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과 2016년의 베스트셀러

야구친구 칼럼입니다. 요즘 제가 아들이 야구하는 모습이 별로 마음에 안드나 봅니다. 괜히 야구를 시켰나 하는 후회를 요즘 부쩍 자주 합니다.


 

2007년과 2016년의 베스트셀러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52)

2007년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시크릿>이었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말하며 ‘간절히 원하면 현실이 된다’, ‘생각이 현실이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책에 사람들의 마음은 크게 움직였다. 당시 출판계를 지배한 베스트셀러를 들여다 보면 <이기는 습관>,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등 자기개발서가 단연 많은 비중을 차지했음을 알 수 있다. 10여년 전 우리 사회의 집단의식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자기자신, 즉 ‘나’를 변화의 대상으로 삼았다. 현실세계의 지도자도 ‘나’를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인물을 선택했다.

시크릿

2007년부터 프로야구의 최강자로 군림한 팀은 단연 SK 와이번스였다. 그 중심에는 단연 김성근감독이 있었다. 그는 타협하지 않는 자신만의 확고한 믿음으로 팀을 이끌었다. 시즌과 비시즌을 가리지 않는 혹독한 훈련, 냉정한 선수교체, 정신력으로 한계를 뛰어넘으라는 주문으로 선수들을 무장시켰다. 2009년 전병두 선수는 선발로 시즌을 시작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33이닝 넘게 공을 뿌렸다. 133경기를 치르는 시즌이었으니 적지않은 이닝을 소화한 셈이다. 이후 3년간 전병두 선수는 300이닝 가까운 이닝을 소화하며 SK의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가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했을 때 많은 이들이 팀을 위해 희생한 선수에 연민의 마음을 보냈다. 하지만 결과를 보여준 리더에 대한 열광 속에 연민의 목소리는 이내 잦아들었다.

10년 가까이 흐른 2016년의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는 혜민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다. 아들러 심리학을 소개하는 <미움받을 용기>도 사람들의 관심을 끈 책이었다. 자신의 삶을 바꾸려 하는 움직임이 주춤해졌음을 알 수 있다. 상반기 베스트셀러 중에 자기개발서는 단 한권도 차지하고 있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의 집단의식은 자신을 더 나은 존재가 되라고 다그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나’를 변화의 대상으로 삼기 보다는 공감의 대상으로 어루만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움받을용기

그런 와중에 김성근 감독은 다시 프로야구로 돌아왔고, 당시 전병두 선수가 했던 역할은 송창식, 권혁, 박정진 선수 등이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대중이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자기자신을 돌보기 시작한 마음은 주변을 살피는 쪽으로 발전하기 마련이다. 변화된 사람들의 의식은 매일같이 등장해 일그러진 얼굴로 혼신의 투구를 하는 선수들을 보며 불편해 했다. 10년 전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경기 후 특타, 실수한 선수에 대한 냉정한 교체 등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선수의 마음을 우선적으로 헤아리고 있다.

얼마 전 끝난 리틀야구를 보면서도 사람들은 이전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분들에 시선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실수를 한 어린 선수에게 짜증을 내고 표정이 굳어버리는 감독, 코치의 모습을 비판한다.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쉴 새 없이 작전을 걸며 선수를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모습도 못마땅해 한다. 고교야구 중계를 보면서도 이제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끊임없이 지적하는 해설자의 태도를 불편해 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이 정말 우주만물을 지배하는 절대법칙임을 믿고 싶다. 연민과 공감이 조금씩 자리잡기 시작한 대중의 의식이 야구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구조와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기원해 본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