.

야구를 처음 하는 초보자나 어린 아이들한테 쳐보라고 해서 공을 던져주면 99%가 앞으로 확 쏟아지면서 칩니다. 그런데 확률을 놓고 보면 앞으로 나오면서 치면 홈런도 친다니까요? 그런데 뒤로 쓰러져 치면 정말 잘 맞아봐야 파울이에요. 그럼 어떻게 쳐야할까요? 본능적으로 앞으로 나가면서 쳐야 한다니까요. 그런데 그렇게 가르치는 코치들은 없어요. 뒤에다 놓고 치라고 한다니까요. 떨어지는 변화구에 안타를 치는 선수들도 보면 앞으로 나가면서 공을 맞춥니다. 중심이 뒤에 있으면 변화구를 칠 수가 없어요. 끌어다 놓고 치라고 하는데 어디까지 끌어다 놓고 치겠어요? 투수가 던지는 145km의 공이 0.45초에 포수한테 들어오고 타자는 0.15초안에 휘둘러야 되는데 어디까지 끌어놓고 치겠어요.

보통 배트와 투수가 던진 공의 투사각이 90도가 됐을 때 가장 힘을 쓸 수 있다고 하거든요. 변화구든 빠른볼이든 앞쪽에서 맞아야 됩니다. 그래야 공이 힘있게 나가지요. 힘이 없을수록 그 포인트를 조금씩 앞으로 가야하지요. 힘이 좀 있다면 뒤에서 맞아도 이겨낼 거고요. 어린 친구들, 예를 들어 중학교 1학년이라고 가정을 하면 그 친구들이 힘이 어디 있어요. 그런데 짧게 잡으라고 하죠. 일단 맞추라고. 그런데 맞아도 공이 안나간다니까요. 잘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힘도 없고 배트도 짧게 잡았고 공은 빨라요. 맞춰봤자 파울이죠. 땅볼이거나.

어쨌든간에 회전력을 만들어서 공에 데미지를 줘야 되잖아요. 그러면 짧게 잡은 손은 최단거리로 오지만 배트끝은 최대한 원을 크게 그려줘야 힘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것 중에 하나는 지도자들이 이렇게 짧게 다운스윙을 하라고 하는 거에요. 최단거리로 나온다는 이유로. 내가 이유를 물으면 그래야 공에 빨리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타격은 정확히 ‘강하게’ 맞춰야 된다는 거죠. 두 가지를 충족시켜야 됩니다.

투수마운드가 대략 25.4cm에 투수의 키가 180은 된다고 하면 보통 2m 높이에서 던지는 건데 무릎이 구부러져 던져도 분명 투사각은 타자쪽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죠. 스트라이크존이 겨드랑이에서 무릎 사이인데 허리부근으로 오면 분명 내려오거든요. 마운드를 만든 것도 각도를 생기게 해서 타자가 어렵도록 한거니까요. 그런 공을 다운스윙으로 찍어서 치는 것은 너무 어려운 거에요. 공이 오는 궤적대로 치는 것이 맞을 확률이 높을텐데 나도 그게 늘 의문이었어요.

배트가 끝이 떨어지면 안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배트끝이 떨어지는게 아니고 타이밍이 늦어서 그런거에요. 공이 몸쪽으로 거의 다 오면 본능적으로 팔만 뺍니다. 그러면 손목 쪽에 공이 맞는거죠. 박병호나 서건창선수들 좋아진게 뭐냐면 팔이 빠지는게 아니라 몸통을 돌리면서 타이밍을 맞추는 거에요. 우리 선수생활할 때는 이렇게 지도하는 코치가 없었어요.

스테이백에 대해서도 말이 많거든요. 스테이백을 하라고 하면 팔을 뒤로 쭉 뺍니다. 스테이백은 영어단어 그대로 뒤에 머물러 있으라는 이야기에요. 손이 그 자리에 멈춰 있으라는거죠. 손이 멈춰있는 상태에서 몸통이 앞쪽으로 가면 당연히 멀어진다니까요. 그런데 우리는 스테이백하면 하체를 뒤에 두고 팔을 더 뒤로 빼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배트끝과 회전하는 앞쪽발까지의 반지름의 길이가 결국 파워거든요. 그 상태에서 몸통회전만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파워포지션이 만들어지는거죠.

Q 오히려 팔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놔두는게 좋다는 거죠?

