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실수에 대한 부모의 태도
(2014년 가을에 스포사 피트니스에서 진행된 강연을 정리한 글입니다.)
저도 아이가 야구를 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아이를 야구시키는 경험은 여기 계신 부모님들이 더 많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제가 이승엽, 박지성 아버지도 아니구요. 그냥 제가 공부한 내용들, 제가 아들에게 했던 실수들을 가볍게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줄곧 스포츠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맨날 야구만 봤으니까 아들도 야구를 하게 되었겠죠? 그리고 저는 인간의 의식현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관련된 일을 하기도 했구요. 의식이라면 좀 어렵죠. 그냥 마음이라고 이해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느낌, 생각, 감정 이런 것들이죠.
아들이 야구를 하면서 저는 조금 더 진지하게 야구장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 아들이 야구를 시작할 때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습니다.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 많은 감독, 코치님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과 행동들, 관중석에서 부모들이 보여주는 태도에 많이 놀랐습니다. 아이들은 언제 가장 잘 배우는가 하는 주제와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연구된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맥락들이 아이들의 야구장에서는 거의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한심했던 것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아이가 저학년이라 벤치에 있을 때는 상관없었는데 고학년이 되고 경기를 뛰면서 저도 아이에게 이런저런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충격을 먹었던 부모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이 변해가는 것이 문득 느껴지더라구요.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부모로서 아이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하면 좋겠다, 이렇게 해라고 하면 아이가 탁 받아들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가르침과 배움이 언제나 비례관계에 있지는 않습니다. 이를테면 여기 계신 분도 제가 이야기를 할 때 어떤 분은 팔짱을 끼며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계실 거구요. 또 어떤 분은 뭐라도 하나 배우고자 하는 자세로 듣고 계실 겁니다. 제가 같은 말을 해도 두 분이 받아들이는 내용은 다르겠지요. 아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감독, 코치님, 부모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들녀석에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시점에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운동하며 가장 좋았던 기억하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을 한가지만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아들이 이야기한게 좋았던 것은 감독님에 관한 기억이었고, 안좋았던 것은 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는 가급적 훈련을 덜시키는 곳에서 운동을 시키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좀 부드러운 분을 찾고 싶었습니다. 좋은 사례라고 생각하니까 실명을 밝히겠습니다. 지금 부산고 감독이신 박유모감독님께서 당시에 리틀 감독님이셨는데요. 아들이 좋았던 기억으로 어느 대회의 결승에서 삼진을 잡고 덕아웃으로 들어오는데 감독님께서 팔짱을 딱 끼고 씩 웃어주시던 장면을 꼽았습니다. 홈런을 치거나 대단한 플레이를 한 장면을 떠올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순간 감독님을 기쁘게 해드렸구나 하는 생각에 굉장히 뭉클했다고 합니다. 감독님은 아이들이 실수를 한다고 빼거나 야단을 치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 볼넷을 연속으로 내주며 밀어내기 실점을 한 아이에게도 소리를 지르는 법이 없으셨어요. 조용히 웃으며 마운드에 올라가셔서 사색이 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바꿔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참 쉽지 않은데, 감정 컨트롤이 좋으셨던 분이었습니다. 아무튼 그 기억이 가장 좋았다고 하구요.
안좋았던 기억은 저에 관한 건데요. 어느 대회 결승에서 1점 지고 있는 상황의 찬스에서 아들이 타자로 나왔습니다. 부모 입장에서야 홈런이나 안타를 쳐주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있지요. 사실 대개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야구를 실패의 게임loser’s game이라고 하죠. 타자는 잘쳐야 3할이구요. 류현진 선수도 10개를 던지면 자신의 맘에 드는 공은 3개도 안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실패를 끊임없이 교정해가는 운동인 것이죠. 어쨌든 그 타석에서 아들은 유격수 땅볼을 쳐서 점수를 얻어주지 못했습니다. 시합이 열린 곳이 지방의 간이구장이라 벤치 바로 옆에 관람석이 있었는데요. 제가 속상해서 “아.. 자식 이럴때 못해주네.” 하면서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아들이 오만상을 쓰며 헬멧을 벗고 앞을 지나가더라구요. 순간 애가 내 이야기를 들었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저는 그 기억을 금방 잊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서 아들로부터 직접 그 이야기를 들은거죠. 그때 정말 안타를 못쳐서 죽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그 애기를 해서 정말 괴로웠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후회스러웠습니다. 아들에게는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앞서 최원호 위원님이 하신 말씀은 아이들의 물리적 안전에 관한 부분이라면 제가 드리는 말씀은 심리적 안전에 관한 부분입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도 나왔지만 안전이 우리가 생각한 이상으로 중요한 이슈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심리나 상담을 전공하신 분은 아시겠지만 머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에서 가장 밑바닥에 깔려있는게 안전입니다. 성장이 이루어지려면 안전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좋은 경기장에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는 법이지요. 슬라이딩을 해도 다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을 때 몸을 내던질 수 있구요. 외야수 같은 경우도 펜스에 부딪혀도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날리게 되겠죠. 최원호 위원님 말씀하신 여러 이론들을 선수가 직접 습득해서 ‘아. 내가 이렇게 던지면 다치지 않겠구나’라는 확신이 있을 때 더 밀도있는 연습을 통한 성장이 가능할 겁니다.
