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됐나요?’ 내야수의 대기자세 (이종열)
야수의 수비도 여러 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수비연습은 대체로 공을 잡는 ‘포구’ 동작에 많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관찰하는 입장에서 눈에 가장 확연하게 드러난다는 것이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야수육성에서 상대적으로 소흘히 다루어졌던 영역, 즉 수비범위와 반응속도를 높이기 위한 야수의 준비자세와 시선처리 등에 대해 한차원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송구보다 우선 포구에서 실수를 줄이는데 집중하는 우리 야구는 전통적으로 내야수들에게 ‘자세를 최대한 낮추라’는 요구를 해왔다. 안정된 포구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주문이다.
그러나 너무 낮은 자세는 타구를 잡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기 어렵다. 타구는 전후좌우 어느 방향으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데, 지나치게 낮은 자세는 최대의 민첩함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미국으로 건너가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기본기 훈련 단계에서 우리와 다른 교육방식을 몇 가지 발견했는데 그 중 하나가 내야수의 대기 자세다. 그들은 우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자세’에 집중한다. 타구를 기다리는 대기 자세에서 내야수의 적정 무릎 각도를 40~45도 정도면 충분하다고 가르치고 있었는데 이는 우리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서있는 자세로 보인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타구를 향해 대시하는 데는 확실히 용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