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호르몬 주사의 위험
주변에 보면 야구하는 아이의 키가 작아 고민인 부모님들 꽤 많으신 것 같습니다. 요즘은 더더욱 하드웨어(신체조건)를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니까요.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오승원교수님께서 성장호르몬 주사에 대해 쓰신 글이 눈에 띄어 옮겨왔습니다. 치료 목적이 아닌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주사치료는 장기적으로 볼 때 해로울 수 있다는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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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 연구진은 어려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은 아이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성인이 되었을 때 뇌출혈 위험이 3.5-7배까지 높아진다고 보고했습니다.
성장호르몬 치료의 장기적인 부작용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바가 없고, 비교적 안전한 치료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성장호르몬 부족증’이 아닌 ‘특발성 저신장(단순히 키가 작은 것)’에 대한 치료 목적으로 훨씬 더 많이 쓰이고 있고, 점점 더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좀더 신중한, 제한적인 치료가 필요하겠습니다.
아래는 성장호르몬 치료의 득실에 대해 정리된 리뷰의 일부분을 옮겨왔습니다.
– 효과가 있더라도 성장호르몬 결핍, 터너증후군 등 본래 적응증에 비해서 신장 증대 정도는 작으며 보고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5~7cm의 최종 신장 증가를 위해서 2~3년 이상의 치료기간이 필요하다.
– 치료비용적 측면에서 국내의 성장호르몬 치료 비용은 보헙급여 적용이 되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만성신부전, 터너 증후군의 경우에는 체중 30kg을 기준으로 할 때 1년에 300~400만원 정도이나 보험 적용이 안되는 특발성 저신장증은 이보다 약 3배 정도의 1,000~1,200만원이 소요되므로 비용대비 신장증가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 저신장 소아가 가질 수 있는 키에 대한 열등감, 자신감 결여 등의 심리적 문제에 대하여 성장호르몬 치료로 기대되는 심리적 만족감의 회복은 과거의 연구에서 나타난 것처럼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최근 보고되고 있으며, 오히려 거의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것이 소아들에게 정신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 또한 윤리적인 측면으로 병적이지 않은 정상 저신장 소아를 성장호르몬 치료를 통하여 억지로 키를 키우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 경제적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는 아동들과의 차별 문제,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는 큰 키를 선호하는 외모지상주의(“heightism”) 등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 단순히 남보다 키를 더 크게 하기 위해 성장호르몬 치료가 남용되어서는 안되며 극심한 저신장, 환자나 부모가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 성장 기대 정도 등을 고려하여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