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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윙을 바로 볼 수 있다면 (김동욱, 야바베이스볼)

선수시절 ‘거울’은 나에게 최고의 친구이자 코치였다. 길을 걷다 내 모습이 비춰지기만 해도 타격동작을 취할 정도로 야구에 빠져 살던 나에게는 항상 물음표가 있었다.

“타격을 하자마자 바로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학생선수 시절에는 내 타격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프로팀에서는 다음날이나 빠르면 훈련이 끝난 후에야 볼 수 있었다.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많이 아쉬웠다. 내손에 배트가 쥐어져 있을때 바로 보고 다시 타격을 시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선수에게 말이 아니라 눈으로 보여줄 때 (제리 와인스타인)

야구선수는 자신의 몸을 가지고 실험을 하는 과학자이자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이 설험의 결과를 가지고 몇날며칠을 고민하고 밤을 새듯이 선수들도 자신의 스윙을 붙들고 고민하거나 동료선수들과 이야기나누면서 밤을 새는 경우가 다반사다. 스윙을 마치고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기로 결심하고 영상장비를 도입한 이유는 바로 이런 경험 때문이다. 내가 하는 동작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코치들이 하는 말들이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나를 지도했던 코치들도 자신이 본 것에 기초해서 저마다 옳다고 믿는 이야기를 했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나 바둑도 대국을 두는 사람보다 옆에서 제3자로 지켜보는 쪽이 훨씬 수가 잘 보인다. 코치가 자신의 눈을 도와줄 영상장비를 활용하는 것도 그런 것과 마찬가지다.

영상장비는 코치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최고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선수들은 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처럼 맹목적으로 코치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어쩌면 의심이 많다고도 할 수 있다. 영상은 코치의 말에 힘을 실어주어 선수와 코치의 신뢰를 더욱 두껍게 만들어준다.

어느 정도 숙련도가 높은 선수라면 코치가 없이 영상장비만 있어도 어느 정도 자신의 기량을 유지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선수에게는 단지 연습을 도와줄 사람 정도가 필요할 뿐이다. 야구는 혼자서 연습을 하면 연습의 질이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운동이다. 그래서 연습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딱 그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공을 치면 바로 나오는 영상을 보며 선수는 자신의 느낌과 현실의 차이를 인식하게 된다. 다음 스윙에 어떻게 변화를 줄 지 고민한다. 이렇게 확인하고 스윙을 하고 다른 의도를 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세가 나오게 된다.

지난 겨울에는 이번 시즌 프로야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 몇 명이 우리 아카데미를 방문하였다. 그 선수들이 그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만의 세계가 분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선수들에게 내가 눈으로 본 동작의 개선포인트를 말해주기 보다는 3차원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타격에 있어 어느 정도 경지에 다다른 선수들과 스윙과 타격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내 경험으로 말로 선수를 납득시키려는 노력은 자칫하면 성과도 없이 선수와의 관계만 나빠지게만들 수도 있다. 말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와 느낌이 둘 사이에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기에 코치의 말이 아무리 진실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선수가 이해가 안되면 마음이 먼저 저항한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면 말이 아니라 실제 자신의 모습을 그냥 보여주자. 그것이 선수의 발전에도, 코치와 선수의 관계에도 모두 좋다.

글 : 김동욱 (야바베이스볼 / 대구고-삼성라이온즈-kt위즈)

우리야구 7호(2021년 5/6월호)에 소개된 칼럼입니다. 우리야구 구입은 우리야구 스토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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