물리적 안전에 대해서는 그나마 관심이 조금 생기는 것 같은데 심리적 안전에는 아직까지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린 저의 사례도 사실 물리적 상처와 같은 심리적 상처를 아들에게 남겨준 셈입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분들 사이에서는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이슈들입니다. 몸의 상처는 오히려 금방 아물지만 마음에 각인된 상처는 평생을 가기도 합니다. 중간에 운동을 그만둔 선수들이 두번 다시 공은 쳐다보기도 싫다고 가끔 이야기하는 것들을 무시해선 안됩니다.
우리가 보통 많이 듣는 이야기 중에 칭찬같은 것도 많이 하라고 하지만 칭찬도 그렇게 쉽게 막 할 것은 아니라는 연구와 실험 결과들도 요즘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애가 좀 잘한다 싶으면 이런 말들 많이 하시잖아요? “야. 우리 아들 메이저리그 가겠네, 이번 대회에 홈런 다섯 개는 치는거야?” 저도 좀 했던 것 같구요. 이런 말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런 미래에 대한 거창한 생각 없이 야구가 즐거워서 할 때 오히려 그런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지요. EBS 교육관련 다큐를 보면 그런 내용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부담감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 못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습니다.
다음은 제가 운영하는 <우리 아이는 야구선수> 카페에 올라온 어느 부모님의 질문입니다. 질문이라기 보다는 고충을 털어놓으신 거라고 느껴집니다.
“며칠 전 아이가 경기를 말아먹었습니다. 물론 좋은 점만 얘기하고 격려를 많이 해 주었죠. 근데 아내는 조목조목 정확하게 잘못한 부분은 아이에게 얘기를 해주어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야 책임감이 생기고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다구요. 저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격려가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 쪽에 모자 쓴 고등학생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실수를 하면 일단 어떤 생각이 드나요? (창피하고, 동료들한테 미안합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알아보기 위해 공부를 하다보니 우리나라는 이런 쪽으로 탐구된 것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특히 운동 쪽으로 적용되어서 연구된 것들이 별로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자료들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요. 미국에서 대학과 프로에 진출한 엘리트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30여년에 걸쳐 조사한 자료 중에 재미있는게 있었습니다. 그 선수들에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운동을 하며 가장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은 무엇인가요?”
삼진을 먹은 것도, 결정적인 에러를 한 것도 아니고 바로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이었다고 합니다. 다들 공감하는 표정이시네요. 경기가 끝나고 잘못하면 차 안에서 얼마나 잔소리를 해댑니까? 엄마가 한번, 아빠가 한번. 저도 그런 짓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아들이 4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일 때문에 시합을 보질 못했고 경기가 끝날 때쯤 다른 부모님께 궁금해서 전화로 여쭤봤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말씀하시는 뉘앙스가 왠지 저희 아들이 경기를 좀 말아먹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러니까 너무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아이가 차에 타자마자 꼬치꼬치 묻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잘 이야기를 못하더라구요. “아빠가 화를 내려는 게 아니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편하게 그냥 이야기해봐”라고 했지만 말을 잘 못했어요. 이야기하기 싫었거나 무의식적으로 잊고 싶었거나 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같이 차에 태워온 친구랑 진술이 엇갈렸어요. 한 놈은 만루라고 하고 한 놈은 1,2루였다고 하며 갈팡질팡 이야기를 듣는데 막 화가 치솟더라구요. 점점 안에서는 마그마가 분출되기 시작하고 “아빠가 화를 내려고 하는게 아니잖아!”라고 목소리는 높아지며 이미 화를 내는 우스운 상황이었죠. 아이는 더더욱 이야기를 못했습니다. 그때 아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던 장면을 떠올리면 제가 무슨 짓을 했나 싶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가 받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아.. 우리 아빠는 내가 잘하면 좋아하고 못하면 싫어하는구나.’ 부모가 하는 말의 내용이 아니라 아이가 그것을 어떻게 느끼느냐가 더욱 중요하거든요. 어느 순간인가 아이에게 화를 내고 나서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르더군요. “나는 왜 아이가 못하는데 화가 날까?” 아이가 삼진을 먹거나 에러를 할 때 화가 나는 저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게 여겨졌습니다. 나는 왜 우리 아들이 야구를 못하면 화가 날까? 그 순간 가장 힘들어하는 아들에게 따뜻한 품이 되어 주지는 못할 지언정 왜 화가 날까?
