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질문하는 지도자가 질문하는 선수를 만든다> 두 번째 모임을 가졌습니다. 오늘 주제는 “코치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였습니다. 지난 한주 동안 초등학교 선수들을 상대로 질문 연습을 한 코치님의 사례가 재미있네요. 오늘 나왔던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1)

초등학교 코치님께서 고충을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느낌으로 쳤니?” 하고 물어 보았는데 잘 대답을 못하더라는 것이죠. 선수가 답을 못하니 코치도 대화를 이어나가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나눈 대화입니다.

어린 아이들일 수록 질문을 좁혀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대답하기가 수월해 집니다.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까?”

이런 일반적인 질문 대신

“공을 앞에서 힘있게 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네가 가장 편한 준비 자세가 뭐니?”

이렇게 초점을 분명하게 묻고 선수가 대답하는 것을 주의깊게 듣는 겁니다.

(2)

코치의 역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가지고 있는 것을 끌어내는 것이라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오타니의 고교시절 감독처럼 내가 160킬로를 던질 수 없는데 어떻게 선수에게 빠른 공을 던지는 방법을 직접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3)

코치가 경기나 연습 중에 계속 질문을 던지면 선수의 머릿속에는 ‘코치님이 늘 물으신다’라는 인식이 자리잡습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는 코치가 묻지 않아도 주어진 상황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게 됩니다. 질문에 준비를 해야 하니까요.^^ 굳이 ‘생각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혼자 생각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찾아와서 묻게 됩니다. 지시만 계속 하게 되면 절대로 다가와서 질문하지 않습니다.

(4)

영상을 찍어 보여주는 작업을 질문과 섞어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찍어서 함께 보며 이야기나눌 수 있는 시대입니다. 분명히 좋아지고 있는데 선수 스스로는 의심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동작에 대해 확신이 없을 때 직접 찍어서 보여주면 선수는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선수가 많다면 요일별로 나눠서 2~3명씩 작업을 진행해 볼 수도 있습니다.

(5)

지시를 할 때는 “이렇게 해!”라고 툭 내던지기 보다는 지시를 하는 이유를 함께 덧붙여 주면 좋습니다. 지시를 따르게 되면 얻게 되는 효과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상체를 숙여!”
“팔을 몸에 붙여야지!”

보다는

“준비 자세에서 상체를 조금 더 숙이면 스타트를 더 빠르게 가져갈 수 있을거다.”
“팔을 몸에 붙여서 스윙을 하게 되면 조금 더 힘있는 타구를 보낼 수 있다.”

이렇게 지시보다는 설명하는 느낌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아이들은 보다 편안하게 코치의 지시를 따르게 됩니다. 초점이 내가 해야 할 것보다 좋아지는 미래의 모습에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6)

열심히 하는데도 어떤 동작이나 기술이 발전하지 못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아마도 잘못된 방법으로 연습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럴 때는 다음 질문을 통해 자신의 연습방법을 검토하도록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코치는 선수의 몸과 마음을 전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어떤 연습을 했니?”

(7)

덕아웃에 있는 선수들도 코치가 질문을 적절히 던짐으로써 배움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게임 중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 때 앉아 있는 선수들에게 가볍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너같으면 어떻게 했겠니?”

특히 시합에 참가하지 못하는 저학년 선수들은 계속해서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 코치의 질문은 선수가 집중해서 경기를 관찰하도록 자극합니다. 이와 같은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1) 경기를 주의깊게 관찰하며 ‘나라면 이렇게 할텐데’ 상상을 해보거나
(2) 코치가 안보이는 곳으로 도망가거나(^^)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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