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의 역효과

이번 주 야구친구 칼럼입니다. 이번에 만든 ‘건강한 관람문화를 위한 가이드북, 실수해도 괜찮아!’를 소재로 적어봤습니다. 
응원의 역효과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48)

몇년 전 “칭찬의 역효과”라는 EBS 다큐 프로그램이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긍정적인 효과만 있을 줄 알았던 칭찬이 실은 아이들의 무의식에 은밀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에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은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아이의 기를 살린답시고 무개념 칭찬을 남발했던 나도 뒤통수를 쎄게 얻어 맞은 기분이었다.

칭찬의 역효과를 말하는 배경에는 ‘칭찬 역시 평가’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간의 의식은 평가받는 시선에 위축된다. 부모가 하는 습관적인 칭찬의 말 속에는 아이를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그런 부모의 의도를 읽어낸다. 최근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Youth Program Advisor로 임명된 철인 칼 립켄 주니어는 아이들은 부모의 무분별한 칭찬의 말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지적한다. “와! 아들 대단해. 다음 대회에서는 홈런 10개 치겠는데?” 이런 이야기를 들은 어린 선수는 ‘아빠의 바램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경기장에서 듣는 응원의 함성 속에도 비슷한 맥락이 숨어있다. “편하게! 긴장하지 말고! 공 끝까지 봐! 하나 넘겨버려!” 잘 들어보면 ‘응원으로 포장한 지시하기’나 부모의 기대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말을 들은 선수는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부모의 응원의 말 속에 들어있는 기대와 집착은 선수의 몸과 마음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는 근육의 긴장으로 이어지고 평소 연습한 실력을 온전히 펼치는 것을 방해한다. 실수를 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선수들에게 물어보아도 관람석에서 부모들이 쏟아내는 말들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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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이용해 경주에서 열린 KBO총재배 유소년 야구대회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관람문화 가이드북>이 야구선수 부모들에게 전달되었다. KBO가 제작하고 스포츠문화연구소가 컨텐츠를 제공한 <관람문화 가이드북>을 받아본 학부모들은 평소 가졌던 믿음을 흔드는 내용에 호기심을 보였다. 내용에 공감을 하며 다른 부모님들을 위해 가이드북을 챙겨간 분도 계셨다. 유소년 야구가 열리는 경기장은 무언가를 늘 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장소다. 이 시대의 부모들에게는 자녀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Doing보다 가만히 지켜보기Being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

참고도서 : Cal Ripken Jr. <Parenting Young Athletes>

parenting young athle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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