청구초등학교 야구부에 손용근 감독님이라고 계십니다. 이병규, 박명환같은 선수들이 손감독님의 제자인데요. 아이들만 30년 넘게 가르치고 계십니다. 손감독님께서 아이들의 실수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아이가 경기에서 실수를 하면 그날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 다음날이나 연습을 할 때 이야기합니다. 경기가 끝난 날에는 아무리 이야기하고 가르치려고 해도 아이가 받아들이질 않습니다. 자기가 잘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 머릿속에 들어가질 않습니다. 시합이 끝나고 다음날이라든지 2,3일 지난 후 연습할 때 그 상황에서의 실수를 알려주면 더 잘 받아들입니다.”
손감독님은 왜 아이가 실수를 하면 바로 가르치지 않으실까요? 이에 대해서는 뇌과학의 관점을 한번 소개해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 뇌과학이나 신경과학 분야에서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배움의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뇌의 구조를 가지고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뇌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제일 안쪽에 있는 부분이 파충류뇌입니다. 뇌간이라고도 하구요. 생명과 안전을 관장하는 영역입니다. 그 바깥을 원시포유류뇌가 감싸고 있는데요. 변연계라고도 하고 주로 감정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가장 바깥에 분포되어 있고 가장 크게 발달한 부분이 신생포유류뇌라고 해서 신피질 영역입니다. 전두엽 등이 있어 사고, 이성 등을 일으킵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부분이죠.
배움이 활발하게 일어날 때는 뇌간과 변연계는 잘 활동하지 않습니다. 신피질이 활발하게 돌아갑니다. 생각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일어납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감정에 확 사로잡히게 되면 신피질에 쏟아지는 에너지가 변연계, 뇌간으로 급속히 후퇴합니다. <인간의 두뇌와 학습> 저자인 레슬리 하트는 이러한 자기방어적 반응을 ‘저속기어전환downshifting’이라고 불렀습니다. 본능적으로 자기 방어를 위해 움직이는 것입니다. 실수를 한 선수는 한동안 이성적인 사고를 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어린 친구들일수록 더욱 감정에 매몰되죠. ‘창피하다. 감독님께 혼나겠다. 나 때문에 경기에서 졌어.’ 이런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런 우스개소리도 있죠. 죽으려고 절벽에 올라가는데 저 위에서 큰 돌이 굴러 내려오니까 자기도 모르게 피하면서 ‘아이고 죽을뻔했네’ 했다는.. 머리로는, 이성적으로는 죽으려고 해서 올라갔는데 온 몸에 각인된 생존본능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저절로 움직인 것이죠.
이렇듯 어떤 감정에 휩싸여있을 때는 자기를 방어하는데 에너지가 쓰이기 때문에 배움이라고 하는 것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배움은 감정이 돌보아진 상태에서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죠. 저희 지도자분들은 어릴 때부터 일방적인 환경, 좀 거칠게 표현하면 폭력적인 환경에서 야구를 배우신 분들이 대부분이죠. 누구나 자신이 배운 것에서 벗어나기는 어렵잖아요? 부모님들만이라도 이런 부분을 이해를 해주셔서 아이에게 바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일단 좀 보듬어 주고 조금 시간이 지나고 말씀을 나누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사실 미국과 유럽의 대부분 유소년스포츠 코칭교본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다루는 내용입니다. 가르치기 전에 먼저 감정을 돌보기. 미국리틀야구연맹의 홈페이지에도 보면 이 부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배울 수 있는 상태에서 가르치라는 것이죠. 최근에 바르셀로나 유스팀의 이승우선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는데요.우리 지도자분들은 슛을 쏠 타이밍에 안쏘면 혼을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스페인에서는 감독의 지시대로 안해도 혼나지 않았다고 해요. ‘아. 내가 꼭 감독님 지시대로 안해도 혼나지 않는구나.’ 하는 안심이 선수의 마음에 자리잡은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창조적인 플레이를 모험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고 잠재력을 더욱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야구는클러치상황이 많이 벌어지는데요. Proactive Coaching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는 선수가 결정적인 상황에서 긴장을 하는 이유로 아래의 세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첫째는 긴장된 상황을 염두에 둔 훈련을 경기 전에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앞서 최원호 위원님께서 말씀하신, 경기를 많이 해야 한다는 맥락과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게임만큼 긴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상황은 없으니까요. 둘째는 과거에 비슷한 상황에서 잘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이 우리 부모들과 관련이 있는 이유인데요, 실수를 했을 때 팀원, 코치, 부모의 반응이 부정적이고 비판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상황이 다시 왔을 때 겁부터 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경험은 몸과 마음의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됩니다. 심리학 쪽에서는 조건화, 프로그래밍화 된다고 표현합니다. 실수를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이 부정적이고 책망이나 비난을 받게 되면 당연히 비슷한 상황에서 두려움이 저절로 일어나게 됩니다.
