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야구코칭, 채울 것과 비울 것들 (유정민, 이종열, 김윤태)

2020 우리야구 컨벤션에서 진행된<한국의 야구코칭 채울 것과 비울 것들> 세션 내용 일부를 옮긴 글입니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우리야구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종열(이하 이) 지금 KBO리그의 대표타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강백호 선수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응원해준 유정민 감독님의 지도방식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유정민(이하 유) 제가 지도자 생활을 벌써 25~ 26년 정도 한 것 같은데요. 초등학교 야구팀 감독을 굉장히 오래했습니다. 그때 많은 것들을 느꼈는데요. 성적도 좋았고 제가 볼 때는 아이들도 나쁘지 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까 그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굉장히 더디더라고요. 분명히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 선수가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점점 성장이 안 되는 모습을 보면서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저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에는 거의 기계적으로 아이들을 키웠던 것 같습니다. 자기의 야구를 하기보다는 감독인 제가 생각하고 있던 야구를 심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렇게 해야 돼. 너는 이래야 성공할 수 있어.” 이러면서요. 그러면서 아이들은 감독인 제가 시키는 것만 따라하는 그런 선수가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 성찰 후에 고등학교에 와서 백호를 봤는데 굉장히 개성이 강한, 튀는 아이였습니다. 보통의 지도자분들이나 과거의 저였다면 백호의 그런 면을 굉장히 눌렀을 겁니다. 그래야 팀으로서 관리하기가 편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백호의 개성을 더욱 독려했습니다. 백호도 좋은 리더십을 보여주었고요. 지금은 백호같은 선수가 마음껏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팀워크도 오히려 더욱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https://coachround.com/yoo-jungmin/

그렇다면 다저스에서는 선수들 어떻게 관리하는 편인가요? 거기는 소위 말해 튀는 행동을 하는 선수가 정말 많잖아요?

김윤태(이하 김) 저희 다저스의 선수육성에서 첫 번째 룰은 바로 룰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구단은 어느 정도 룰과 체계를 갖추고 선수를 일정 부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저희는 튀는 선수든 조용한 선수든 선수의 개성으로 인정하고 존중을 해줍니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성격을 토대로 ‘이 선수는 이런 방식의 코칭이 어울리겠다’ 이런 식의 토론을 코치들끼리 많이 합니다. 그리고 룰이 없지만 실수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엄격합니다. 무책임한 행동을 하면 바로 방출되기도 하구요.

그리고 서울고에 와서 가장 먼저 했던 것이 두발에 대한 조치였습니다. 보통 고등학교 야구 선수들은 머리를 짧게 치잖아요? 핸드폰도 훈련 시간에는 다 걷고요. ‘꼭 그래야 하나? 삭발을 하고, 핸드폰이 없어야 야구에 집중할 수 있나?’ 이런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코치들에게 과감하게 없애자고 했습니다. 감독으로서 선택을 할 때 ‘어떤 것이 정말 아이들을 위하는 길일까?’ 이렇게 물어보면서 모든 문제들을 접근하고 있습니다.

감독님의 말씀을 듣다보니 서울고의 시스템이 우리팀의 마이너리그와 상당히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희도 코치가 선수를 하나하나 만져주지 않는 편입니다. 선수가 스스로 느끼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약간의 벽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이런 것이죠. “벽을 느끼거나 주저앉으면 그때 나를 찾아와라. 우리는 여기 항상 있을 테니까.”

​코치가 아무리 지시를 많이 하고 가르쳐도 선수 본인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코치가 선수에게 하는 말은 많이 아끼고 오히려 선수를 놓고 코치들끼리 말을 많이 합니다. 다저스에서 일하면서 인상적인 부분이 코치 육성을 위해서 굉장히 노력한다고 느꼈습니다. 저희 스탭들도 선수들과 미팅을 하는 것보다 코치들과의 미팅이 훨씬 더 많습니다.

제가 미국에 전지훈련 등을 가면서 그곳의 야구를 보며 느낀 것이 관여가 아니라 시스템을 제공해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선수들의 기량을 키우는 데는 그 방식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훈련환경을 많이 바꾸었습니다. 운동시간은 비록 많지 않지만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랩소도나 배트센서를 활용해서 가능한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은 수치화하려고 노력합니다. 꼭 공을 던지거나 배트를 돌리는 것만 야구훈련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트레이닝을 강화하고 장비의 도움도 받으면서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