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야구부에서 목표발견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지난 주에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야구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목표발견>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형들이 있으면 편안하게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6학년과 5학년 학생들을 나눠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워크숍을 시작하기 전에 감독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안내를 해드렸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이런 자리를 스스로 준비할 필요성을 느끼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별로 없다보니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솔직히 고백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선 이런 워크숍의 목적은 목표에 대해 탐구하고 자발적인 훈련계획을 세우는데도 있지만 아이들이 질문을 받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을 쌓게 해주는데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또 아이들이 작성한 결과물을 가지고 감독님이나 부모님께서 아이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당부를 드렸습니다. “이렇게 목표를 적어 놓고 왜 열심히 안해?” 아이들의 못마땅한 태도를 보며 마음이 이렇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이건 어른이건 워크숍에서 음식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몸에 전해지는 여유가 마음에도 공간을 만들어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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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기억에 남은 장면을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이들의 기억 속 장면들은 정말 엉뚱한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전국대회에서 1차전을 이기면 수영장을 가기로 했었는데 지는 바람에 못갔어요. 그게 가장 아쉬워요.”

“처음 야구부에 들어왔을 때 친구가 스윙을 가르쳐 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완전 엉터리였어요. ㅋㅋㅋ”

“펑고를 받는데 무릎에 맞고 얼굴에 빵!! 맞았던거요.”

아쉽게 진 경기나 찬스에서 삼진을 당한 것 같은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들은 아이가 오타니같은 64개의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매 순간 야구에 올인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10살 전후의 아이들은 그저 친구들이랑 야구를 하며 뛰어 노는 것을 좋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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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가 어렵거나, 적으려고 하는데 생각이 안나면 일어나서 방을 걸어도 좋다고 했더니 자기들끼리 막 장난을.. ^^ 감독, 코치님의 고충이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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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워크숍을 마치고 난 후 짧게 이야기한 소감입니다. 재밌었다고 말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건 제가 특별히 재밌는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들려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 겁니다. 자신을 탐구하는 작업이 원래 가장 재미있는 일이니까요. 평소 훈련을 할 때도 ‘어떻게 할까?’, ‘지금 무엇을 해야하지?’, ‘이 동작은 왜 잘 안될까?’ 하는 생각을 자주 일으켜 줄 수록 아이들은 보다 재미를 느끼며 훈련에 참여할 겁니다. ‘재밌는 훈련방법’이 재미를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내가 한다’는 느낌 또한 커다란 재미를 안겨줍니다.

“평소에 내가 하던 일을 반성하니까 좋았어요.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로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서 좋았고요. 무엇이 부족한지 알아서 좋았어요.”

“혼자 스윙연습을 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이런거 적으면서 노는게 재밌었어요. 롤모델 찾기가 특히 재밌었어요.”

“너무 짧아서 아쉬웠어요. 10분 밖에 안한 것 같아요.”

“저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재밌었어요.”

“저는 체크리스트를 적는게 재밌었고요. 너무 짧았어요. 또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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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공교롭게도 졸업은 하지 않았지만 제가 5년을 넘게 다녔던 초등학교였습니다. 감상에 젖어서 조금 일찍 도착해 그때 살던 집부터 학교까지 걸어 보았습니다. 문득 그 시절의 야구부 친구가 했던 말이 떠오르더군요. 함께 동네 골목길에서 야구를 하다가 야구부에 들어간 친구는 “엄마가 유니폼을 빨면서 매일 울어”라고 했습니다. 세탁기도 없던 시절, 아들의 빨래를 하며 눈물을 훔치셨을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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