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민 선수를 추모하며
저는 운동선수라고 해서 특별히 일반인보다 멘탈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운동선수의 정신력은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운동을 한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노출된 폭력과 일방적인 코칭문화 속에서 오히려 더 심각한 정신적인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예전에는 없던 SNS도 선수의 멘탈을 조용히 무너뜨리는 강력한 요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신경 안쓰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조롱과 비아냥들을 눈으로 보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받게 됩니다. 우리의 뇌는 어떤 정보든 입력이 되면 처리를 해야 하니까요.
우리 스포츠계도 이제는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멘탈훈련 이전에 먼저 선수의 상처받은 마음을 돌보는 멘탈케어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작년에 NBA에서는 선수의 정신건강을 돌볼 목적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습니다. 팀은 경기력 향상을 위한 멘탈코치와는 별도로 정신건강 전문가를 고용해야 합니다. 정신건강과 관련한 응급상황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한 ‘문서화된 액션플랜’도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도 시작했으면 합니다. 우리는 도움을 주어야 할 많은 것들을 선수에게 ‘이겨내라’고 하고 있습니다. 고유민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