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달

(코치가 코치를 코칭한다) 김용달 & 김정훈 코치편 3. 공을 끝까지 보라는 것은 올바른 지시가 될 수 있는가

제가 늘 의문을 품고 있던 것 중 하나가 타석에서 ‘공을 끝까지 보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도무지 이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김용달 코치님께서 이 부분을 말씀해 주실 때 무척 반가웠습니다. 중학교 코치님께서 선배 코치로부터 들었다는 메시지도 인상적입니다.

네가 아무리 좋은 걸 가지고 있어도 선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기본적인 것을 알고 있고 수준이 낮은 지식이라 할지라도 선수가 받아들였다면 그것이 좋은 지도다.

 

코치로서의 성공사례

Q(진행자) 코치로서 성장의 발판이 된 성공사례도 말씀해 주시죠?

A(중학교 투수코치) 저는 아직까지는 딱히 성공했다고 할만한 경우는 없지만 아이들이 점점 질문하는 횟수가 늘어날 때 ‘아. 올바르게 가고 있구나’ 하는 걸 느낍니다. 저는 가르친다든지 지도한다든지 하는 말은 좋아하지 않아서 ‘조력자, 조언자’ 그런 단어를 쓰거든요. 선수들이 저에게 찾아와 질문할 때가 뿌듯합니다.

Q(진행자) 처음부터 선수들이 다가와 질문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코치님한테 질문을 해도 되겠구나’ 하는 안심 내지는 신뢰를 얻었기 때문에 질문을 하는거라고 보거든요.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요?

A(중학교 투수코치) 저도 나이가 어리고 일찍 코치를 하면서 애들한테 좋은 걸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열정적, 강압적으로 시켰습니다. 제 생각대로라면 선수가 분명 좋아져야 정상인데 자기 것이 없는 흉내내기에 불과한 것만 나오는 거에요. ‘이게 뭘까?’ 하고 있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네가 아무리 좋은 걸 가지고 있어도 선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기본적인 것을 알고 있고 수준이 낮은 지식이라 할지라도 선수가 받아들였다면 그것이 좋은 지도다.” 였습니다. 그 뒤로는 일단 기다렸던 것 같아요. 무작정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단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저 동작이 왜 나오지? 분명히 전 동작에 어떤 실패가 있을거야.’ 이렇게 생각하면서 지켜봤죠. 그렇게 가만히 보면서 관찰하다 보면 아이들이 먼저 질문을 하더라고요.

A(김용달) 상당히 좋은 코치에요. 선수의 질문을 풀어주려고 하다 보면 지도자는 항상 공부를 하게 되어 있어요. 매번 똑같은 대답을 할 수는 없거든요. 우리나라 코치들 능력이 메이저리그 코치의 능력과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미국의 코치들을 보면 좋은 표현들을 사용해서 선수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때로는 끌어주고 하는 것들을 잘 해요. 선수를 긍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표현을 잘 사용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해봐! 밥 먹었어? 자!” 이 정도밖에 못해요. 조금 더 좋은 표현을 사용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고 동기부여를 시켜주고 자신감을 주어야 합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근육에서 힘이 나서 아무리 연습을 해도 지치지 않아요. 반면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조금만 해도 피곤하고 탈이 납니다. 하다 보면 선수도 인간이니까 피곤하기도 하고 나태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 말로 잘 이해를 시켜야죠.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는 것, 하루 아침에 답이 안나온다는 걸 이야기해 주어야 합니다.
코치생활하면서 행운이었던 것은 2년 째에 실패하면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겁니다. 최고의 타격코치라고 할 수 있는 백인천 감독님한테 전수를 받았는데 실패한 거죠. 앵무새 노릇을 하면서 내 것이 없었어요. 당시 조금씩 메이저리그 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비디오로도 이정훈, 이순철, 장종훈, 김성한 등 잘 치는 선수들을 분석하면서 타격코치로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어느 정도 정립이 되었죠. 나는 일본책을 통해 미국야구를 많이 접했습니다. 스스로 납득할 정도가 될 때까지 타격 기술에 관한 책만 봤어요. 내가 아직까지 펑고도 못치거든요. 그래도 한 분야만 파니 전문가 소리는 듣더라고요.
제일 먼저 스위치히터 작업을 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도미니카에 용병을 스카우트하러 가보니 내야수고 발빠른 친구들은 스위치히터를 많이 하더라고요. 발빠르고 내야수면 되든 안되든 시작을 하더라고. 그걸 보고 일리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장기 레이스에서는 팀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박종호, 이종열 같은 선수를 스위치히터로 전환하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프로에 와서 스위치로 바꾸면 너무 늦지 않냐고 하는데 일본, 미국에서도 마이너리그나 프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힘은 없어도 컨텍은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박종호, 이종열 이런 선수들에게 도움을 준 것 같아요.
또 선수들의 생각을 바꿔주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심정수 선수가 한 시즌 30개 홈런을 쳤는데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기존의 생각을 깨뜨리고 54개를 만드는 과정에도 많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박경완 선수도 포수로서 홈런왕할 때 기억이 납니다. 선수들이 보통 다 끌어서 홈런을 치려고 생각합니다. 끌어서 홈런을 칠 수 있으면 정확한 메커니즘만 가지고 있으면 밀어서도 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죠. 그래서 홈런 뿐만 아니라 타율도 늘어났지요.
박진만 선수도 처음 만났을 때는 2할대 초반 타자였어요. 내가 접했을 때 타격에 대한 생각이 많이 끌어들이고 가깝게 쳐야만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반대로 접근했습니다. 기존의 지도법을 깨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대부분은 뒷자리에 힘을 남기는 타격을 하거든요. 나는 나가서 치는, 앞다리 중심의 타격을 하게 했어요. 야구계에서 아직 일본식 문화가 많아요. 일본은 기다리는 야구를 합니다. 볼을 치면 안돼고 헛스윙을 해도 안돼요. 하지만 미국은 어때요? 앞에서 강하게 맞아서 좋은 타구를 내야 하는 거죠. 어정쩡하게 날아가면 다 잡히기 때문에 좋은 스윙을 해서 야수를 빠져나가게 하는 공격적인 스윙을 해야죠. 하지만 일본은 헛스윙 안하고 볼을 안치는게 우선이에요. 방향이 틀린거죠. 소극적이고 기다리는 타격을 어릴 때 학생들한테 많이 주입하고 있어요. 나는 반대로 나가서 치라고 했습니다. 앞에서 치라고요. 결과가 더 좋아지니까 그래도 선호하는 타격코치가 될 수 있었어요.
이대형 선수도 내가 갔을 때 처음 대주자였죠. 코치들이 하는 말이 이대형 선수는 발이 빠르기 때문에 내야로 넣으면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치면 3루 덕아웃이었어요. 타이밍이 늦어서 그런 거죠. 그래서 제가 앞에 놓고 치라는 주문을 했는데 3할 가까이 치면서 최고의 1번타자가 되었죠.

