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트레이닝 VS 독이 되는 트레이닝

김병곤 박사님의 강의를 글로 정리하였습니다. 야구라는 운동에 필요한 트레이닝이 무엇인지 짚어주고 계십니다. 

약이 되는 트레이닝 VS 독이 되는 트레이닝

저도 센터에 오는 선수들을 대하다 보면 제가 심리를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픈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감정을 교감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운동을 들어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선수의 아픔을 함께 느끼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제가 준비한 것은 트레이닝은 때로는 약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는 내용입니다. 트레이닝을 세상에 나와 있는 동작을 가지고 아무렇게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쿼트를 그냥 앉았다 일어나며 하면 되는게 아니라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약이 실제 약이 되느냐 독이 되느냐도 용량의 차이라고 하지요. 양면성을 지닙니다. 운동도 정확한 동작을 입혀줘야 더욱 발전된 동작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스포츠에 필요한 요소를 대개 세 가지 정도로 나눕니다.

대표적인 파워스포츠가 야구입니다. 류현진, 이대호선수 같은 체구에도 야구를 잘할 수 있는 이유는 야구가 파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체력적인 면 중에서 파워가 90%를 차지합니다. 나머지 10%는 파워를 보조할 만큼만 있으면 됩니다. 아마츄어나 프로나 비슷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파워를 향상시키기 위한 운동을 하면 조금 덜 힘들어 보입니다. 그래서 지도자나 부모님들은 그 모습을 싫어합니다. 선수가 호흡을 헐떡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해요. 왜냐면 그래야 운동을 하는 것 같은 느낌, 잘 가르친 것 같은 느낌을 주거든요. 이런 모습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유산소운동, 즉, 오랫동안 장거리운동을 통해 체력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단 10%에 불과합니다, 야구공이 방망이에 맞아서 땅에 떨어지는 시간은 6초가 채 안걸립니다. 그래서 야수도 50미터 이상을 빠르게 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50미터 내의 거리만 잘 뛰면 되는거죠.힘, 스피드, 지구력의 관점으로 몇 가지 스포츠로 예를 들어볼까요.

스피드도 필요 없고 딱 파워만 필요한 운동이 있는데 바로 역도입니다. 또 처음부터 끝까지 지구력만 필요한 운동은 마라톤이구요. 축구의 경우는 힘은 그다지 필요없고 지구력과 스피드, 이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이건 운동의 지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 아이가 축구를 한다면 지구력에 반, 스피드에 반 초점을 맞춰 운동을 시키면 됩니다.

야구는 지구력하고는 거의 관련이 없습니다. 파워와 스피드가 필요한 것이 야구죠. 이런 말씀을 드리면 “팀에서 그렇게 안시키는데 어떡합니까?”라고 묻습니다. 저는 그러면 그건 상황이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따라하되 그 안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으라고 이야기해 드립니다 .환경이 그렇다고 해서 내 몸을 그대로 놔두면 안되잖아요.

제가 프로팀의 트레이너로 일할때 이런 부분을 가지고 많이 부딪히고 논쟁을 했었습니다. 어떤 선수가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쳤어요. 치고 나서 당연히 다리가 풀리죠. 선수가 휘청휘청하니까 3루타를 치고도 지치지 않게 트레이닝을 해달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3루타가 몇 번 나오나요? 거의 안나오거든요. 1년에 정말 몇 개 안나오죠. 그래서 제가 지도자 분들과 자주 싸우다 보니 설득을 해보려고 직접 조사를 좀 해봤습니다. 전 시즌의 야수자료를 모아서 엑셀로 정리를 했어요. 그랬더니 1루타가 78%, 2루타 14%, 3루타가 1% 그리고 홈런이 7%더군요. 요점을 말씀드리면 정근우, 이대형 같은 선수들 빼고는 3루까지 그다지 잘 뛸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래도 잘 안먹혔어요. 그냥 그 상황이 싫으셨나봐요.

이를테면 제조업이라고 하면 공장에 라인을 많이 투입하면 많이 만들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업과는 다르게 야구를 하는 행위자는 생명체죠. 적절히 움직이고 적절히 쉬어야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팀을 운영하시는 분이 선수를 냉장고 만드는 것처럼 생각하니까 문제가 생깁니다. TV를 밤새 돌리면 두 배로 만들 수 있지만 야구는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훈련만 많이 한다고 잘하는게 아니라고 말씀드리면 논쟁을 많이 했었습니다.

야구를 위한 트레이닝에서 가장 정점에 위치하는 것이 기술입니다. 그런데 기술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가 필요합니다.

