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푸는데 설명을 못하는 아이들

광려초등학교 차승민 선생님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저는 야구라고 다를 것 같지가 않네요. (출처 : 차승민 선생님 페이스북)


문제는 푸는데 설명을 못하는 아이들

요즘 4학년 수학은 세자리수 ÷ 두자리수를 배웁니다. 세자리수를 두자리수로 나누려면 몫이 한자리인지, 두자리인지 구분해야하고 나누어떨어지는지 나머지가 생기는지도 챙겨봐야 합니다.

나눌 수를 10의 배수로 묶어보며 십의자리 몫이 나오는지 살펴보고, 나눌 수를 1의 배수로 묶어보며 일의자리 몫이 나오는지 살펴봅니다.

수학책에는 한 시간에 두 문제 정도로 활동하고 배우는 영역이 있고, 다시 두,세문제로 연습을 합니다. 수학 익힘책은 해당 시간에 배운 것을 연습하는 문제가 10여문제 안팎이 나옵니다.

수업시간에 설명을 하다보면 유달리 호기심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눈에 봐도 재미없음을 몸으로 표현합니다. 거의 100% 학원, 공부방에서 선행학습 하고 온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문제를 풀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 문제 푸는 요령만 배운 때문이죠.

이것이 왜 문제가 될까요?

이 아이들은 두 자리수 ÷ 한 자리수와 세 자리수 ÷ 두 자리수를 별개의 건으로 익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꼭 그렇치 않더라도 수학은 나선형 교육과정인데 앞서 배운 내용이 향후 배울 내용의 바탕이 됩니다. 그런데 어설프게 문제 풀고 설명을 못하는 아이는 수포자로 가는 길에 놓입니다. 개인의 능력치가 높을수록 어설프게 외우고 푸는 능력으로 버티다 결국 수포자가 됩니다.

초등 수학은 나름 이런 점을 방지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아이들의 수학지도를 해본 바로는 수학지도는 방법의 문제보다 수학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가 더 컸습니다. 어떤 형태든 흥미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지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 흥미를 잃어버릴까요?

이건 수학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공부 총량 자체가 많습니다. 쉼이나 여유가 있어야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촘촘히 짜여진 아이들의 일과는 그것을 빼앗아갑니다.

물론 학원, 공부방 다니면서도 학교 공부 잘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이런 아이들은 학원, 공부방을 끊거나 줄이고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키우는 것이 더 낫습니다.

자기 관리가 안되어서 학원, 공부방 다니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관리를 해줘야 할까요? 적어도 초 4부터는 자기 관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합니다.

자기 관리는 쉼과 여유가 있어야 태동합니다. 쉼과 여유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 기회를 주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새로운 시도는 실패를 전제합니다. 실패와 실수를 아무렇치도 않게 하다보면 역설적으로 자기 주장을 발표하는 것이 시작됩니다.

수학이 안된다고 수학을 집중지도하고, 영어가 필요하다고 영어를 집중지도한다고 결과가 좋아지지 않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려면 아이가 선택해야 합니다. 아이가 하고 싶은 욕망을 가져야합니다. 아이가 실수하고 실패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어야합니다. 더디고 더딘 그 과정을 지켜봐야합니다.

어릴수록, 미성숙할수록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릴수록 미성숙 할수록 실수와 실패, 조절의 과정을 거쳐야 할 이유는 분명합니다. 이 시기를 지나고 나면 더욱더 어려우니까요. 적어도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강한 감정의 항상성과 회복의 탄력성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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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면 어떻게 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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