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이전에 정확한 진단 위한 노력이 먼저! (김경태, LG 트윈스)
인터뷰어 : 손윤, 유효상 (야반도주)
하체를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는?
Q 우리 투수들의 성장이 정체되었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투수코치로서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A 적기에 해야 할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체로 던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하체로 던진다는 개념에 대해 정확한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체가 중요하다고 하니까 러닝을 하고 웨이트를 합니다. 허벅지를 두껍게 만들면 좋아 보이니까 그렇게 만들려고 합니다. 그런 운동이 투수가 하체를 잘 쓰기 위한 운동이라고 볼 수는 없거든요.
하체로 던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선수들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어야합니다. 보통 우리는 스트라이드를 길게, 그리고 최대한 앉는 느낌으로 던지는 것을 하체로 던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선수는 그렇게 하는 것이 하체를 잘 사용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선수는 자세가 높아도 고관절을 이용해 하체를 잘 사용하기도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지면반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엄지발가락을 중심으로 발이 투수판을 제대로 밀고 나갈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이런 지면반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매커니즘, 리듬, 타이밍,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보통 밸런스가 좋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어린 선수들은 이런 개념을 잘 모릅니다.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연습을 해야 하는데 너무 모르고 있다가 성인이 돼서야 압니다.
그 다음으로는 상하체 분리가 얼마나 잘 이루어지느냐입니다. 보통 ‘세퍼레이션seperation’이라고 합니다. 스트라이드가 된 후에 앞다리가 단단히 지지를 해도 몸의 앞쪽 라인이 그 순간 다 열려 있으면 힘이 피칭 전에 이미 분산되어버린 겁니다. 스트라이드, 중심이동, 디딤발을 강하게 디뎌 주면 서 하체는 단단히 고정되고 상체는 몸통 회전,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뤄지면 팔은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인위적으로 팔을 안 열리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팔은 신체의 중심부 움직임에 따라올 뿐이죠.
감과 경험만으로 판단해서는 곤란
Q 진단과 평가 작업보다 처방을 앞세우는 경향이 많은 듯합니다.
A 선수를 보고 판단을 너무 쉽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어린 선수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큽니다. 어릴수록 메카닉이 제대로 안갖춰졌을 가능성이 당연히 높은데 “저렇게 던져서 되겠어?” 이렇게 쉽게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방식을 가르칩니다.
이제는 감과 경험만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합니다. 정확한 측정과 진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요즘은 SSTC와 함께 협업을 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일반인도 몸이 이상하다고 느끼면 병원에 가잖아요. 의사를 만나 대화를 하고 의심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필요한 검사를 합니다. 누구는 엑스레이나 CT, 또 누구는 MRI를 찍습니다. 그 결과를 갖고 의사가 진단을 하죠. 그 진단 결과를 가지고 치료를 시작합니다.
(사진제공 : SSTC)
선수도 마찬가지이어야 합니다. 퍼포먼스가 제대로 안 나오고 어떤 문제가 발견되면 바로 어떤 처방에 들어갈 것이 아니라 일단 지켜봐야 합니다. 그러면서 위에 말한 검사들을 하나씩 해봐야 합니다. 감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살펴보는 거죠. 진단 결과가 나오면 트레이닝 파트와 협업을 시작합니다. 어디어디에 문제가 있으니 어느 부분을 보강하자, 아니면 어떤 운동을 시켜 달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학적근거를 토대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런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캐치볼도 강하게
Q 과거 SK 와이번스 퓨처스팀 코치 시절에도 투수들의 구속 상승이 많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압니다. 특별한 연습방법이 있었나요?
A 특별한 것은 없고 위에 말씀드린 하체 강화, 그리고 세퍼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육성을 시켰습니다. 트레이닝 파트와 협업도 중요하게 여겼고요. 특히 고관절 내회전 트레이닝을 많이 시켜 달라고 트레이닝 파트에 요구했습니다. 고관절 내회전이 잘 안 되면 앞다리가 일찍 벌어지거든요. 밴드를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지면반력을 느끼는 연습도 많이 했습니다. 보통 어린 선수들이 입단하면 3개월 정도 기초적인 몸만들기 운동을 시킵니다. 저는 그 기간으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6개월의 시간을 두고 만들어 갔습니다. 그 기간에 투구 폼은 고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캐치볼 할 때 강하게 던지도록 주문을 많이 했습니다. 30~40미터 거리를 라인드라이브로 강하게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길게 하지는 않습니다. 보통 7~10분 합니다. 20미터 정도 거리에서 피칭 형태로 세게 던지는 연습도 하고요. 일부 선수들은 롱토스 프로그램을 함께 소화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경기에서 포수가 가운데 앉도록 주문했습니다. 좌우코너 크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강하게 던지는 연습을 했습니다. 투구 수가 50개 제한이면 40개는 패스트볼을 던지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경기에서도 패스트볼을 강하게 던지는 연습을 했습니다.
선수마다 다른 롱토스 접근법
Q 롱토스에 대해서는 찬반의견이 있지 않습니까?
A 저도 롱토스를 안 시키는 선수가 있습니다. 팔의 외회전이 너무 퍼져 나가는 선수들입니다. 이런 선수들은 짧은 거리, 한 40미터 정도에서 라인드라이브로 강하게 던지는 연습을 하도록 합니다. 반면 가동범위가 다소 적은 선수들은 롱토스를 시키는 편입니다. 롱토스를 잘못 시키면 선수가 부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잘 관찰해야 합니다. 일단 처음에 캐치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로잉의 특성들을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무조건 처음부터 롱토스를 시키면 어깨가 벌어져 나오는 선수들은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 짧은 거리부터 시작하면서 스로잉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20, 25, 30미터 이렇게 거리를 늘려가며 각각의 거리에서 안정적인 스로잉이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Q 최근에 메이저리그를 보면 팔 스윙이 짧아지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A 웨이티드볼이나 커넥션볼 등을 이용한 드릴들을 많이 하다 보면 팔 스윙이 자연스럽게 짧아집니다. 드라이브라인이 딱 그 방식이죠. 국내에서도 과거에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팔을 뒤로 길게 가져가지 못하게 탑으로 바로 올리는 동작을 코치들이 많이 주문했었습니다. 그런데 목적이 달랐습니다. 제구를 잡기 위한 목적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피칭의 효율 때문입니다. 뒤의 동작을 크게 해서 허비되는 에너지를 막기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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