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아이디어와 정보격월간 우리야구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도 왜 우리는 거짓에 집착하는가?

거짓은 빠르게 날아다니고, 진실은 그 뒤에 절뚝이며 걸어온다. 진실이 드러났을 때는 언제나 한 발 늦은 뒤다.

– 조나단 스위프트

​‘다음 타자의 보호 효과*’란 허상이다. 전작 《스마트 베이스볼》에서 다른 사람들이 이미 해놓은 치밀한 연구를 인용하여 설명해 놓았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다음 타순에 배치된 타자가 누구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진다는 통념은 사실이 아니다. 이 책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는 그 개념이 허구라고 다시 한번 증명하기 위함이 아니다. (재미있긴 하겠지만) 숱한 반대 증거에도 불구하고 야구계에 이런 거짓과 미신이 계속 살아 있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다음 타순에 강타자 배치하면 앞타자가 득을 볼까?

​‘다음 타자 보호 효과’의 논리는 이렇다. ‘김거포’ 선수는 팀의 최고 강타자이고 보통 2번 타순에 배치 된다. (지금도 강타자의 2번 배치를 반대하는 통념이 남아 있다.) 김거포 다음에는 누구를 배치해야 할까?

​‘보호 효과’ 가설에 따르자면, 그 다음에 약한 타자를 배치하면 상대 투수는 김거포 선수를 피해갈 것이다. 치기 좋은 공을 주지 않기 위해 볼넷을 내줄 리스크도 감수할 것이다. 다음 타자가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타순에 강타자가 배치돼 있다면, 투수는 할 수 없이 김거포 선수와 정면승부를 해야 할 것이다. 스트라이크를, 그리고 아마도 직구를 더 많이 던지는 볼배합의 변화 때문에 김거포 선수가 강한 타구를 쳐 출루하거나 타점을 올릴 확률이 늘어날 것이다.

​이 가설은 적어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사실이 아니다. (나는 이 주제에 대한 마이너리그나 아마추어 야구의 데이터는 접하지 못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지 최소한 25년이 넘었다.

사람들이 한때 정말 좋다고 생각한 것들, 그리고 야구훈련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서 2006년 발간한 야구 통계 분석 에세이집 《베이스볼 비트윈 더 넘버스 Baseball Between the numbers》에는 ‘보호 효과 가설’이 허구임을 입증하는 글들이 많이 실려 있다. 나는 이 책이 여러 팀의 프런트 오피스와 감독실에 비치된 것을 목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9년 현재에도, 많은 사람들이 ‘보호 효과’라는 복음을 전도하고 있다. 그 중에는 절대 안 그럴 것 같고 그러지 말아야 하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 대체 왜 이런 근거 없는 신화가 존속하는 것일까? 부분적으로는 이것이 선수와 코치, 스카우트, 그밖에 그라운드 위에서건 밖에서건 프로야구계 서열의 맨 밑바닥부터 올라온 모든 사람들에게 대를 이어 교리처럼 주입돼 온 격언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진실이 된다. 한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말하고, 또 그 두 사람이 다른 두 사람씩에게 말하다 보면 모두에게 전파된다. 야구계는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들이고, 또 다양성도 그리 크지 않은 획일화된 집단이기에(대부분의 구단 프런트 오피스를 찾아가 보면, 단 한 명의 여성이나 흑인도 만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실이 공개돼 있고 찾기가 쉬운 시대에도 거짓말이 반복 재생산되는 것이다.

진실이라고 반복적으로 듣고 나면 믿게 된다

​왜 우리는 허위라는 것이 밝혀지고 쓸모가 없어진 한참 뒤에도 그 거짓에 집착할까? 뭔가가 진실이라고 반복적으로 듣고 나면, 우리의 마음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기본 시각’으로 새겨 넣는 것일까? 그래서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마음에서 제거해야 하는 것일까?

​바로 그렇다. 이 현상은 ‘진실 착각 효과’라고 불린다. 스포츠계를 넘어, 거짓 정보와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사는 우리가 직면한 심각한 문제이다.

