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게 밸런스란 : 피칭의 여섯 번째 토대 (데릭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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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문화권에서 음과 양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긴다. 피칭도 밸런스가 매우 중요하다. 나 역시 밸런스를 피칭의 토대 중 하나로 여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전통적인 관점과는 살짝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나는 밸런스를 평형equilibrium과 운동능력의 관점에서 가르친다. 많은 투수들이 ‘이 동작에서 저 동작으로’ 넘어가라는 식으로 피칭메카닉을 배운다. 이런 방식의 코칭은 피칭을 배우기 시작할 때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투수가 발전해 나갈 수록 운동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정형화된 메카닉은 코치가 가르치기 쉽고 선수도 이해하기가 쉽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코칭은 선수의 운동능력을 떨어뜨리고 개성을 없애버린다. 투수는 투구폼을 정형화된 메카닉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피칭은 리듬감있고 타이밍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피칭에 관여하는 움직임들은 매끄럽게 연결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투수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전시키며 자신의 운동능력을 투구폼 안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역동적인 밸런스를 가진 투구폼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움직임과 움직임 간의 연결이 잘 이루어지면 운동능력이 그의 투구폼을 지배하게 된다. 특별한 지도나 훈련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음과 양은 세상만물의 조화, 밸런스를 상징한다. 투수는 여러 영역에서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기에서도. 삶에서도.

또한 투수는 삶의 다양한 요소들 사이에서도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투구폼 안에서의 움직임들을 잘 연결해 밸런스를 잡는 것 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무엇을 해야 할 지 잘 조직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신체, 멘탈, 메카닉, 감정 등 경기에 필요한 요소들을 같은 시간을 투자해 준비해야 한다. 이 중 어느 것도 다른 것보다 중요하지 않다. 이것들의 합이 완전한 피칭을 만든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보다 완전한 투수가 될 수 있다.

투수는 또한 야구장 바깥에서도 밸런스를 갖추어야 한다. 삶의 균형이다. 야구 외적인 일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선수들에게는 무척 많이 일어난다. 가족, 학업, 연애 문제, 그리고 사회적인 활동 등이 투수의 경기력에 영향을 주곤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일을 조직화하는 작업을 통해 삶의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

역동적인 밸런스에 대한 짧은 부연설명

피칭에서 밸런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는 옛날부터 밸런스 포인트가 있다고 배워 왔다. 이 포인트는 투수가 힘을 모은 상태 내지는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멈춘 상태를 말하곤 한다. 투수의 밸런스를 이런 정적인 밸런스로 받아들이면 여러 문제가 생긴다. 밸런스 포인트 앞에서 만들어진 모멘텀이 사라지게 된다. 리듬과 타이밍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내가 여기서 이야기하는 밸런스는 ‘역동적인 밸런스dynamic balance’다. 움직임들의 연결로 유지되는 밸런스라고 할 수 있다. 리듬과 타이밍이 살아있는 움직임이다. 운동사슬kinetic chain을 따라 에너지가 잘 전달되는 움직임이다. 투수의 운동능력이 잘 발휘되고, 움직임들이 잘 연결되면서 밸런스가 유지되는 것이 좋은 투구폼의 핵심이다.

신시내티 레즈 데릭 존슨 피칭 디렉터의 책 <The Complete Guide To Pitching>의 일부를 우리말로 옮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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