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한 아이를 바로 혼내면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 청구초 손용근 감독님 인터뷰 02 –
Q 특별히 경기 중에는 아이들에게 주문을 하지 않으시는 것 같던데요.
A 아이들한테 경기 중에는 가르치려고 하지 않습니다. 단지 경기를 즐기라고 합니다. 딴청을 피운다든지 먼산을 바라본다든지 하면 간혹 뭐라고 하지만 즐기면서 하는 것이 아이들이 경기에 집중하는데 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Q 야구라는 것이 실수와 좌절로 점철된 운동이잖아요. 3할타자도 7번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류현진 투수도 자기가 공을 10개 던지면 맘에 드는 공은 3개 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끊임없이 실수들에 반응해나가는 운동인데, 아이들이 실수를 한다거나 어이없는 플레이를 했을 때 조언하는 방법이 있으신지요?
A 경기가 끝난 그날은 하지 않습니다. 그 다음날이나 연습을 할 때 이야기합니다. 경기가 끝난 날에는 아무리 이야기하고 가르치려고 해도 아이가 받아들이질 않습니다. 자기가 잘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 머릿속에 들어가질 않습니다. 시합이 끝나고 다음날이라든지 2,3일 지난 후 연습할 때 그 상황에서의 실수를 알려주면 더 잘 받아들입니다.
Q 그런 방식이 일선 지도자분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은 아닌데요.
A 예전에 펑고를 쳐주다가 실수를 하면 걔를 불러서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를 전달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얼굴이 하얘지더라구요. 그래서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펑고를 치다가 아이들이 못잡고 실수하면 오라고 하지 않고 그냥 멀리서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가까이에서 감독한테 혼날 때와 멀리서 소리만 들을 때가 다릅니다. 가까이에선 긴장이 되기 때문에 아이한테 자세가 어떻고 하는 얘기를 전달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아이는 잘못한 것만 머릿속에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경기 중에 실수를 하더라도 나중에 2,3일 지나서 이야기를 해주려고 합니다. 펑고를 칠 때도 절대 불러서 야단을 치지는 않습니다.
Q 실수를 했을 경우 아이들을 바로 교체시키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특히 연습경기 같은 경우, 그 자리에서 심하게 나무라기도 하고, 경기에서 빼서 런닝만을 시키기도 하는데요..
A 저는 투수가 시합 때 그 이닝에 10점을 줘도 내버려둡니다. 이닝이 끝날 때까지 무조건 놔둡니다. 점수를 많이 줬다고 아이를 빼면 그 아이는 자신감을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10점을 주든 20점을 주든 그 이닝을 자기의 힘으로 마치면 아이는 다시 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Q 그런 과정에서 아이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A 아이들이 많이 달라집니다. 어떤 강한 믿음이 생기는 것이죠. ‘내가 이렇게 해도 감독님이 바꾸지 않는다’라는 믿음이 자리잡고 그것을 발판으로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 반박하는 분들은 ‘아이들이 자신 없어 하는데 그냥 놔두면 되냐?’고 하는데요, 저는 다른 상황이라고 봅니다. 갈 수 있는 고지가 있다면, 기어가든 뛰어가든 아이들에게 갈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합니다. 너는 못가니까 내려오라고 하는 것은 아니죠. 기다림이 없습니다.(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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