​템플 대학교와 토론토 대학교의 연구자 3명이 1977년 발표한 논문에서 ‘진실 착각 효과’를 처음 제기했다. 그때는 이 인지 오류에 지금의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다. 저자들은 몇 주 동안 특정 명제를 여러 번 반복해서 들은 사람들은,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 명제를 ‘진실’이라고 여길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대목에서 잠깐 생각해 보자. 어떤 내용을 더 많이 들을수록, 더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니… 실제로 그것이 진실인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이제 최근 반복해서 들었던, 명백한 거짓말들을 떠올려 보자.

  • ​진화는 ‘하나의 이론일 뿐이다.’ (틀린 말이다. 진화론은 과학적 방법으로 수없이 반복돼 증명됐다.)
  • ​‘5초 규칙’이란 것도 있다. 음식이 땅바닥이나 더러운 표면에 떨어져도 5초 안에만 집어 먹으면 괜찮다는 거다. (음식은 다른 표면에 닿는 동시에 미생물로 오염된다. 손에서 떨어지는 순간, 이미 늦은 것이다.)
  • ​인간은 뇌 용량의 10%만 사용한다. (그야말로 넌센스다.)
  • ​매운 음식은 위궤양을 유발한다. (박테리아, 헬리코 박터 파일로리가 진짜 범인이다.)
  •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하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사실이 아니라고 여러 번 증명됐지만, 여전히 비타민 C 보충제는 잘 팔린다.)
  • ​음식 X, 영양소 Y가 심장질환/암/당뇨 위험을 높인다. (이 명제는 사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다. 그래서 종종 계란처럼 절대 다수 사람들의 식생활에 해롭지 않은 음식을 악마화한다.)

​1977년의 첫 번째 논문에서는 대단히 우아한 연구 방법이 사용됐다. 실험 참가자들은 5주 동안 3번의 테스트를 치렀다. 테스트마다 여러 주제들이 섞인 60개의 그럴 듯한 문장들을 주고, 각 문장들이 참일 가능성을 1부터 7까지 숫자로 매겨보도록 했다. 전체 문장의 1/3은 테스트마다 똑같이 포함되었다. 나머지 120개(테스트마다 40개씩)는 테스트마다 달랐다. 피험자들은 세 번째 테스트에서, 반복되는 문장을 그렇지 않은 문장보다 더 많이 참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그 문장이 거짓이더라도 말이다. 심지어 첫 번째 테스트의 2주 뒤에 치러진 두 번째 테스트에서도, 반복되는 문장이 참으로 평가될 확률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더 쇼킹한 건, 해당 주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더라도 이 효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5년 ‘실험 심리학 저널’에 실린 연구에는 ‘진실 착각 효과는 피험자가 사전 지식이 있더라도 발생한다’라고 돼 있다. 어떤 내용을 반복적으로 들으면 뇌가 더 쉽게 ‘처리’한다는 것이다.

사전 지식조차 무용한 진실 착각 효과

​또한 이 연구에는 ‘사람들은 대조 효과가 나은(즉 쉽게 읽히는) 폰트로 쓴 문장을, 덜 대조적이라 눈에 덜 띄는 폰트로 쓰인 문장보다 ‘참’이라고 볼 확률이 높다’라는 이전 연구도 인용돼 있다. 크게 말하라. 그리고 커다란 글씨로 써라. 그러면 사람들이 믿을 것이다.

​연구에 나온 두 실험에서는 피험자들이 ‘처리의 용이함’을 첫 번째 단서로 삼는다는 것을 밝혔다. 자신들이 갖고 있던 사전 지식을 무시해 가면서 말이다. 저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이 ‘용이한 처리조건’(즉 실험 참가자들이 어떤 내용을 반복해서 듣거나 이해하기 쉬울 경우) 하에서는 사전 지식을 종종 무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현상의 원인에 대한 가설 중 하나는, 사람들이 과거에 정보를 어디서 얻었는지 검토하는 ‘출처 점검’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옛날에 알게 된 것들을 검토할 때는 ‘뇌 깊숙한 곳’을 어렵게 뒤져야 한다. 반면 지금 읽거나 듣고 있는 것의 출처는 상대적으로 평가하기 쉽다. 두 번째 가정은, 뭔가를 참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뇌 깊숙한 곳에서 반론에 필요한 지식을 소환해 의심하는 것보다 쉽다는 거다.

* <인사이드게임>의 일부를 출판사의 허락을 구하고 소개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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