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지도자 자격증 제도, 일본 야구계를 바꿀까? (손윤)
야구와 축구의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지도자 자격증 유무다. 축구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인된 기관(한국에서는 대한축구협회와 아시아 축구연맹)이 발급하는 지도자 자격증을 따야만 한다. 반면, 야구 지도자는 축구와 달리 자격증 제도가 없어 원칙적으로 누구나 할 수 있다.
이것은 조직체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을 정점으로 해 각 지역과 국가 연맹, 그리고 클럽팀 등이 톱다운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런 만큼 지도자 자격증 제도도 체계적으로 관리·시행하고 있다. 이와 달리 야구는 FIFA와 같은 세계적 단체도 없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지도자 자격증 제도도 시행 할 수 없다.
코칭 철학과 다양한 지도방식의 부재
기본적으로 야구 지도자 육성은 어느 나라나 프로든 아마든 도제식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선수로 은퇴한 뒤 어느 팀의 코치로 들어가 기존의 감독과 코치가 하는 것을 보고 듣고 배우며 지도자로 첫걸음을 뗀다. 그런 만큼 갓 코치가 된 이의 지도방식은 별것 없다. 자기가 선수 시절 받았던 지도방식에 선배 지도자의 방식으로 선수를 가르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지도방식의 답습, 혹은 지도방식의 단순함은 정신론이나 근성론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아베 신노스케 요미우리 2군 감독의 ‘벌주’(罰走) 논란이다. 지난해 3월 와세다대학과의 연습 경기에서 패한 후 선수들에게 외야 양쪽 폴 사이를 뛰게끔 해 야구계 안팎에서 찬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어느 야구인은 “벌주를 포함한 지도자의 체벌이나 폭언 등이 나온 데는 본인이 선수 때 그런 지도를 받았으니까 그것을 지도 방식으로 실천한 것이다. 그럴 때 체벌이나 폭언 외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결국, 다 양한 지도방식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프로조차도 근성론과 정신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므로 아마 야구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도 능력보다는 현역 시절 실적이나 인기, 인맥 등으로 손쉽게(?) 지도자가 되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야구에서 근성론과 정신론과의 단절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트레버 힐만 감독 시절 닛폰햄 수석코치를 역임하는 등 여러 팀에서 지도자로 활약한 시라이 가즈유키는 과거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일본에서는 선수가 현역 생활을 끝내고 지도자가 되려고 하면 간단히 될 수 있다. 어떤 공부도 없이 자격도 필요 없다. 어제까지 배우던 선수가 어느 날 은퇴한 뒤 가르치는 이가 될 수 있다. 그들이 가르치는 것은 무엇일까? (본인의) 지론일까? 경험일까? 그런 의문이 있다.”
이런 의문은 야구인뿐만이 아니다. 자식이 야구 선수로 뛰는 학부모 사이에서 “지도자가 옳게 가르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축구처럼 지도자 자격증이 있으면 신뢰할 수 있을 텐데…….”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여기에 데이터와 각종 장비를 활용한 과학적 지도가 아닌 여전히 근성론과 정신론을 강조하는 야구계 현실은 학부모의 불신을 부채질한다. 이것은 저출산과 맞물려 야구 소년의 감소로 이어진다.
지도자 자격증 제도 필요성과 그 첫걸음
이 암울한 미래를 장밋빛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야구도 지도자 자격증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작고한 노무라 가쓰야 감독을 비롯해 구도 기미야스 소프트뱅크 감독 등은 야구 인구 감소 방지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지도자 문화를 위해서도 지도자 자격증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도 감독은 “야구계가 학생 야구 수준 향상과 인재 육성에 힘을 쏟으려고 한다면 지도자로 걸맞은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누구든 (지도자가) 될 수 있는 현실이 정말로 옳은 것이냐?”라고 속내를 털어 놨다.
또한, 일본프로야구 선수회도 2009년 야구계 발전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지도자 자격증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한 적이 있다. 다만 모리 다다히토 사무국장은 “현재로는 프로야구가 아닌 유소년 야구를 포함한 아마야구계가 점진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라며 “프로도 코치 연수 프로 그램을 만드는 등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이런 야구계 안팎의 요구에 전일본야구협회는 지난해 11월, 11살과 12살을 가르치는 ‘U-12’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공인 야구 지도자’ 자격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야구를 처음 접하는 초등학생 선수들이 올바른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다.
다만 축구 등 다른 종목과 달리 지도자 자격 취득이 의무화되지 않은 점도 있어 실효성에 있어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래도 이미 자체적으로 지도자 자격증 제도를 시행하는 지역 단체(소년야구 단체를 중심으로)도 있는 등 일본야구도 구시대적인 정신론과 근성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지만 의미있는 첫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글 :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야반도주>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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