A(김정훈) 저는 저를 통해서 배운 아이들이 좋은 지도자가 되고, 좋은 선수가 되고, 더 나아가 야구 쪽에 종사하는 친구가 많아지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앞에서 친다고 할 때 앞이 어느 정도인지, 끌어친다고 할 때 어디까지 끌어놓고 친다는 건지가 궁금하거든요?

A(김용달) 투수와 타자 간의 거리가 18.44미터라고 하면 타자는 이 구간을 다 활용해야 하거든요. 1구간이 투수가 던졌을 때 중간 정도 온 구간이고, 2구간이 타자가 치기 2~3미터 앞, 3구간이 컨택이 이루어지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들이 많이 이야기하는 것이 볼을 끝까지 보라는 말인데요. 그런데 실제 컨택을 하는 3구간에서는 볼을 볼 수가 없어요. 1,2구간의 잔상을 가지고 타격을 하는거지요. 많은 분들이 1,2구간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볼만 열심히 보려고 하면, 그러니까 3구간만 보려고 하면 실밥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러면 타격을 할 수가 없습니다. 스트라이드, 힙턴, 스윙을 3구간만 봐서는 따라 갈 수가 없거든요. 투수가 공을 놓는 릴리스포인트부터 8미터까지의 볼을 못보는 겁니다. 준비가 안되는거죠. 자꾸 볼을 끝까지 보고 치라고 하니까 중요한 정보를 얻어야 하는 1구간에서의 선구안이 떨어지는 겁니다.

Q(고교 투수코치) 저도 타격을 할 때는 라인을 보고 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사람들은 이상적인 거라고 말합니다.

A(김용달) 라인을 공이 들어오는 궤적이라고 보면 되겠죠? 우리가 스윙을 하려면 걸리는 시간이 있습니다. 보통 0.2초가 걸려요. 그런데 볼은 0.4초 정도에 들어오잖아요? 그러면 중간인 8미터 이후에 동작을 시작해서는 정상적인 힙턴을 해서 힘있는 타격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물론 칠 수는 있겠죠. 팔만 써서. 파울도 만들 수 있죠. 투수가 공을 던지면 릴리스포인트에서 궤적이 대부분 정해집니다. 그 궤적이 그려지는거죠. 변화구도 마찬가지에요. 이제 베테랑 타자들은 그 궤적이 많이 입력되어 있는겁니다. 끝까지 보라고 말을 하지만 가속도가 붙어서 다가와 1.6미터 안에 들어오는 것은 누구도 못칩니다. 왜 변화구에 힘들어 해요? 변화구는 어디서 떨어지는지 판단이 안서거든요. 물론 초등학생, 중학생들은 다 이해를 못할거에요. 하지만 나중에 고등학교나 프로가면 ‘아. 그때 그게 이 이야기구나’ 이런 순간이 옵니다. 지금 당장은 이해가 안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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