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들의 이야기코칭 아이디어와 정보양윤희 서석초등학교격월간 우리야구

“자신의 행복을 빼고 무조건 희생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합니다.” (양윤희)

1편에서 이어집니다.

​앞서 말한 것들에 바탕을 두고 저는 지도자의 역할을 크게 3가지로 나눠보았습니다.

​1. 선수의 감정을 챙기는 코칭 (선수와의 공감대 형성, 선수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2. 실수해도 혼나지 않는 환경을 조성 (창피함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
3. 다양한 장비를 사용한 훈련 (테니스라켓, 긴막대. 연습용 글러브, 맨손캐치, 탁구라켓, 티바 등)

​3번의 장비는 위에 적은 것들 외에 정말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2번과 3번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늘 하는 기본기 훈련을 계속 하면 고학년일수록 창피하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괜히 주변에서 놀림을 받기도 하구요. 기본기를 갖추기 위한 훈련을 다양한 장비를 사용해 진행하면 그런 심리적인 불편함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기본기 훈련이 가지고 있는 지루함도 해소되고요. 어떠한 스포츠나 기초훈련은 재미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기본기 훈련을 시켜주면 특히나 어린 선수들은 비교적 재미있게 연습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미와 관련해서는 지도자 자신도 재미와 즐거움(fun)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자 자신의 행복을 빼고 무조건적으로 희생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사고입니다.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쉽게 짜증이 나고 힘이 들고 지치게 됩니다.

​내가 먼저 즐거워야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함께 운동장에서 좋은 추억, 좋은 감정들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수많은 트로피, 상장과 성적들은 시간이 지나보니 먼지만 쌓일 뿐입니다. 사실 본인 외에 주변 어느 누구도 잘 모릅니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잊힐 수밖에 없는 것이죠.

​시간이 지나면 자기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트로피나 1등에 집착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잘 하는 선수만 보이게 됩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파적인 교육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우선시한다면 기초와 기본기가 안 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지도자로서 우리의 일은 그런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안 되는 아이들을 골라내고 평가하는 것이 우리의 일은 아니니까요. 그건 프로에서 하는 일이죠.

가르치는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스스로 재능에 한계를 느끼고 흥미를 잃은 선수들도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에도 지도자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보고 스스로가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할 때 부모님과 충분한 상담을 거쳐 아름답게 이별을 해야 합니다. 다른 길에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면서 말이죠. 야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더 잘 어울리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주어야 합니다. 야구에 대한 회의감과 스스로에 대한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잘 배려하면서요.

​또 하나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것은 매번 좋은 선수들로 좋은 성적만을 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부족하고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선수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솔직히 재능 있는 선수들과 하는 야구가 재밌습니다. 그 선수들 덕에 자꾸 이기면 자랑도 되고요. 사실 그런 선수들은 손댈 것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 선수는 제가 아닌 다른 분에게 지도를 받았어도 잘했을 친구들입니다. 잘하는 선수를 더 잘 만들어 보겠다며 욕심을 부렸다가 망가뜨린 경우도 많습니다.

​지도자 생활 초창기에는 잘하는 선수와 부족한 선수를 비교하며 선수들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바보 같고 한심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잘하는 선수는 내 지도에 잘 따라주었기 때문에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 자만과 착각이었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 당시 다소 부족했던 아이들, 그래서 저에게 늘 뒷전이었던 아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스스로가 너무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아이들을 지도할 때 어떻게 하면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잘하는 선수를 지도할 때처럼 말이죠. 의무감이나 동정심이 아니라 가르치는 일 자체에서 즐거움을 찾아보려 여러 시도를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많은 변화가 저절로 일어났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아이들이 너무너무 즐거워했습 니다. 그때 깨우쳤습니다. ‘아! 내가 재미없는 것은 아이들도 재미없어 하는구나. 내가 즐겁게 하니까 이이들도 즐겁게 하는구나.’

​지도자는 고쳐주는 사람이 아니라 도와주는 사람

​수업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투수가 상체가 앞으로 나간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너는 상체가 먼저 나가. 뒤에 중심을 두고 던져야 해.” 이렇게 말을 해주어도 계속 앞으로 나갑니다. “상체 나가지 말라고 했지? 하체가 중요하다고 했지? 말 안 들어? 뒤에 더 잡아 놓고 ‘하나! 둘!’ 하면서 ‘둘’을 길게 하라고!” 이렇게 다그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저도 이게 올바른 지도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지도가 아닌가요? 야구 좀 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지나가는 누구라도 그 정도는 말해 줄 수 있습니다. 안 된다고 혼내고, 자기 말 안 듣는다고 혼내고, 기본기 없다고 다시 배우고 오라고 혼내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마치 권투선수가 링 위에서 줄기차게 두드려 맞고 있는데 덜 맞는 방법을 조언해 주는 것이 아니라 “피해! 숙여! 가드 올려!” 라고만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엄청나게 맞고 다운까지 당하고 들어온 선수에게 말이죠. 정말 부끄러운 말입니다.

​상체가 나간다는 진단은 누구나 내려줄 수 있습니다. 선수 본인도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상체가 먼저 나가는 원인은 선수마다 다양할 겁니다. 신체구조도 다르고, 가지고 있는 힘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처방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가 진단을 하고 처방을 내려준다고 해서 금방 좋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선수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연구하고 노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지도자의 역할인데 그걸 고쳐 주는 게 지도라고 생각했던 게 저의 큰 오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작이나 기술지도를 할 때 다음의 3가지를 꼭 생각합니다.

첫째, 스스로 꼭 고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려준다
둘째, 고쳐보고 싶다고 하니 도와주는 것이다. 내 방식대로만 선수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셋째, 스스로 연구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준다.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이런 말을 해주는 편입니다. “너만의 변화구 무기를 만들어 봐라.” “다음 연습경기 때 너를 마운드에 올릴 거야.” “몇 킬로 까지 구속을 올려보자.” 선수는 이런 말을 들으면 스스로 연구하고 노력하게 됩니다.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반대였습니다. “기본이 먼저 되어야지. 저기 가서 기본기 연습이나 해.” “직구나 잘 던져야지. 스트라이크도 던질 줄 모르는데 무슨 시합이야!” 이렇게 다그치곤 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제대로 연습을 하지 않는 선수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럼 이런 선수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수가 필요한 연습을 하게끔 만드는 게 올바른 지도이지 않겠습니까? 시키는 대로 하는 선수만 내 방식대로 가르쳐 주는 게 지도는 아닐 겁니다.

​선수의 어려움을 공감해 주고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말하는 지시형 지도는 요즘 아이들에게 잘 통하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반감이 들어 삐딱 하게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 시대의 아이들은 개성이 강하고 자기생각이 확실합니다. 감독과 코치가 무섭고 어려워서 야구부에서만 표출을 덜할 뿐이죠. “야!! 너는 이거 해.” “너는 말 안 들었으니 끝!” 이러면서 될 때까지 때리면서 만들고, 주입식으로 일방적으로 강요하면서 결과만 만들 수 있다면 모든 게 허용되는 그런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별것도 아닌 제가 원고 부탁을 받고 주저리 주저리 제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새롭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즐겁게! FUN!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고요. 좋은 추억과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 시기를 희망합니다. 자기 자신이 즐거워야 아이들도 즐거운 것이니까요.

​글 : 양윤희 (광주 서석초등학교 감독)
“오늘은 누군가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라는 삶의 모토를 가지고 매일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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