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라의 데이터 야구와 노트에 담긴 진정한 의미 (요시이 마사토)
80년대 야쿠르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노무라 감독은 데이터 야구의 상징과도 같은 분입니다. ‘ID야구’라 불린 그의 야구는 데이터에 근거한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습니다. 지바 롯데 마린스의 요시이 마사토 감독은 노무라 감독이 단순히 데이터 자체를 강조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보고 생각하는 힘을 강조했다고 말합니다. 요시이 마사토 감독의 책 『가르치지 않아야 크게 자란다』에 소개된 이야기입니다.
공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패닉에 빠졌던 그때, 내가 내린 답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코치를 비롯해 주변에서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었지만 던지는 ‘요령’은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었다. 머리를 쥐어짜서 생각하고, 떠오른 것들을 연습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긴테쓰 버팔로스의 홈구장인 후지이데라 구장에서 1군이 경기를 하고 있을 때 나는 1루쪽 관중석 아래에 있는 공간에서 섀도우피칭 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연습을 하며 이런저런 궁리를 하던 어느 순간, ‘아! 이거 같은데?’ 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 감각으로 바로 불펜피칭을 하니 공이 원하는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좋은데?” 하면서 주변의 반응이 바뀌었고 그 이후로 2군 경기에서 씩씩하게 공을 던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2군에서는 맞을 것 같지가 않아.’ 이런 자신감이 넘쳤던 기억이 난다.
선수가 어떤 요령이나 감각을 터득하는 순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그렇지 않다.
‘이건 아니구나.’
‘이것도 아니야.’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시도해 보고, 연습의 결과를 피드백 삼아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 있어야 그런 순간은 찾아온다. 깊은 고민과 실천을 거듭하는 과정 너머에 그런 ‘아하!’ 하는 깨달음의 순간이 숨어있다.
나는 취미로 골프를 치는데 별로 연습하지 않았는데도 좋은 스윙을 하는 날이 있다. 그때는 ‘이제 스윙이 좀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다 운 좋게 좋은 스윙이 나왔을 뿐이다. 생각하고 실천하면서 차곡차곡 쌓아가지 않으면 스윙이 제대로 몸에 장착되지 않는다. 며칠 후에 다시 골프클럽을 잡으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있을 때 노무라 가쓰야 감독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무엇 때문에 미팅을 하는지 알아? 미팅을 하면서 이런 지식을 미리 공부하게 되면 마운드에 올라섰을 때 육감이 번뜩여. 이런 준비를 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거기서 육감이 나오는 거야. 마운드에서는 그것을 믿어도 돼.”
일본야구의 레전드인 노무라 감독님은 ‘ID야구’의 대명사로 불리는 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노무라 감독님은 데이터를 중시한다고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힘’을 강조한 분이다. 노무라 감독님은 미팅을 할 때 반드시 메모를 하도록 했다. 당시에는 ‘왜 꼭 메모를 해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메모야말로 생각하는 습관을 키우는 데 중요한 일이었다. 그때 노무라 감독님에게 배운 선수 중에는 나중에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감독이 되는 후루타 아츠야와 2018년 시즌에 같은 팀의 수석코치가 된 미야모토 신야가 있다. 당시에 노무라 감독님과 함께 뛰었던 선수들 중에는 은퇴를 하고 지도자로서 인정을 받은 경우가 많다. 우연이 아니라 노무라 감독님의 가르침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만 따라해서는 설령 그것이 통했다고 하더라도 한 순간의 우연에 불과하다. 시키는 것만 해서는 내 것을 만들 수 없다. 스스로 생각하면서 땀을 흘려야 비로소 자기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코치의 모든 말은 선수가 스스로 판단하기 위한 재료에 불과하다. 이것이 나의 코칭 이론의 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