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과소평가했던 발 이야기 (이진, 스포츠사이언스랩 코리아)

나무의 뿌리가 약하면 기둥이 튼튼하더라도 비바람에 의해 쉽게 쓰러집니다. 어쩌면 우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발은 체중을 지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며, 방향전환 등 하지 힘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반응하는 구조입니다. 더불어 균형을 잡고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고유수용성 감각이 가장 많이 분포된 곳이기도 합니다. 발은 전체 뼈의 약 20프로를 차지하고 60개의 관절과 몸 전체 중에 1%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는 중요한 관절입니다.

*고유수용성감각: 나는 책상에 앉아있고 책상 끝에 컵이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때 눈을 감은 상태에서 몸과 책상의 거리, 몸과 손의 위치를 인지하여 보지 않아도 손이 책상 끝에 있는 컵을 잡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양한 기능을 하는 발의 중요성을 간과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흔히 일반적으로 발 운동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운동은 카프레이즈(Calf raise)와 달리기 정도일 겁니다. 발을 운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발을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 몰랐을 수 있습니다. 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다양한 트레이닝이 가능합니다.

야구는 투구와 타격시에 하체의 힘을 만들어 상체로 전달하는 과정을 거치는 스포츠입니다. 이때 ‘다리’의 기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지면을 유일하게 접촉하는 발의 기능이 중요합니다. 와인드업 중 지면을 딛는 힘, 도루와 수비 중 첫발 스타트, 1루베이스를 전력으로 달려갈 때 추진하는 힘, 수비 이동 중 적절한 타이밍에 감속하는 힘 등 경기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동작에 발은 영향을 미칩니다.

야구선수가 발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발바닥의 좋은 감각은 움직임을 정교하게 만들어 줍니다. 예를 들어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설거지를 하는 것과 맨손으로 설거지를 할 때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고무장갑을 착용하면 식기를 놓칠 수 있으며 표면의 미끄러움으로 보다 많은 힘을 활용해 식기를 고정하게 됩니다. 손과 식기 사이에 위치한 고무장갑으로 인해 감각의 예민함이 감소되는 것이죠. 반대로 맨손으로 식기를 잡을 땐 감각이 보다 예민해 집니다. 미끄러움을 좀 더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게 됩니다.

유소년 선수들은 아직 성인 선수들에 비해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이 능숙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지면과 유일하게 접촉하는 발 운동이 유소년 선수들이 좀 더 좋은 움직임을 학습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발은 무엇보다 ‘신체 밸런스’를 안정시킵니다. 투수의 와인드업 자세나 주루와 같은 이동과정을 잘 보시면 오직 한 다리만 지면에 닿아 있습니다. 이때 발바닥과 발목의 안정성이 저하되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몸은 긴장하게 됩니다. 주루를 예로 든다면 긴장은 생각보다 넓은 보폭으로 달려나가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때 뇌는 감소된 움직임을 보상하기 위해 몸 전체 힘을 사용하게 됩니다. 만약 몇 번의 전력 질주로 몸이 빠르게 지친다고 느껴진다면 위와 같은 요인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발 기능이 향상되면 발의 추진하는 힘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방향전환을 보다 민첩하게 할 수 있습니다. 투수라면 와인드업 후에 축발을 앞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폭발적인 힘을 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발이 원인일 수도 있다

발목의 저하된 기능은 ‘수비 자세’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야수는 낮은 자세로 공에 반응할 수 있어야 빠른 포구에 유리합니다. 하지만 발목 가동성이 감소되면 하체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허리를 굽혀 자세를 낮추게 됩니다. 이렇듯 발목의 기능이 떨어지면 낮은 자세를 만들고 싶어도 못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선수의 의지와 기술적인 문제와 관계없이 발목 가동성의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기술을 잘 만들기 위해 몸을 먼저 준비시키는 작업을 생략한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하체를 낮추는 자세)


(허리를 낮추는 자세)

만약 발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가 고관절은 물론 어깨와 팔꿈치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발 운동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흔히 평발은 고관절의 내회전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찝힘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www.aliciasmassotherapy.com/chronicpaintreatment.html)

야구선수에게 고관절 내회전은 투수와 야수 모두에게 필수적인 기능입니다. 고관절 내회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투수들에게 허리 통증을 유발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고관절이 좋지 않은데 왜 허리 통증을 유발하지?’ 이런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계는 어느 한 부품이 고장 나면 작동을 멈추지만 인간은 구조에 불편함이 생겼더라도 보상을 통해 움직임을 만들어 냅니다. 발목을 접질러도 우리는 절룩거리면서 걸을 수 있습니다. 보상을 통해 움직이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표.1 출처: 얀다의 근육 불균형의 평가와 치료) 글씨 크기 통일 부탁요

하지만 지속적인 보상 움직임은 결국 불편함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어린 선수들은 아직 신체발달이 다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대략 12세에 급성장기가 시작되고 이때 남성호르몬이 10배가량 증가합니다. 더불어 14세에 최고성장기에 도달하며 최고 근력 성장기는 같은 나이나 약 2년후에 시작됩니다. 즉 이 시기의 선수들은 신체가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성인선수에 비해 잘못된 움직임을 학습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 부상 위험은 더욱 증가하게 됩니다.

리틀리그숄더(Little League Shoulder)나 팔꿈치 손상 등 유소년 선수들에게 주로 일어나는 부상은 구조의 미성숙과 잘못된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구조의 미성숙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잘못된 움직임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한 시간은 지금부터 가능합니다. 발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가 상위 관절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잘못된 움직임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발을 먼저 바라본다면 유소년선수들의 부상이 조금은 줄어 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이진
Sport Science Lab Korea 센터장
‘Science with Passion’ 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선수들의 재활과 경기력 향상을 돕고 있다.

우리야구 11호에 소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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