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면서 다른 반복훈련의 효과

<공부의 비밀>이라는 책에 나오는 연습법입니다. 같은 동작을 계속 반복하는 것보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연습을 하는 것이 감각을 키우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내용이네요.

 

1978년 오타와 대학의 연구원 두 명은 반복 외에 다른 길이 있다는 단서를 제공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로버트 커와 버나드 부스는 운동을 일으키는 힘을 해석하는 운동역학을 전공했다. 운동역학 연구자들은 보통 트레이너, 코치 등과 긴밀히 협조하며 운동선수들의 실력, 부상 회복, 지구력 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관심을 둔다. 오타와 대학교 연구팀은 두 가지 다른 유형의 연습이 콩 주머니 던지기라는 단순하지만 별로 주의를 끌지 않는 기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었다.

연구팀은 동네 피트니스 센터의 12주짜리 토요일 체육 프로그램에 등록한 8세 어린이 36명을 모집해서 두 그룹으로 나눴다. 두 그룹은 모두 게임에 익숙해지기 위해 과녁을 맞추는 연습을 했다. 아이들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바닥에 있는 과녁에 골프공 크기의 작은 콩 주머니를 던지도록 지시받았다. 그런데 눈가리개를 착용한 채로 던져야 했다. 던질 때는 눈을 가리고 던지고 나서는 눈가리개를 벗고 콩주머니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확인한 뒤 다시 눈을 가리고 던졌다.

처음 1차 시도에서는 두 그룹 모두 잘했다. 눈에 띄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고 나서 일반 연습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한번에 24회씩 총 6차례에 걸쳐 눈을 가리고 콩주머니 던지기를 연습했다. 한 그룹은 90센티 미터쯤 떨어진 하나의 과녁을 두고 연습했고, 다른 그룹은 60센티미터쯤 떨어진 과녁과 120센티미터쯤 떨어진 두 개의 과녁을 두고 번갈아가며 연습했다. 그외 실험조건은 같았다.

12주 코스 마지막에 연구팀은 아이들을 최종 테스트했다. 90센티미터 거리에 있는 과녁만으로 테스트했다. 불공평해 보였다. 한 그룹은 내내 90센티미터 거리에 있는 과녁으로 연습했고 다른 그룹은 90센티미터 거리의 과녁은 전혀 연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히 연습한 쪽이 분명 더 유리할 듯 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60센티미터와 120센티미터 거리에 있는 과녁 두 개로 연습한 그룹이 수월하게 이겼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연구팀은 연구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12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다시 진행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고학년 어린이들에게서는 그 결과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운이 작용한 걸까? 더 잘한 그룹에 부정 선수가 있었던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연구팀은 밝힌다.

연구팀은 “다양한 연습 스케쥴은 초기 운동 도식motor scheme 형성을 도와주는 것 같다”며 연습에 변화를 준 것이 “운동 인지력”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이것저것 섞어서 연습하는 것이 한 가지에 집중해서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변화를 주면서 연습하면 과녁을 맞히는 운동에 필요한 일반적인 규칙을 내면화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UCLA의 두 과학자는 급진적인 실험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들은 운동 영역과 언어 영역을 연계해 ‘운동과 언어 학습의 원칙’이라는 세미나를 열었다. 운동 학습 전문가인 리처드 슈밋과 언어 학습 전문가 로버트 비요크가 기획한 세미나였다. 이 세미나를 계기로 학생들이 각 연구분야의 주요 특징과 어떻게 다른 유형의 학습이 이루어지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깊이 들어가면서 완전히 다른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이들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방치된 콩주머니 연구를 우연히 발견하고 실험 결과가 유효하다는 연구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하나에 집중해서 연습하는 것보다 다양한 변화를 주고 중간에 방해받는 과정이 있을 때 오히려 연습 효과가 뛰어남을 밝힌 다른 연구가 있는지 찾아보았다.

역시 관련 연구가 있었다. 루이지애나 연구팀은 젊은 여성 30명을 대상으로 배드민턴의 세 가지 기본 서브를 얼마나 잘 배우는지 테스트했다. 쇼트 서브, 롱 서브, 드라이브는 각각의 궤적이 다르고 잘하려면 노력이 필요한 기술이다. 시나 구드와 리처드 맥길 연구팀은 셔틀콕이 어디에 떨어지는지와 네트를 넘었는지 이 두 가지를 기준으로 서브의 종류를 판단했다.