가장 밑바닥에 갖추어야 할 것이 바로 유연성, 안정성, 가동성입니다. 가동성이라고 하면 관절의 유동성이죠. 이러한 바탕에서 기능적 움직임을 추구해야 합니다. 스트레칭은 유연한데 막상 던지고 칠 때는 유연하지 않은 선수가 있습니다. 운동의 감각적인 면이 부족한 겁니다. 야수같으면 공을 따라가며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이때 몸에서 이질감이 느껴지면 동작이 잘 안되죠. 이러한 기능적 움직임이 마련되면 비로소 근력과 컨디션을 기반으로 파워을 향상시켜야 하고, 그 기반위에 기술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파워가 중요하다고 파워만 생각해요. 딱 그것만 생각해서 파워를 늘리기 위한 운동만 하는 것이죠.

그리고 매일 기술 100% 체력 100% 전술 100% 이렇게 훈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센터에 오는 선수들한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학교에 가면 어쩔 수 없는 환경이 존재하니까 따르되 스스로 그날 그날 테마를 가지고 훈련을 하라고 합니다. 투수라면 공을 던지는 날이면 공 던지는 것에 집중하고, 공을 안던지면 러닝을 좀 더 빠르게 뛰고, 웨이트를 하는 날이면 웨이트에 에너지를 많이 쏟고 나머지는 가볍게 하라고 합니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무엇이든 계속 반복하게 되면 지치거든요.

제가 질문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푸쉬업과 스쿼트 동작 중에 야구에 조금 더 좋은 운동은 무엇일까요? 제가 바보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둘 다 좋은 운동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떤 운동이든 다 좋은데 그 운동을 선수가 잘 받아서 움직일 수 있는지가 약인지 독인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박찬호나 류현진이 푸쉬업을 많이 해서 성공했다 그러면 다 따라합니다. 박세리가 아파트를 오르내렸다고 하니까 다 그렇게 해요. 하지만 선수의 몸, 구조, 뼈대, 움직임은 다 다릅니다. 그런 것을 선택적으로 골라줘야 합니다. 그걸 해주는 것이 약이 되는 트레이닝입니다.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코어 운동, 야구선수한테 중요합니다. 요새 이게 중요하다고 하니까 다들 필라테스라든지 코어 엑서사이즈 이런 걸 합니다. 그 운동을 하려면 필요한 것이 있는데 그걸 확인해야 해요. 사람의 인체는 안정성과 유연성이 반복 교차되어 움직입니다. 어떤 신체조직이 잘 움직이려면 다른 조직이 그걸 딱 잡아줘야 해요. 제가 주먹을 뻗으려면 배와 복부가 딱 잡아줘야 합니다. 배팅, 던지는 것 마찬가지에요. 역도 선수가 밸트를 차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죠.

오래 런닝을 하면 몸에 힘이 다 빠져서 털털거리며 뛰게 됩니다. 이게 왜 문제냐면 몸에 힘이 빠져, 특히 복부와 허리 쪽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계속 뛰면 척추가 척추를 계속 때리게 됩니다. 언젠가는 디스크가 터질 수 밖에 없어요. 지금 다 척추로 앉아 계시거든요. 한번 바로 앉아보세요.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늑골을 상승시켜보세요. 지금과 같이 하복부 쪽에 힘을 주는 그런 자세에서 뛰어야 무리가 안갑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오래 뛰면 이렇게 안되는것이죠. 몸이 지치면 이렇게 잡아주지 못합니다. 장시간 운동장에 있게 되면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겁니다.

제가 나름 생각하고 있는 트레이닝의 우선순위는 이렇습니다.

첫째로는 야구를 위한 운동을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는 선수를 위한 운동을 해야한다는 것이구요. 부족한 것, 약한것 위주로 해야 합니다. 세번째로 선수 개인의 특성에 맞는 트레이닝을 해야 합니다. 기술 훈련도 그렇고 트레이닝도 그렇고 각각 부족한 부분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미국이나 메이저리그는 개인 훈련을 선호합니다. 여기 계신 많은 분들께 딱 한가지 동작을 시키면 어떤 분에게는 좋지만 어떤 분에게는 안좋을 거에요. 다들 몸 상태가 다르시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팀의 요구에 맞는 훈련이죠.

교정운동을 할 때에도 규칙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투수가 팔로우스로가 안돼요. 그럼 코치가 이렇게 말합니다. “팔로스로우 똑바로 해”  팔꿈치가 낮으면 팔꿈치를 올리라고 해요. 혹시 이것이 레슨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짜 코칭이라면 팔꿈치를 올리라고 할 것이 아니라 팔꿈치를 올릴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팔로스로우가 제대로 되는 동작을 만들어 주는 것이 코칭이어야 합니다.

보통 허벅지가 딱딱한 선수들이 그라운드볼 잡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허리가 안숙여지는데 공을 어떻게 잡겠어요? 유연하지가 않아서 팔이 바닥에 닿지를 않는데 백핸드를 잡을 수가 없지요. 자꾸 땅볼 훈련을 할 게 아니라 몸이 자연스럽게 숙여질 수 있는 트레이닝을 먼저 해주어야 하는 것이죠.

