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들의 이야기이도형 두산 베어스

이도형 코치의 관계 중심 코칭법 (6) 훈련 스케쥴을 선수가 알아야 자발적인 훈련이 가능합니다

이도형 코치의 관계 중심 코칭법 (6)

“훈련 스케쥴을 선수가 알아야 자발적인 훈련이 가능합니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펑고를 계속 받다 보면 자신이 수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펑고가 언제 끝날지에 집중하게 된다는 말씀이 무척 와닿습니다. 오늘 있었던 코치분들과의 워크숍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훈련일정표를 붙여 놓으면 처음에는 선수들에게 별다른 영향이 없는 듯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자신이 오늘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머릿속에 그리며 보다 주도적으로 훈련에 임한다고 합니다. 한 코치님께서는 무엇보다도 끝나는 시간을 분명하게 정해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야 선수들은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게 훈련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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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훈련시간과 훈련계획에 대해 선수가 모르는 상태에서 운동장에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제 끝날 지, 그리고 오늘 어떤 훈련을 할 지 미리 염두에 두는 것이 훈련에 도움이 될까요?

A 당연히 필요하죠. 훈련을 어느 정도 할 지 알고 있어야 체력적인 조절도 할 수 있으니까요. 일단 오늘 스케쥴은 당연히 알아야 하고요, 일반적인 훈련 스케쥴은 주 단위로 언제 쉬는지 알고 있어야 컨디션 조절을 할 수 있거든요. 훈련 스케쥴을 모르고 하면 선수는 코치가 뭘 시킬까 기다리게 되잖아요? 다음 스케쥴에 대한 준비나 컨디션 조절도 못하게 되니까 득보다 실이 굉장히 많죠. 타격을 몇 개를 해야 하는지, 공을 몇 개를 던져야 하는지 본인이 알고 있어야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할텐데, 예를 들어 언제 끝날 지 모르는 펑고를 계속 받다 보면 자신이 수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펑고가 언제 끝날지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어린 선수나 프로선수나 똑같아요. “이거 다음엔 뭐 할까?” 이렇게 되면 지금 하고 있는 훈련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지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훈련계획은 꼭 이야기해 주어야죠.

Q 코치와 선수의 관계와 관련해서는 야구와 관련이 없는 활동을 자주 하면서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A 그것도 굉장히 좋은거죠. 서로간에 소통이 잘 되려면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데 진정한 소통을 하려면 서로간에 신뢰가 필요하거든요. 처음 만나서 “야. 우리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라고 말해도 잘 못합니다. 서로 신뢰를 쌓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야구 외의 스포츠를 함께 한다든지 야구장 밖에서 뭔가를 같이 하는거는 신뢰를 쌓기 위한 좋은 활동이죠. 아무튼 시간을 오래 같이 보내다 보면 친밀감이 더 생기기 때문에 소통하는데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프로 2군은 오전부터 야간훈련까지 하니까 사실 밖에서 만날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야구 이외의 사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어제 쉬는 날은 뭐했니?” 이렇게 물으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고 아닌 친구도 있습니다. 저는 100%는 아니지만 80% 정도는 선수가 진실되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더 이상의 깊은 이야기를 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진실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같으면 다른 화제로 돌려서 자꾸 말을 걸는 편입니다. 가끔 원정경기를 가서 맥주도 한잔 하곤 하는데 그런 자리도 선수와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Q 꽤 애를 써도 교감이 안생기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갈등으로 인해 코치로서 고집이 생기기도 쉽고요.

A 저도 그런 선수가 있었는데요.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생각과 준비를 했는데 그 선수는 제가 노력하는 것 만큼 노력을 안하는 것 같더라고요. 화도 났다가 참았다가 했지요. 그래도 선수한테 직접 화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주변의 경험많은 선배 코치님들한테 여쭤보니 일단 무조건 기다리는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랬어요. “아. 저 선수가 왜 이럴까? 안되겠네”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까 그것 또한 저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저런 선수도 잘 케어해서 잘 하게 만들 수 있는 코치가 되어야 하는거죠.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선수들, 열심히 하는 선수들은 누구나 가르칠 수 있거든요. 불만을 표시하고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들이 어느 팀이나 한두 명은 있습니다. 그런 선수들을 잘 케어할 수 있게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선수들이 질문할 때 막힐 때도 있어요. 처음에는 자꾸 아는 척을 하려고 하고, 잘 몰라도 “그건 이렇게 해야 돼”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거는 잘 모르겠다. 그런 경험을 안해봐서 잘 몰라. 한번 알아볼께.” 이렇게 솔직해 지더라고요. 처음 코치를 했을 때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선수에게 보여져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한 게 좋거든요.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하면 불안해져요. 대신 모르는 것은 빨리 찾아서 이야기를 해줘야죠. 모르는 거는 잘 모르겠다고 할 때 저도 편하고 선수들도 더 신뢰를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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