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만큼 중요한 것
#3. 질문만큼 중요한 것
강정호선수가 맹활약을 하고 있는 피츠버그팀에는 투수진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시어리지 코치가 있습니다. 연습투구를 할 때 시어리지 코치는 모든 투수들에게 돌아가며 같은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어때?” (How do you feel?)
우리 말로 옮기면 여러 해석이 가능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몸이 어떤지, 던진 공의 느낌이 어떤지, 요즘 컨디션은 어떤지 등 두 사람의 맥락 사이에서 다양하게 다가올 수 있는 질문이죠. 이렇게 시어리지 코치는 선수에게 묻는 것으로 자신의 일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살펴보아야 할 것은 그의 질문이 아니라. 질문을 던진 후 시어리지 코치가 보이는 모습입니다. 그가 던진 질문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대답을 기다리는 그의 태도는 무척 특별합니다.
“저는 선수들이 제 질문을 지겨워한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저는 선수가 대답하는 태도를 보고 무언가를 발견하곤 합니다.”
이렇듯 질문에 대한 선수의 반응에서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면 시어리지 코치는 바늘을 문 물고기를 상대하는 노련한 어부처럼 한발짝 더 선수에게 다가가 다시금 묻습니다.
“뭐든 좋아. 뭐가 문제야?”
피츠버그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이런 방식으로 선수들과 끊임없이 교감을 나누는 시어리지 코치를 ‘커뮤니케이션 장인master communicator’이라 부릅니다. 선수나 학생은 코치나 교사가 갖고 있는 지식보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선수와의 신뢰와 공감에 기반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또다른 사례로 클리블랜드의 캘러웨이 투수코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뛴 적이 있는 익숙한 이름이죠. 같은 팀의 히메네즈 선수와 매스터슨 선수는 겔러웨이 코치가 선수를 대하는 방식을 고마워합니다.
“코치님은 좋은 조언을 해줄 뿐 아니라 정말 잘 들어줘요. 끝내주죠. 뭘 해야하는지 주문만 하고 선수의 말을 듣지 않는 코치는 괴롭습니다. 코치님은 많은 것을 알고 계세요. 하지만 우선 잘 들어줍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내려고 노력하시죠. 코치님께서 지난 겨울에 도미니카에 와서는 단지 저를 돕고 싶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그 분은 저의 어떤 것도 바꾸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조금 더 내가 나아지기를 바랬어요. 다들 저의 좋지 않은 메카닉을 지적했지만 코치님은 제가 가지고 있는 안좋은 메카닉을 잘 활용하자고 했습니다.”
“코치님은 전에 계시던 투수 코치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더군요. 우리들에 대해 알고 싶어 하셨습니다. 서로간의 신뢰와 존중을 기반으로 일을 하고 싶어하셨어요. 그는 아주 천천히 저희들에게 스며들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신거죠.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선수의 말과 행동을 민감하게 살펴보고자 하는 두 코치의 관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시어리지 코치의 도움으로 올해 환골탈태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찰리 모튼 선수의 말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듯 합니다. 참고로 시어리지 코치는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공감이 무엇인지 배웠다고 합니다.
“메카닉의 달인이라고 해도 그것을 말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어느 누구와도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거에요. 우리는 모두 다른 개성과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어리지 코치는 늘 친절하세요. 공감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를 대하십니다. 정말 훌륭한 코치시죠.”
(이 글은 경향신문 이용균 기자님의 기사(http://goo.gl/CEjLtn)와 메이저리그 칼럼을 쓰시는 이창섭 기자님의 2014년 3월 페이스북 포스팅글에 영감을 얻어 작성하였습니다. 관련 해외기사(http://goo.gl/JPZAXO, http://goo.gl/f7ljt4)의 내용 일부에 맥락만 덧붙였음을 밝힙니다.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