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야구장과 감독님 추억
점심약속 때문에 분당에 왔다가 추억의 장소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냥 저렇게 원래부터 있던 야구장인 것 같지만 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분들의 애씀이 있었습니다. 당시 감독님과 부모님들은 시청과 구청을 수시로 드나들며 관련 공무원들을 만나 야구장을 만들어주십사 부탁을 드리곤 했습니다. 3년여에 걸친 부모님들의 노력과 길건너 공원의 울퉁불퉁한 흙바닥에서 야구를 하는 아이들의 처지를 딱하게 여기신 김해숙 시의원님의 관심으로 야구장 한켠에 리틀야구 전용구장이 들어서게 되었죠.
그런데 애를 쓰신 부모님들의 자녀들은 막상 이곳에서 야구 한번 못해보고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독님도 야구장이 생기기 직전에 고등학교 야구부로 자리를 옮기셨구요. 제가 누리는 거의 모든 것들이 이렇듯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의 노고 덕분임을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들은 중고등학교를 지나며 한두 명씩 야구를 그만두더니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지금, 계속 야구를 하고 있는 친구는 2명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 녀석은 농구로, 또 한 녀석은 배구로 종목을 바꿔서 대학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머지 녀석들은 수능을 보았을테구요. 야구를 계속 하고 있다고 해서 성공이며, 중간에 그만두었다고 해서 실패는 당연히 아닐겁니다.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순서를 바꿔가며 경험하는 것일 뿐이겠죠.
지난 주에는 감독님께 인사를 드리러 다녀왔습니다. 아들은 리틀야구를 하는 동안 훈련을 가고 싶지 않은 적은 당연히 있었지만 감독님이 무서워서 그런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문득 첫 번째 동계훈련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감독님께서는 부산으로 직접 차를 몰고 전지훈련을 떠나셨는데요. 당시만 해도 부모님들 모두 야구부 문화를 잘 모르던 시절이라 아무도 훈련을 돕기 위해 따라가지 않았었습니다.
일주일 후에 밥이나 사주러 가자며 부모님들이 봉고차 한대 빌려서 내려가 보니 애들이 정말 거지꼴이더군요.^^ 감독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아무도 안오실 줄 몰랐데이..”
감독님께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제자를 위해 글러브에 이름을 새겨 선물해 주셨습니다. 마음 심 자를 크게 새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