연구팀은 30명의 피험자를 10명씩 세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은 동일한 스케쥴에 따라 연습했다. 3주에 걸쳐 주 3회, 한 번에 서브를 36번 연습했다. 하지만 각 세션마다 구성은 달랐다. 그룹A는 세션별로 한 가지 종류의 서브만 연습했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쇼트 서브만 36번 연습하고 다음번에는 롱서브만, 또 다른 날에는 드라이브만 연습했다. 그룹B는 쇼트, 롱, 드라이브 순서로 다른 서브를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그룹C는 피험자가 원하는 대로 무작위로 연습하되, 같은 서브를 두 번 연속으로 연습하지 않게 했다. 마지막 3주차 말에 각 피험자는 무작위로 연습한 그룹을 대상으로 같은 숫자만큼 서브를 연습했다.

연구팀은 각 연습의 효과를 비료하는 것은 물론이고 피험자들의 기술이 새로운 여건에 얼마나 잘 전이transfer되는지 측정하고 싶었다. 전이야말로 학습의 모든 것이다. 전이는 기술이나 공식, 단어 문제의 핵심을 뽑아내 다른 맥락에서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는 능력이다. 어떤 기술을 정말 마스터했다면 그 기술은 ‘자기 것’이 된다. 피험자들은 코트의 오른쪽에서만 연습을 했지만 최종 테스트는 왼쪽에서 했다.

결과는? 무작위로 연습한 그룹이 아주 큰 격차로 이겼다. 무작위로 연습한 그룹은 평균 18점, 정해진 순서대로 연습한 그룹은 14점, 한가지만 집중해서 연습한 그룹은 12점을 기록했다. 한가지 서브만 집중해서 연습한 그룹은 3주차 연습까지만 해도 실력이 가장 많이 향상되었다. 논문 저자들도 어떻게 이런 반전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추측은 할 수 있었다. 집중적이고 반복적인 연습을 방해하면 사람은 지속적으로 조정을 하고, 사고를 하면서 전반적인 숙련도가 향상되며 이로써 기술이 보다 날카로워진다고 생각했다.

컴퓨터 타자 실력, 비디오게임 등 관련 연구가 산재해 있다. 여러 형태로 혼합해서 연습한 피험자들의 실력이 방해받지 않고 한가지만 연습한 사람들의 실력보다 시간이 갈수록 향상됐다는 점이다.

반복적인 연습이 해롭다는 의미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내용에 익숙해 지려면 일정한 정도의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복은 커다란 착각을 유발한다. 기술은 빠르게 향상되지만 곧 정체기를 맞는다. 반면, 다양한 방법으로 연습하면 매번 느는 속도는 더디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다 많은 기술과 학습이 축적된다. 길게 봤을 때 한가지만 반복해서 연습하면 학습 속도가 더뎌진다.

베네딕트 캐리 <공부의 비밀How We Learn>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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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ny
Jenny
4 years ago

안녕하세요? 저는 야구선수는 하지 않았지만 구기종목을 11년 정도 선수로 뛰어왔습니다.~ 지금은 선수는 아니고 공부를 하고있습니다~~ 우연히 코치라운드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어 보는 도중에 매번 충격을 받아가며 보고있습니다… 제가 운동했던 방식이 전부 옳지않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코치를 할 수도 있었는데 안한이유는…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라는 생각이 강해서 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노동을 한거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지도해줄 부분이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어 꾸준히 여기에와서 사례들을 많이 보고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영어공부를 하고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공부 하기 원합니다. 운동하면서 못했던 공부를 하려니 힘들기도하지만 안할수없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시간내어 여기에 와서 유심히 보고 또 봅니다. 도움이 많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선수가 끝나니까 이런게 눈에 보이고 끝나니까 알아가고있다는 점이 좀 아쉽다고 판단됩니다.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어떤일이 일어났을까? 하는생각을 자주하곤 합니다. 저도 정말 강압적으로 기계같은 느낌을 받으며 운동을 했었는데 사례들을 보면서 저게 나였어?? 이런생각하면 정말 11년이라는 시간이 아깝기도하고 답답한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또한 나는 이렇게 하지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해서 공부를 선택했습니다. 기회가 와서 코치를 하게된다면 새로운 방법으로 시스템을 적용시켜보려고 합니다. 이게 제 맘대로 다 되는건 아니지만 노력을 하려고합니다. 추천해주실만한 사이트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제가 했던 운동방식을 아이들에게 적용시키고 싶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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