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의견을 존중해 주지 않을 때의 위험 (스포사SPOSA 김병곤 대표님 인터뷰 05)

Q 재활과정에 있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씀을 주로 해주시나요?

A 어떤 목적지가 있다면 중간 정류장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은 누구나 지치니까요. 중간중간 성취한 것들을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아파서 오는 친구들이니까 일단 안아프게 되면 1차는 통과했다고 하고, 다음은 유연성을 확보하는 거야. 유연성을 70% 확보하면 근력으로 넘어갈 수 있어. 그렇게 근력이 만들어지면 웨이트와 기술훈련을 할 수 있고, 그런 다음 피칭을 하게 되고, 그 다음엔 학교로 돌아갈 수 있어. 이렇게 아이가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끔 순차적으로 접근하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큰 프레임을 만들어 주지만 지치는 모습이 보이면 가까운 성과에서 만족할 수 있게끔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Q 단순하게 몸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통합적으로 다뤄주신다는 느낌입니다.

A 선수들을 상담하다가 부모와 아이가 서로 적대적인 눈빛을 드러낼 때가 있어요. 그러면 선수의 의견과 부모의 의견을 각각 따로 묻습니다. 실제는 몸이 망가져서 힘든 아이인데 정신력이 문제라고 애기하는 부모님 때문에 힘들어서 우는 아이도 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참 안타깝습니다. 어떤 부모가 그렇게 얘기하고 싶겠습니까. 모르니까 그러시는 거겠죠.

또 하나는 불신이죠. 왜 열심히 안하냐는 겁니다, 정신력이 약해서 다치는 거라고, ‘열심히 하면 될 거 아니냐’라고 이야기를 하시면 아이는 아무 말도 못하는 거죠. 허리가 아파서 못뛰는데 무엇으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어요.

Q 그런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아프게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 압박감으로부터 살아남으려고.

A 실제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프로에서도 있었는데요. 팀의 미래라고 불려지던 어떤 선수가 갑자기 몸이 안좋아졌습니다. 운동을 하다가 오른쪽 발목을 접질렸는데요. 오른손 투수에게 오른쪽 발목은 생명이거든요. 그런데 많이 다친 건 아니고 살짝 다친 거에요. 뛰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던질 때 자꾸만 말썽을 부리니까 구위도 안나오고 엉망이 되는 거죠. 사실 지금도 이 선수는 버벅거리고 있거든요. 어떤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있었는데 그 지점에서 망가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 별로 안아프지? 너 실력 좀 나오니까 위, 아래 안보이는거 아니야?”

감독, 코치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억울했던 것이죠. 그래서 이 선수가 어느 날인가는 잠실구장을 두 시간 동안 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하더라고요. 한 시간 정도 뛸 때 홍보팀 직원으로부터 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당장 전화를 바꿔달라고 해서 말했죠. “너 왜 그러냐.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는거야.” 선수는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 상황이 있고 나서 그 선수는 실력이 두 단계 정도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Q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주고,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코칭스태프가 없었기 때문에 분노로 표현된 것은 아닌가 싶네요.

A 슬프죠. 프로에서는 결국 트레이너가 그 역할을 해야 하거든요 저 역시도 계속 싸움을 하다가 지쳐서 나왔으니까요. 더 이상은 에너지를 쏟기가 어려웠고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아군이 없었거든요. 프로가 다 그래요. 좋은 생각을 다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말하기가 어려워요. 문제인 줄은 알고 있지만 눈감아 버리는 것이죠. 살기 위해서.

Q 그런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그럼 아이들은 평소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일단 가장 좋은 것은 스트레칭이라고 봅니다. 유연성이 줄어들지 않게 해주는 것이죠. 예를 들면 팔꿈치는 다 펴져야 하고, 어깨는 반대편으로 다 넘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허리는 바닥으로 다 숙여질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유연성에 굉장히 집착합니다. 웨이트보다 스트레칭이 더 많아요.

선수들을 만나게 되면 스스로 유연성을 체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선수로서 본인 몸 상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갖고 있으라고 조언합니다. 개인 트레이너가 함께 할 수 없다면 말이죠. 자신의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몇 일 전까지만 해도 팔꿈치를 접으면 어깨에 닿았는데 갑자기 닿질 않는다면 그 이유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죠.

