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신을 이용한 수비연습의 장점

구단들의 마무리캠프가 진행되면서 연습장면들을 담은 영상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NC 다이노스의 유튜브를 보다가 진종길 코치님께서 머신을 활용해 야수연습을 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머신은 주로 타격연습을 위해 사용됩니다. 하지만 야수연습이야말로 머신을 이용하면 여러 유용한 점들이 많은데요. 그동안 접했던 머신을 활용한 연습 사례들을 몇 가지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부임 이후에 밴더빌트대학을 미국 최고의 대학야구팀으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는 팀 코빈 감독은 머신을 이용한 수비연습을 좋아하는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머신을 판매하는 장비업체의 홍보용 영상에 직접 출연해 머신을 이용한 연습의 장점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코빈 감독은 일반적인 펑고 타구가 주로 백스핀 위주로 공이 날아가기 때문에 캐칭 연습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로 인해 포구 자세도 실제 경기와는 미세하게 달라진다는 것이죠. 그래서 탑스핀을 만들 수 있는 머신을 자주 이용한다고 합니다. 탑스핀을 만드는데는 일반적인 야구공보다 압축공이 더 좋다는 팁도 줍니다.

골든글러브를 받은 적이 있는 유격수 닉 아메드 선수도 같은 이유로 배팅머신으로 테니스공을 쏴주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원바운드, 투바운드 이렇게 바운드를 바꿔가며 맨손으로 잡는 연습이 선수들의 캐칭 기본기를 만드는데 아주 좋은 연습이라고 하면서요.

코빈 감독은 머신을 이용한 연습의 또다른 장점으로 공의 속도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점을 꼽습니다. 머신을 이용하면 선수별 맞춤 연습을 짧은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반복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백핸드 짧은 바운드 캐치에 문제가 있는 선수라면 머신으로 공을 일관성있게 같은 방향과 같은 바운드로 보내줄 수 있겠죠. 코치가 배트로 쳐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기계보다 정확성은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공을 일관성있게 보내줄 수 있는 머신의 장점은 포구 뿐만 아니라 태그 연습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연습하길 원하는 다양한 송구들을 정확하게 보낼 수 있으니까요. 예쁘게 날아오는 공을 잡아 태그하는 연습 뿐만 아니라 실제 경기에서 나오는 짧은 송구, 높게 날아오는 송구 등도 재현해서 돌발상황에 반응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펜스 플레이도 연습이 가능할 겁니다. 펑고 배트로 정확히 펜스 근처로 타구를 보내는 것은 (그것도 반복해서)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머신으로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수비용 머신의 발사각을 높여서 펜스나 덕아웃 근처에 공이 떨어지게 세팅을 하면 되는 것이죠. 포수가 파울플라이를 잡는 연습도 비슷한 방식으로 세팅할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머신을 적절히 활용하면 많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어쨌든 경기 중에 벌어지는 여러 상황들을 재현해서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올시즌 초에 시카고 컵스의 스프링캠프에서 라이언 세레나 내야 코디네이터가 디자인한 연습방법도 소개해 드립니다. 경기에서의 타구속도(2021년 메이저리그 평균 84.4마일)에 맞춰 머신으로 땅볼을 쏴주고 얼마나 빨리 공을 처리하는지 시간을 체크합니다. 타자가 1루까지 가는 시간이 보통 4.2초 정도 되기 때문에 4초를 기준으로 삼고 ‘세이프’인지 ‘아웃’인지를 바로 선수에게 피드백 해줍니다. 공도 톱스핀, 사이드스핀, 백스핀으로 번갈아 설정해서 최대한 경기와 비슷한 타구의 느낌을 만들어줍니다.

이 연습을 하는 날에는 수비동작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로지 4초 안에 던지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실제 경기처럼 진행하기 위해 두 그룹으로 나눠서 시합을 한다고 합니다. 4초를 기준으로 빠르거나 느릴 때 점수를 더하거나 빼는 방식입니다. 더블플레이도 더불어 시간을 체크하고, 3루 주자의 득점을 막기 위한 홈송구는 3.5초에 맞춰서 시합을 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을 보내는 일을 머신에게 맡겨놓으면 코치는 선수의 동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다 집중력있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집중력은 한정된 자원입니다. 코치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뉴스레터 36호 코치라운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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