특히 야구가 그런 면이 더욱 강하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스포츠를 승자의 게임winner’s game과 패자의 게임loser’s game으로 나누기도 하는데요. 육상이나 수영 내지는 격투기 종목들 처럼 선수와 팀의 전투력이 직접적으로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종목을 승자의 게임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골프나 야구처럼 실수를 줄이는 것이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운동, 즉 심리적인 메카니즘이 훨씬 중요한 운동을 패자의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주식투자도 대표적인 패자의 게임으로 분류되지요. 다들 감정에 사로잡혀 실수를 했던 경험 있으시죠? 실수를 어떻게 대하느냐, 어떻게 빨리 잊고 다음 플레이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실제 야구는 3시간 정도의 경기 시간 중 실제 경기가 벌어지는 시간은 15분 내외라고 합니다. 나머지는 데드타임이라고 해서 뭔가 플레이가 진행되지는 않지만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지요. 그래서 축구처럼 끊임없이 뛰면서 마음은 한가한 종목과는 다르게 생각과 감정이 불쑥불쑥 솟구치는 일이 계속 일어납니다. 골프에서는 그래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프리샷루틴을 중요하게 다루고, 야구도 타자나 투수의 루틴을 준비해서 머리를 청소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 부모들이 아이의 실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훗날 클러치상황에서 얼마나 긴장하는지가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오랜 프로생활을 하시고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하시며 미국고등학교 야구부를 가르치고 계신 이종열 코치님도 비슷한 맥락으로 말씀을 하십니다. 이코치님이 NC구단의 애리조나 가을캠프에 코치로 초빙을 받아서 잠깐 선수들을 가르치는데 강민국선수가 한 경기에서 4개의 에러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이 때 이코치님은 일반적인 코치들과는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수비에서 실수를 한 선수는 누구나 당황하게 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실수가 반복되면 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밀려 온다. 그것은 코치가 굳이 지적하지 않아도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며 본능이다. 경기를 마친 후 이현곤 코치와 나는 오늘 실수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하지 말고, 또한 경기를 마친 후 나머지 연습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 후 연습을 시키면 선수는 분명히 야단 맞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결코 선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민국 선수는 아무런 지적도 받지 않았고, 나머지 훈련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성장하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실수한 아이를 그냥 지켜본다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저도 잘 안될 때가 많구요. 그런데 제가 몇 번 그런 노력을 하니 새로운 현상이 일어났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조금 미루고 있으면 하루 이틀 지나 본인이 먼저 말을 꺼내더군요. 혼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생겼는지 실수한거나 삼진 먹은거에 대해 웃으며 이야기를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트레버 호프만 (역대 세이브 2위의 마무리 투수)
“아버지는 다른 무엇보다 저희 형제를 아무 조건없이 사랑해 주셨어요. 언듯 보면 별다른 교훈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저의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위대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인내심을 가지고 저희를 지켜봐 주셨죠.”
맷 할러데이 (세인트루이스 4번타자)
“아버지는 야구에 관해서 저를 푸쉬하신 적이 한번도 없으셨습니다. 그냥 무엇이 되었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길 바라셨어요.”
데릭 지터 (미국 프로스포츠의 아이콘)
“한번은 제가 경기에서 지고 화가 나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야구 그만두고 테니스나 쳐야겠다. 넌 팀스포츠를 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구나.”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 순간이었습니다.”
존 래키 (세인트루이스 선발투수)
“아버지는 칭찬을 막 해주시는 분은 아니셨습니다. 그저 이런 식이셨어요.’어제 잘 던지더라?’ 아버지는 저의 동작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말씀을 하지 않으셨어요. 코치님들께 맡기셨죠. 아버지는 언제나 저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에반 롱고리아 (템파베이 프랜차이즈 스타)
“아버지는 제가 자라오면서 뭘 하라고 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해주셨죠. 제가 야구를 아주 어린 나이에 하겠다고 할 때도 저를 그냥 지지해 주셨어요.”