안정근의 역할은 움직임이 있을 때 움직이지 않는 것입니다. 배팅을 하면 허리가 움직임을 꽉 잡아야줘야해요. 잡지 못하면 아프니까 팔스윙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이죠. 안정근은 움직임 속에서 자세를 유지하도록 해줍니다. 안정근이 제 역할을 못하면 팔로만 치고 던지게 됩니다.

그리고 인체에는 결합조직이 있습니다. 인대가 바로 결합조직이죠. 뼈와 뼈를 이어주는 조직입니다. 인대는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두꺼워집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터워져요. 그러면 움직임이 원할치 않습니다. 선수가 어깨가 안좋을 때 뻑뻑하다고 느끼는 것이 두터워져서 그렇습니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이죠. 나 아직 던질 준비가 안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인대는 외부 상처 없이도 손상이 가능합니다. 피로가 원인이 되는 것이죠.

“저 팔꿈치 다친 적 없는데요? 그런데요. 아파요.” 선수가 이렇게 말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님, 코치들은 엄살 피운다고 뭐라 하시죠. “갑자기 자고 일어나서 왜 아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아플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인대의 특성입니다. 실타래와 같아요. 움직일 때마다 하나씩 끊어져 나갈 수 있어요. 평소에는 못느끼다가 60% 이상 손상되면 조금씩 통증을 느끼는 거죠.

이어서 통증에 관한 것을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통증은 움직임을 변화시킵니다. 어르신들이 허리 아프실 때 구부정하게 걸으시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런데 움직임은 통증이 해결된 후에도 변화된 채로 남아있게 됩니다. 한참 좋았을 때의 동작이 안나오는 것이죠. 통증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구요.

제가 자주 드는 예인데요. 왕복 4차선 도로가 있었는데 노면이 망가졌습니다. 그래서 우회도로로 만들어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4차선 도로를 다시 복구를 안해서 계속 우회도로로 다닙니다. 그러면 4차선 도로는 안쓰게 되는 것이죠. 차를 막고 도로를 포장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을 기다리기 싫으니까 계속 우회도로로만 다니는 겁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손상을 정상화시켜야 하고 움직임 패턴의 질적인 면을 살펴야 합니다. 즉 던지고 뛸 때 정상적으로 움직임이 일어나는지를 봐야하는겁니다. 쩔뚝거리면 안되는 것이죠. 정상이 되면 그때부터 퍼포먼스의 양적인 면을 고려해야 합니다. 10개든 100개든 간에 우선 질적인 면에서 정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강력한 퍼포먼스를 낸다는 것은 우리 몸의 있는 근육을 다 가져다 쓰는 것이거든요. 아픈 것이 기능에만 영향을 주지 않으면 되는 겁니다. 전 선수들에게 아픈 걸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사무실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목, 허리 조금씩 아프지만 출근하시잖아요? 그리고 주의해야 할 것은 모든 통증성 움직임 패턴이 기능장애의 패턴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발목을 다쳤다가 나았습니다. 통증이 없어졌어요. 그러면 대부분은 자신의 발목이 정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선수는 발목에 100% 힘을 줘도 괜찮아야 합니다. 베이스에서 살고 죽는게 0.001초로 왔다갔다합니다. 불과 몇 km의 구속 차이가 특급 선수와 보통 선수를 갈라 놓습니다. 펜스 앞에서 잡느냐 못잡느냐도 간발의 차이구요.

선수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부상을 당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로기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회복기로 들어가야 합니다. 회복기에서 항정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초과회복기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대부분은 못기다립니다. 그래서 몸의 컨디션이 올라갈 만 하면 바로 떨어지곤 합니다. 많은 시간을 연습하지만 결과물은 좋지 않게 됩니다. 문제를 푸는데 계속 안풀리면 공식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것이죠. 피로기는 짧지만 회복기는 세 배, 네 배 듭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한번 하고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세 배, 네 배 걸립니다. 이 시간을 기다리지 않으면 운동이 노동이 됩니다.

어릴 때는 유연성을 기르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어릴수록 감각적인 면을 발달시키는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이에 맞는 운동들이 존재합니다. 사람이 태어나 성인이 되고 죽을 때까지 신체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각각 다릅니다. 준다고 다 받는것이 아닙니다. 태어나면 제일 먼저 발달하는 것이 신경계입니다. 어릴 때 너무 하나의 운동만 하면 변화에 적응을 잘 못합니다. 비시즌에 여러가지 운동을 하며 신경계를 고루 발달시켜 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 애들 축구하는 것을 보면 달리기 잘하는 아이들은 치고 무조건 뜁니다. 그러면 감각을 익힐 시간을 가질 수 없어요. 어릴 때는 감각을 익히기 위해 연습을 해야 하는데 치고 달리면 이기니까 기술을 익히려고 안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어렸을 때는 지는 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언젠가 키가 크고 감각이 익혀지면 그때 이기게 되어 있어요. 몸을 건강하게 지키면 됩니다. 고등학교 미만이면 몸을 만드는 것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어릴 때 갖추어야 할 감각적인 부분을 예민하게 다듬어야죠.

경청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