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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팀이 경기 후에 나눈 이야기들

엊그제 끝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을 보고 이와무라 아키노리씨(전 메이저리거, 현재는 독립야구단 감독 겸 선수)께서 일본야구 칼럼리스트 서영원씨에게 짧은 소감을 전해오셨습니다. 경기 후 일본대표팀 안에서 이루어진 브레인스토밍 과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락에 이와무라씨가 일본 대표팀에 바라는 점도 시선을 끕니다. 우리 대표팀 안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일본 대표팀이 경기 후에 나눈 이야기들

일본, 한국, 대만의 젊은 선수들이 국제대회 경험을 가졌다. 사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자주 만나는 사이들이지만 타이틀이 걸린 중압감을 받는 상황은 스프링 때와는 분명 다르다.

대만의 경우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중인 선수들까지 부르며 대회에 나섰다. 이기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지만 어린 국내파 선수들에게 해외파와 1주일 넘는 합숙은 분명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 선동열 감독은 와일드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성적보다 어린 선수들의 경험을 우선시 했다. ‘우리가 상대국과 어디까지 해낼 수 있을까?’ 이런 내부 분위기로 시작했다면 결과는 논할 이유가 없다.

일본은 목적이 다르다. 어린 선수들의 경쟁은 사실 일본프로야구가 더욱 치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경기에서 받는 중압감을 고교시절 토너먼트 이후로는 받아본 적이 없기때문에 아무리 좋은 선수를 갖추고 있어도 마운드에서 피칭은 단 한명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마케팅이다. 미래세대라는 이름으로 팬들에게 신생사무라이를 어필할 필요가 있었다

일본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이나바 감독은 선수를 가르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경험이라는 말은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이나바 감독은 일전에 상대선수와 대결에서 오는 경험치보다 집단지성이라 할 수 있는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대회 일본의 경기 후 미팅은 이나바 감독의 사인미스, 투수교체실수 등 잘못을 언급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선수들 역시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지만 “거기서는 강공이 옳았습니다. 더 큰 무대였다면 우리는 졌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선수들끼리도 “너는 땅볼 유도가 뛰어난데 상대가 배트 끝을 맞춰 내야를 가르는 타구를 만들어 내더라. 수비와 조금 더 대화를 했었어야 했다.” 이런 식의 대화, 즉 과장을 조금 보태 메이저리그처럼 대화를 했다고 해서 상당히 놀라웠다.

또한 이나바 감독은 상대팀에 대한 전력분석은 담당스테프를 신뢰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의 눈앞에 있는 상대보다 ‘이 장면이 더 큰 무대였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선수단에게 생각하는 야구를 적응시키고 있었다.

가네코 코치가 소감을 전해왔다. “대표팀 코칭스테프는 선수를 키우거나 가르칠 필요가 없어 컨디션을 확인하고 선수의 바이브레이션에 맞게 기용하는 안목이 중요합니다. 저는 그 부분에 맞춰 코치로서 발전하겠습니다.”

어려운 일일 수 있지만 이전 세대와는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로 사무라이재팬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본야구계가 사활을 거는 2020 올림픽에서 이 젊은 스테프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은 금메달만이 아닐 것이다. 과거에는 에이스가 이겨내서, 타자가 이겨내서 다른 나라의 팀들을 이길 수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주체적인 생각과 시선으로 국제대회를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변화가 ‘일본은 이래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안타깝지만 이제는 일본의 국제대회 선전에 감동할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의 바람은 이나바 감독과 그 스테프들이 ‘야구는 이래서 재밌습니다, 야구는 이래서 시킬만 합니다.’ 이런 어필을 제대로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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