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기술개발과 문제행동 관리 (1)
강연자 : 숀 라킨 (LA 다저스 선수 기술개발 코디네이터)
(숀 라킨은 강연이 시작하고 1분간 무대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청중을 바라보는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저는 왜 1분간 아무 말도 안하는 침묵 퍼포먼스를 했을까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 불안해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상황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선수들에게 자주 말합니다. 불편함에 익숙해지라고 말이죠. comfortable being uncomfortable. 그런데 우리는 코치로서 얼마나 스스로를 그런 불편한 상황에 밀어넣습니까?
두 번째로는 환경이 어떻게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1분 동안 모든게 멈추었습니다. 어떤 분은 자리에서 들썩들썩하시고, 어떤 분은 자리에서 일어나시고 그랬습니다. 환경이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킵니다.
다음으로는 알아차림(인식, 인지)awareness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자기 인식self awareness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환경과 주변의 사람들을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죠.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기는 정말 대단한 철학과 경험을 가진 많은 코치님들이 계신데요. 이분들 앞에서 어떻게 팀을 관리하고, 선수를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생각을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응용행동분석Applied Behavior Analysis에 기반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지난 60년 동안 경험적 연구와 데이터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는 과학적 접근법입니다.
응용행동분석은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원하는 행동을 하도록 하거나, 원치 않는 행동을 줄여나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분야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를 궁금해 합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왜 루 피넬라는 1루 베이스를 뜯어서 외야로 던졌을까?” “왜 저 녀석은 1루까지 전력질주하지 않을까?” “나는 왜 자꾸 스트라이크 볼 판정에 대해 심판에게 어필할까?” “왜 저 사람은 경기 중에, 또는 훈련 중에 저렇게 행동할까?” 등등 말이죠.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행동’입니다. 여기 강연을 들으러 온 것도 행동이고, 아이패드를 가지고 온 것도 행동입니다. 이런 모든 행동에는 저마다의 기능function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우리는 무언가로부터 도망가거나 회피하기 위해 행동합니다. 루 피넬라는 더이상 경기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심판 판정 때문이었든 뭐든 그는 경기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는 동기가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훈련이나 웨이트 시간에 늦는 선수가 있다면 그의 잠재의식에는 도망가거나 피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주의를 끌고 싶을 때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합니다. 루 피넬라는 퇴장당함으로써 주목을 받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선수든 코치든 심판에게 따질 때는 이런 욕구가 작용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행동의 기능은 접근access입니다. 우리는 무언가 바라는 것을 얻고자 할 때 행동합니다. 루 피넬라는 미디어의 관심을 바라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팀의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 일 수도 있구요.
네 번째는 감각적 자극입니다. 때로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그 행동이 우리에게 어떤 느낌을 가져다 주기 때문입니다. 매일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는 지독한 분들도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는 그 행동이 좋은 기분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담배를 씹는 행동도 마찬가지구요.
인간의 모든 행동은 제가 언급한 이런 네 가지 기능으로 대부분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담배를 씹는 행동이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관심을 끌고 싶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행동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행동의 기능을 이해했다면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어떤 행동을 둘러싼 환경을 관찰하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1분 침묵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세요. 침묵이라는 환경이 행동을 변화시켰습니다.
그 행동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루 피넬라가 1루 베이스를 던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 팀의 중심타자가 덕아웃에서 헬멧을 던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심판에게 소리를 지르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 그 행동으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행동의 결과consequence입니다. 1루 베이스를 던지고 루 피넬라가 겪은 일이 바로 결과입니다. 헬멧을 던진 선수가 받은 피드백이 바로 행동의 결과입니다.
이런 모든 측면을 이해한 후에 우리는 목적을 가지고 환경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연습을 다시 세팅할 수도 있고, 클럽하우스의 연설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답을 찾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문제를 제대로 식별해 내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이유를 제대로 찾지 못한 채 변명만 하곤 한다.”
코치들은 답을 찾는 일은 정말 잘합니다. 어디에 불이 붙든 금방 꺼버리죠. 하지만 우리는 정말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선수가 하는 어떤 행동의 이유를 정말 잘 알고 있을까요?
선수의 행동을 보고 우리는 이렇게 쉽게 답을 내립니다. “저 선수는 약해 빠졌어. 저 녀석은 꼴통이야.” 이렇게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까요? 앞서 말한 자기 인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결과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로또를 사서 당첨이 되었다면 그것은 로또를 산 행동에 대한 결과입니다. 그는 또다시 로또를 하게 될 겁니다. 로또를 해서 백만원을 잃었다면 그것 역시 결과입니다. 1루까지 전력질주를 해서 세이프가 되었다면 그것은 전력질주라는 행동의 결과입니다.
사람은 이전 행동으로 인해 나타난 결과를 평가하면서 앞으로의 행동에 대한 의사결정을 합니다. 어떤 선수를 경기에서 뺀다고 할 때 그 선수가 과거에 어떤 결과를 경험했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따라 의미는 달라집니다.
결과(어떤 행동으로 인해 벌어진 일)에 대해 조금더 살펴보면..
모든 행동이 똑같게 취급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행동에 대한 ‘공정fair’한 대응이 꼭 ‘평등equal’일 필요는 없습니다. (선수의 어떤 행동에 대해 똑같은 대응을 하는 것이 ‘공정’은 아니라는 의미 : 역자주)
이런 것들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지금 한 행동에 대한 결과(코치의 처벌이든, 경기에서 빠지는 것이든)보다 결과의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덕아웃에서 헬멧을 집어던진 선수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때는 고함을 쳐서 야단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경기에서 빼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만히 있기도 하구요. 행동에 대한 결과에 일관성이 없는거죠. 같은 행동을 했지만 돌아오는 피드백은 다 다릅니다.
행동의 기능을 이해한다면, 그 선수는 주목을 받고 싶을 수 있습니다. 선수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도, 경기에서 빠지는 것도 선수의 입장에서는 주목을 받는 겁니다. 선수는 은연중에 그런 행동을 계속하게 됩니다. 선수의 문제행동에 대해 올바른 피드백을 일관되게 주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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