A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거는 불편하다는 거죠. 어떤 코치분들은 배트를 세우라는 말씀도 하시는데 사실 배트를 세우면 앞으로 나올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나같은 경우는 배트끝이 떨어져서 잘 안맞는거 같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타이밍이 늦으면 그럴 확률이 훨씬 높다”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보통 타이밍을 투수하고만 맞추려고 하는데요. 내 신체의 각 분절, 즉 발목, 무릎, 허리 이 순서대로 힘이 전달되어야 힘을 쓸 수 있거든요. 그 타이밍이 일단 맞아야 투수하고의 타이밍도 맞을 수 있다는 겁니다. 준비라고해서 배트만 들고 있는게 준비가 아니고 먼저 스~윽 움직이면서 하는 게 준비라는 거죠. 그 두 가지를 같이 봐 줄 필요가 있는 겁니다.

Q 자꾸 선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르치다 보니 선수가 자기 것이 없어지고 말 그대로 만든 폼으로 하고 있는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건 아닌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하면서 조금씩 수정하는 방법을 쓰고는 있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A 아주 좋은 관점이라고 생각하고요. 선수한테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는 일단 아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그 친구에 대해서 피드백을 줄 수가 있는거죠. 우리는 사실 관찰을 잘 안하지요. 봐야할 선수가 너무 많아요. 아마추어도 그렇고 프로도 그렇고. 그래도 유심히 관찰하면서 체크하면 좋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을 때는 포인트만 찍어주면 좋아요. “네가 전에는 이랬는데 이 부분이 좋아진 거 같은데?” 이렇게 접근하면 향상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어요.

Q 체크포인트는 확실하게 짚어주면서요?

A 나같은 경우엔 보통 준비, 셋업, 스트라이드, 어프로치, 컨택, 팔로스로 이렇게 보는데요. 각각의 관점을 놓고 보는 거죠. 스트라이드가 참 좋네. 몸통회전이 요즘 좋네. 일단 항상 피드백은 칭찬을 먼저 해주는게 좋습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가는 것하고 부정적인 것하고는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선수들은 끊임없이 의심합니다. “이게 맞나? 내가 잘못 가고 있지 않나?” 그렇게 의심하고 있는 선수에게 자신의 편이 있다는 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말 정확한 칭찬을 해줘야 한다는 거에요. 뻥치면 안되죠.

Q 그러기 위해선 더 세심하게 봐주고요.

A 관찰을 열심히 해야죠. “이것 참 좋다. 전에는 그랬는데 이게 더 좋아졌다.”

Q 코치가 칭찬을 했다가 감독님께 지적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애들이 안주하게 된다고 하시며.

A 아까 그런 얘기를 했잖아요? 선수가 코치를 선택한다고. 나는 코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보통은 감독이 코치를 선임해서 쓴다고 생각을 하잖아요? 아니라는 겁니다. 야구관이 비슷해야죠. 그런 곳에 가서 같이 코치를 하는게 더 좋다는거죠. 그런데 우리는 감독이 나를 선임해줬다고 생각을 하는데 아닐 수 있어요.

코칭스테프가 그렇게 바뀌면 선수가 확 바뀔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성적을 내게 되면 그게 전파가 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거죠. 사실 어떻게 한 번에 다 바꿀 수 있겠어요. 점진적으로 바꾸는거지. 모든 사람들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는 거에요. 훈련방식도 내가 생각하는 방식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이 잘 조화가 이루어지면 결국 선수들한테 혜택이 간다는 겁니다. 한꺼번에 바꾸려면 어렵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해나가야죠. 이건 문화적인 것도 큰 것 같더라고요. 예를 들자면 우리가 문을 열고 건물에 들어가면 미국에서는 문을 잡아주더라고. 다음 사람이 올 때까지. 근데 우리 문화는 그런 사람도 있지만 그냥 빨리빨리 지나간다고. 우리에게 잡아줘야 된다는 인식이 없다는 건데 그건 지금까지 그렇게 해보지 않은거에요. 그런 역할을 코치님같은 분이 해주면 야구문화쪽에서도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점진적으로. 한꺼번에 바뀌진 않으니까.

Q 오늘 좋은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A 오늘 너무 말을 많이 해가지고^^ 오늘은 내가 작심하고 얘기를 많이 했고, 주로 나도 들으려고 해요. 특히나 선수들한테는 “왜 그런 거 같아?” 이러면 줄줄줄 나오고 “타격에서 이렇게 할 땐 어떠니?” 하면 또 줄줄줄 나오고 해요. 사실 문제와 답은 선수가 다 가지고 있어요. 그거만 그냥 얘기해주면 선수들은 다 얻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 내가 코치님 때문에 됐구나. 그런 선수들이 많을수록 거꾸로 배운다니까요. 이런 선수들한테는 이렇게 피드백을 주면 되겠구나. 그것만큼 사실 크게 배우는 게 없지요. 내가 배운 것 중에 가장 큰 것 같아요. 코치 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언제나 연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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