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코칭이 선수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순간들 (김병준)

지도자의 코칭이 되려 선수에게 해가 될 때가 있다.

첫 번째는 지도자의 말에 (의도치 않을지라도) 감정이 묻어날 때다.

“왜 내 말대로 안 쳐? 내 말 안 들으니까 그렇게 되는거야 임마!”
“하체를 쓰라니까 하체! 이렇게 꼬임을 만들란 말이야! 그것만 집중해! 알았어?”

학생야구 시합을 보고 있으면 아직도 벤치에서 지도자들이 소리 지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타석이나 마운드에서 선 선수들을 지적하고 조종하려고 할 때, 자동화된 선수의 기술은 의식적인 통제를 받으며 하나씩 분리되고 마비된다.

“시합에서 계속 지적을 받으니까 폼이 의식돼서 도저히 공을 못 던지겠어요.”

평소 자신이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에 계속 신경을 쓰다 보면 오히려 그 행위를 잘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현상을 ‘명시적 감시(explicit monitoring)’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애리조나주립대학교 롭 그레이(Rob Gray)교수가 했던 실험을 살펴보자.

그는 대학 야구선수들의 몸에 동작을 인식하는 장치를 붙이고 타격 모습을 관찰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선수가 타격하는 동안 특정 소리를 들려주고, 그 즉시 저음인지 고음인지를 말하게 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선수가 소리를 들을 때 자신의 방망이가 어느 방향(위 혹은 아래)으로 움직이는지 파악하게 했다.

외부의 소리를 인식하는 첫 번째 실험에서 선수들은 타격 실력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기술적인 면(방망이 높낮이)에 초점을 기울이는 두 번째 실험에서는 선수들의 타격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즉, 타격과 아무 관련이 없는 외부 요인은 선수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지만, 오랜 기간 자동화된 자신의 기술에 주의를 쏟게 하자 타격에 큰 방해를 받는 것이다.(Gray, R. 2004)

실전에서의 자세 지적은 폼이 아직 자동화되지 않은 초보자들에겐 도움이 될지 모르나, 무의식적으로 기량을 발휘해야 하는 선수들에겐 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선수가 암묵적으로 만들어 놓은 여러 전략과 자세를 뜯어고칠 때이다. 아무런 의사소통 없이 수직적으로 선수를 바꾸려고 할 때, 선수는 본연의 정체성을 잃는다.

“그런 거 어디서 배웠어? 시선을 여기에 두면서 이런 식으로 하란 말이야! 하나, 둘, 셋! 순서를 생각하면서 해. 하루에 백 번씩 하고 자. 알겠어!?”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만의 경험과 자원을 통해 여러 동작을 체화한다. 이는 오랜 시간의 체험이 들어간 기술이기에 한 문장으로 딱 잘라 표현하기 어렵다. “너 왜 그렇게 하는 거야? 설명해봐!” 같은 질문에 즉각 대답하는 선수는 드물다. 이런 암묵적인 지식을 끄집어내어 억지로 바꾸면 선수의 전체적인 수행이 무너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선수의 마음은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게 된다.

“선수는 코치의 말에 초점을 맞출 때 눈이 멀게 됩니다” (빌 해리슨)

세 번째, 선수에게 지름길만을 강요할 때이다. 우리는 제자들이 편하고 빠른 길을 가면서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도록 바란다. 하지만 사막을 건너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모래폭풍을 뚫고 나갈 수 있을까.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지 않은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가 어렵다. 실패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답을 찾는 여정은 시간이 걸리고 괴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 선수에게 성공에 대한 직감을 키워줄 때가 많다.

무위이화(無爲而化)

백성을 다스리는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을 교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노자의 말이다. 야구에 대한 유익한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때론 선수가 스스로 그것들을 깨닫고 체화할 수 있도록 공백을 두는 건 어떨까. 모든 선수의 마음에는 발전하려는 의도가 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발휘되도록 환경을 조성해준다면, 애쓰지 않고도 코칭의 목적을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병준 EFT스포츠심리상담센터

“코칭의 핵심은 통제를 포기하는 것이다” (폴 아시안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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