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만 있고, 생각은 없다 (클레이튼 커쇼)
클레이튼 커쇼는 커맨드가 좋은 투수입니다. 스트라이크존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을 기가 막히게 잘던지죠. 메이저리그에는 커쇼보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커쇼가 현존하는 최고의 투수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그리고 구속이 현저히 떨어진 최근까지도 최상급의 성적을 유지하는 이유는 아마 커쇼가 보여주는 탁월한 커맨드에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커쇼 선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머릿속에서 진행하는 짧은 루틴을 직접 이야기하는 영상입니다. 언듯 보면 ‘별거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 30초 짜리 영상이지만 보면 볼수록 저에게는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읽힙니다.
커쇼는 목표지점을 마음 속에 그린다는 말을 하며 ‘in the back of your mind’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왜 수많은 영어문장 중에 저런 표현을 사용했을지 궁금해 졌습니다. 캠브리지 영어사전으로 이 표현을 검색하면 이런 설명이 나옵니다.
you intend to do it, but are not actively thinking about it.
‘의도는 있지만 생각은 하지 않는 상태’라는 것이죠. 곱씹어 살펴볼 만한 말입니다.
물론 커쇼 선수가 자신이 하는 작업을 세심하게 들여다 보고 그에 맞는 정교한 언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커쇼 선수의 저 표현을 통해 그가 공을 던질 때 어떤 마음상태일지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던지기 원하는 목표지점을 눈에 담고 그곳으로 공을 강하게 던진다는 의도를 냅니다.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른 어떤 생각도 투구동작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이 타자를 꼭 잡아야 한다든지, 점수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등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사전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처럼 ‘생각은 없고, 의도만 있는’ 상태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죠. (물론 커쇼도 사람인데 늘 그렇지는 않을겁니다 😄)
이를 위해 아마 커쇼 선수는 평소 훈련을 할 때도 ‘생각없는 의도 ☞ 피칭’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프로세스를 반복하며 생각이 중간에 끼어들어 피칭을 방해하지 않는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코치도 선수가 어릴 때부터 이런 루틴을 가져갈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이 일어나는 것도 일종의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영상 출처 : driveline base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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