그레그 매덕스 (콘트롤의 마법사, 명예의 전당 투수)
“아버지께서 저에게 남겨주신 최고의 가르침은 제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스스로의 힘으로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죠. 아버지로서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정말 대단한 분이셨죠.”
“12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자신이 아는 것은 다 알려주었다고 말씀하시고는 이제부터는 코치님들께 배우라고 하셨어요. 그때부터는 저에게 일절 가르치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무조건 코치님들의 의견을 따르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언제나 제가 하는 모든 경기와 함께 하셨죠.”
조 마우어 (미네소타 포수)
“아버지는 저에게 모든 타석에서 안타를 칠 수는 없는 거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야구는 실패의 게임이라고 늘 말씀하셨죠. 그저 최선을 다하고 더 나아지려고 계속 노력하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이크 피비 (샌프란시스코 선발투수)
“저는 중산층 블루칼라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최선을 다하는 삶의 모습을 본보기로 보여주셨습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시면서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쓰셨죠. 무엇을 하려고 하든지 삶에서 최선을 다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로부터 배웠습니다.”
커트 실링 (핏빛 투혼의 상징)
“아버지께서 제게 원하셨던 것은 그저 저의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셨죠. 언제나 그런 태도로 저를 가르치셨어요. 저는 언제나 이기기를 원했지만 그것이 저의 우선순위는 아니었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아버지로부터 배운 교훈, 즉 게임을 올바른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임하는 것이었습니다.”
치퍼 존스 (애틀란타의 상징)
“아버지와 저는 지금도 일주일에 두세번은 통화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슬럼프에 빠졌다 싶으면 코치님께서 다가와서 아버지한테 전화를 드려보면 어떻겠냐고 말씀을 하시죠. 아버지가 어느 누구보다 저의 스윙을 잘 아시니까요.”제가 주제넘게 이런저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 역시 아직도 많은 실수를 하고 있고 저의 실수를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아들이 매일 성장하는 것 못지않게 저 또한 성장하는 것을 느낍니다. 여전히 경기때마다 올라오는 온갖 것들을 참기는 어렵구요. 그럴때마다 저 자신에게 질문을 계속 던집니다. ‘왜 아이가 야구를 못하면 화가 날까?’ 그러면 제 마음 한구석에서 아들에 대한 저의 과도한 기대가 잡힙니다.
“당신의 자녀가 스포츠를 얼마나 잘하고 못하는지가 당신이 어떤 부모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이 어떤 부모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선수가 배움을 잘 받아들이고, 게임을 존중하며, 좋은 동료가 되고, 정신적으로 강인하며, 실패나 실수로부터 바로 일어서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서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많은.공감이가는 이야기네요 아무리 마음을 다잡으려해도 안될때가. 많은것같습니다. 저희아들은 이제5학년이됩니다. 근데 야구의야자도. 모르던제가. 아이야구를 시키면서 너무많은걸. 놓친것같습니다. 이럴때 이렇게 해줄걸. 좀더 신경써주지못한것에 대한 후회, 많이 배워야겠어요
공감이 되셨다니 감사드립니다. 저도 여전히 계속 실수하면서 가는 중입니다. 쉬운 길이 아닌 것 같아요. ^^
좋은글 같네요 ^^저희아이도 테니스를 접하게 되어 하고있는데 잘하는것 같으면서도 기본이 이리저리 바뀌니 실 력도 그렇고 어떻게 해야되는지 모르겠어요 아직3학년이라 좋타고 하면서도 놀고도 싶어하고 시간이아직 들쑥날쑥이라 어떻게 선택을 해야할지 정말모르겠어요 운동땜에 공부도 힘들어하고 참 어떤 운동이든 쉬운건 없는것 같아요
참 좋은글 이네요 저도 3학년 딸아이를 테니스를 어떻게 접하게되어 운동시키고 있는 부모입니다 첨엔 잼있어하고 공부도 뒷전이었는데 맘이 급한걸 까요 기본자세부터 배우는게 왜이리 힘이드는지 잘 치는것 같으면서도 자세가 흩어지고 또 아직 실력 이 안되서 지고만 오지만 시간이 없어 놀고싶어 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요 운동신경이 좋은편이라 시켜보긴 했지만 물어보면 힘들다고는 하면서 어떤게 믽는건지
저도 무엇이 맞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부모도 아이와 함께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나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
정말 좋은글입니다. 저를 반성하게 되네요..믿어준다 말만했지 실제로는 믿음이 없었네요..
아이에게 오히려 부담과 스트레스를 준것 같네요. 이 글을 읽었으니 노력하는 부모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