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고 1000개 = 게으른 지도자의 건강법

손윤님의 야구친구 칼럼입니다.

성인물 코미디물 ‘댓츠 마이 보이’(That’s My Boy/2012)에는 수비 연습 장면이 나온다. 10대 때 선생님과 사고를 쳐 아빠가 된 도니(아담 샌들러 분)가 아들의 결혼식에 참가해, 참석자와 야구를 한다. 펜웨이파크와 같은 수동 전광판과 1루 측에는 바다가 있는 그림 같은 그라운드. 그곳에서 도니가 펑고를 치고, 그것을 아들을 비롯한 참석자가 공을 받는다.

물론,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들 토드(앤디 샘버그 분)는 공을 잡기는 커녕 던질 줄도 모른다. 야구는 혼자 하기 어렵다. 던져주는 이가 있어야 잡을 수 있고, 거꾸로 잡는 이가 있어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의 기반이 가족에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남성의 성적 판타지가 가득한 영화답게 가슴으로 공을 잡는 장면이 더 기억에 남지만.

펑고. 야수가 수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배트로 공을 때려주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것이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는 수비가 아닌 정신력을 기르는 수양의 장이 된다. 대표적인 게 펑고 연습 1,000개. 사실 많은 펑고는 수비 연습은 커녕 오히려 그 방해가 된다. 100, 200개의 펑고를 받으면 인간의 근육과 운동신경은 피로를 느낀다. 그런데도 계속하면 지친 근육과 운동신경을 대신해 (수비하는 데는) 불필요한 근육과 운동신경이 작용하게 된다. 이것이 누적되면, 부상으로 이어지거나 실제 경기에서 불필요한 동작 등으로 나타나는 역효과가 생긴다. 그런데도 일본 야구에서 이것을 숭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바비 발렌타인 감독이 지바 롯데 사령탑을 맡았을 때, 스프링캠프에서 이 펑고 1,000개에 도전한 적이 있다. 힘겹게 1,000개의 펑고를 끝낸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1,000개의 펑고를 받았다는 달성감과 함께 이 만큼 힘든 연습을 했으니까 괜찮을 것이라는 안심감밖에 없다.”

안심하기 위해 힘든 연습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또는 그 결과물로 부상이나 수비 퇴보로 이어지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평론가 다마키 마사유키는 “수비력 향상이 아닌 게으른 지도자의 건강법”이라고 비판한다. 평소 몸을 움직이지 않는 지도자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선수를 괴롭히는 악취미로 비유한 것이다.

더러워진 유니폼과 힘겨워하는 선수들. 그것이 가학적인 악취미일지 몰라도, 팬은 역설적으로 희망을 품는다. ‘고진감래’라는 말을 믿기 때문이다. 즉, 유니폼의 더러워짐과 괴로운 모습은 연습량에 정비례하며, 또한 시즌 성적과 정비례한다고 여기는 믿음이 있다. 그러나 믿음과 사실은 항상 정비례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스프링캠프가 아닌 한 시즌이 끝난 뒤에나 알 수 있을 뿐이다.

트레이닝에는 ‘과학’도 ‘근성’도 없다 (마에다 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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