Q 그런 셀프 점검 프로세스를 습관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트레이닝 지도를 받아야 할까요?

A 처음에는 자주 오는 것이 당연히 좋지만 나중에는 1년에 한 번만 와도 될 것 같아요. 다만 본인의 문제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전제에서 말이죠. 지방에 있는 친구들은 저와 전화 통화로 상태를 나누기도 하거든요. 꼭 방문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선수가 스트레칭을 했을 때 정확한 동작을 동일하게 취할 수 있다면 그 다음에는 위치선정만 하면 되거든요.

그 다음에는 필요할 때만 진행하면 됩니다. 보통 시즌을 마치면 오랫동안 몸을 사용했기 때문에 변화가 있거든요. 그 변화에 대해 정밀한 부분만 조언을 듣고 나머지는 본인이 해나가면 됩니다.

Q 말씀하신 트레이닝은 어리면 어릴수록 좋은 건가요?

A 생물학적인 나이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오히려 초등학생인데도 잘 받아들이고, 어떤 중학생은 잘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합니다. 일단 아이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요. 저희가 비용이 상당하거든요. 어떤 친구가 왔는데 회복에 대한 의지가 전혀 보이질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부모님께 그만 오라고 전해드렸던 적이 있어요. 그 친구에게 이곳이 필요한 시기가 생길 거니까 그때 오라고 했죠. 스스로 오기 싫어 하면 수 십 만원 수 백 만원 투자해도 전혀 건질 것이 없습니다.

Q 어떤 초등학교 감독님께서는 아이들은 움직이면 금방 땀이 나기 때문에 굳이 스트레칭를 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A 이론적으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그 말의 바탕에는 아이가 정상일 때라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근육의 길이가 편차가 있다면 선택적으로 정상으로 조절한 뒤에 운동을 하는 것이 맞겠죠. 어린 아이들과 관련해서는 언제나 훈련양과 훈련강도에 관한 문제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4,5학년 아이들에게 롱토스를 70m 던지게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아이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가져올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팔꿈치 부상과 관련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가 우리나라에 계신데요. 그 분 말씀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아이들은 뼈가 성장하는 중이라 무르기 때문에 부딪히면 뼈가 망가지는 겁니다. 인대가 끊어지기 전에요.

아이들 훈련에 담는 소프트웨어들을 더 성숙시켜야겠죠. 훈련량과 훈련강도를 아이들에게 맞게 조화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외국에서도 롱토스를 찬성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방법이 좋다기보다는 개인차의 문제라고 봅니다.

롱토스를 했는데 좋으면 하면 되지요. 좋지 않으면 안하면 되는 겁니다. 저희도 캐치볼을 시작해서 25m까지 던졌는데 몸 상태가 좋지 못하면 롱토스까지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거리는 25m에 둔 채로 강도를 쎄게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필수 과제처럼 하다 보니까 망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술하고 재활을 했는데 롱토스가 잘 넘어가면 그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인데 필수 항목으로 넣다 보니까 문제가 되는 선수가 상당수 생긴다고 봅니다.

Q 트레이너님께서도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하시진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A 제가 트레이너를 처음 시작했을 때가 2000년인데요. 그때는 선수들이 저를 벽이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말이 안통하는 사람이었거든요. 하루의 일을 마칠 때쯤 선수 별로 다음 날의 스케쥴을 모두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선수는 하루 동안 스케쥴을 완수해야 했죠. 저와 오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선수는 그날 점심을 먹지 못했어요. 운동강도가 너무 쎄서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거에요. 저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제가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그런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불편했습니다. 왠지 죄를 짓는 것 같고.. 아마 지금 현장에 계신 코치 선생님들, 트레이너님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이런저런 책을 접하면서 제가 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드하고 빡빡한 훈련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최적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찾기 위해서 고민을 하다가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한때는 저도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하면 선수에게 욕도 하고 그랬어요. 지금은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변했냐는 얘기도 듣습니다. 저는 공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서 제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생각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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