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모르고 하는 훈련

“언제 끝날지 모르고 하는 훈련”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39)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습적인 야근’이 스트레스를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조사되었다. 시도 때도 없이 이어지는 야근과 휴일근무로 많은 직장인들이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야구계도 마찬가지여서 워크숍에 참석했던 한 프로팀 코치는 “시작하는 시간은 있어도 끝나는 시간은 없는 것이 야구훈련문화”라며 자조섞인 웃음으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잘 짜여진 훈련계획을 통해 선수가 가끔씩 ‘올 아웃all-out’되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지도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올 아웃’은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어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 생리학 용어다. 선수는 ‘올 아웃’의 경험을 통해 조금씩 자신의 한계를 넘게 된다. 선수가 이런 상태에 이를 때까지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내며 훈련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언제 훈련이 끝나는지, 각각의 훈련이 어떤 강도로 진행되는지 등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훈련 후에 충분한 휴식이 주어진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언제 훈련이 끝날 지도 모르고, 내일도 모레도 혹독한 강훈련이 반복될거라 믿는 선수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며 훈련에 몰입하기는 어렵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학의 팀 노아케스 박사는 뇌과학의 관점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전한다. 피로는 육체적인 상태가 아니라 운동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서 뇌에서 만들어진 감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피로는 신체적인 상태 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에도 영향을 받는데, 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예상되는 운동 시간과 운동 시간에 대해 미리 알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피로감이 달라진다고 한다.

‘재미있는 훈련이 보다 빠르게 선수를 성장시킨다’고 믿는 한국과 미국의 두 코치가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훈련계획을 선수가 알고 있는 것이 어떻게 재미와 연결되는지를 엿볼 수 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데이브 조스 코치는 재미있는 훈련이란 특별히 재미있는 연습방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관성있는 훈련일정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훈련이 언제 끝날 지, 다음 훈련은 무엇인지 등을 분명히 알고 있을 때 선수들은 편안함을 느끼며 자신의 상태에 맞게 보다 주도적으로 훈련에 몰입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재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재미는 시켜서 하는 일에서는 좀처럼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 다이노스 이도형 코치가 전하는 메시지야말로 언제 끝날 지 모르는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의 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잘 표현해준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펑고를 계속 받다 보면 자신이 수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펑고가 언제 끝날지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어린 선수나 프로선수나 똑같아요. “이거 다음엔 뭐 할까?” 이렇게 되면 지금 하고 있는 훈련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지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훈련계획은 꼭 이야기해 주어야죠.”

참고도서 : 토드 하그로브 <움직임을 위한 가이드> (대성의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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