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와 선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들
이영미 기자님과 덕 래타 코치의 깊은 대화를 통해 코치와 선수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들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이영미 칼럼)
“예전에 마이너리그에서 제일 덩치가 작은 포수가 있었어요. 마이너리그에서 7년을 보내고 있다가 절 찾아와선 일부 타격폼을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마이너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습니다. 동료들도 그를 보았고, 그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죠. 모두가 그의 대단한 성적에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중략) 바로 타격 코치들입니다. 그리고 6개월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대충 짐작이 되시죠?
코치들이 잘 맞던 타격폼을 수정했군요.
그렇습니다. 그 선수는 이후 체격이 작은 마이너리그 포수로 돌아갔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죠. 지금 제 설명으로 인해 모든 야구 코치들이 나쁜 것처럼 들릴 수도 있을 텐데 그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코치는 항상 선수들과 대화하고,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교류해야 합니다. 조언과 타격폼을 수정하는 건 나중의 일이에요. 먼저 그 선수의 상태가 어떤지, 그 선수가 자신의 타격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확인 작업을 통해 선수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선수가 자기 몸에 맞는 스윙을 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부분이겠죠.
코치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게 아니잖아요. 그것을 인정하고 배울 수 있는 건 배워야 하며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관계를 선수들하고 만들어야 합니다. 선수들은 코치에게 ‘난 이렇게 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걸 두려워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방향과 코치의 방향이 어긋나면 그 선수에 대한 나쁜 평가들이 윗사람들에게 보고될 테니까요.
코치들도 사람입니다. 코치들도 자기가 실패했다는 걸 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 만약 선수가 코치한테 찍힐 경우 그 선수에 대한 평가는 ‘가르치기 어려운 선수다’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식으로 평가돼 보고될 테니까요. 그러다보니 선수와 코치의 관계는 굉장히 딱딱해지고 어려운 관계가 되는 것이죠. 만약 코치들이 선수들로부터 자신의 가르침이 잘못됐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거의 대부분은 그 선수가 틀리고 자신이 맞다는 걸 입증하려 애쓸 겁니다.
세계에서 뛰어난 선수들만 모인다는 메이저리그에도 이렇게 코치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있는데 그 밑 레벨인 마이너리그, 그리고 KBO, NPB, Mexico League, 더 밑으로 내려가면 대학교, 고등학교에는 코치 자격이 미달인 사람들이 메이저리그보다 더 많을 겁니다. 절 포함해서 모든 코치들의 갈 길은 아주 멀기만 합니다.”
(중략)
“제가 수많은 메이저리거들한테 들었던 말 중에 하나가 이것입니다. ‘어느 무엇도 메이저리그 적응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게 사실입니다. 다들 마이너리그에서 더 경험을 쌓으면 메이저리그에서 잘할 거라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선수들이 느끼기엔 메이저리그는 또 다른 세상인거죠.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누구에게 가야할까요. 당연히 코치들이죠.
최고의 유망주들은 마이너리그를 거치면서 자신이 팀 유망주로 꼽힌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3,4년 동안의 마이너리그를 거치며 동료들도 모두 그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부담을 이겨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코치들이 이 유망주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매우 중요합니다. 유망주들이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수비, 공격에 문제가 있는지, 투수의 경우 컨트롤이나 투구폼에 어려움을 겪는지 대화를 통해 알아가고 적절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코치가 필요합니다.”
(기사 읽기)
<이영미 人터뷰> 덕 래타 코치의 타격론, 도대체 어떻길래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