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글로 보자 (윤창식)
20년 전 중학생일 때 우연히 서점에서 ‘야구란 무엇인가’ 라는 책을 보았다. 2권이 한 세트였는데 권당 7000원 정도로 구매를 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1부는 각 포지션에 대한 설명의 글이었고, 2부는 야구와 관련된 글이었다. 처음으로 야구에 관한 모든 것들을 사진이 아닌 글로 설명된 책으로 본 것이다.
중 2 였던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걸 어떻게 글로 설명했지? 글로 다시 보니 신기하다.’
어떻게 보면 다 아는 내용일 수도 있었다. 투수가 해야 하는 것들, 내야수의 포구자세, 타격에서의 동작 등 한 번쯤은 감독, 코치님에게 들었던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책으로 그 동작들을 읽게 되니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라가 펼쳐졌다.
‘나는 투수로 올라갔을 때 공을 어떻게 잡았었지?’
‘내야수를 볼 때 공이 오면 나는 어떤 자세를 취했었지?’
이렇게 나의 모습을 그려가며 한페이지씩 읽어갔던 기억이 난다. 매번 해오던 동작을 글로 설명하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모든 운동선수들이 그렇듯 나 역시 동작을 글로 표현하는 일을 어려워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 가치있는 일인데 이 일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어렸을 때부터 하면 어떨까? 나는 우리 학생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이것은 중2 선수가 자신이 직접 써온 훈련스케쥴이다. 이 선수는 야구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읽기와 쓰기를 같이 하고 있다. 아직은 동작을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있지만 훈련의 방향과 목적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훈련을 역사로 만들어 가고 있다. 매번 같은 훈련을 해온 선수는 정작 자기가 어떤 훈련을 해왔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들다. 비록 몸으로 하는 운동선수지만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지적능력이 향상되며 스스로 생각하는 선수로 거듭나게 된다.
베스트셀러였던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생각보다 흥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각자의 상상력을 동원해 다양한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다. 그만큼 책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 상상력은 이미지가 되며, 이미지가 우리의 동작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가 중학생이던 20년 전과는 달리 지금은 야구와 관련된 책들이 무척 다양해졌다.(물론 아직 부족하지만) 한편으로는 스마트폰 세상에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이 사람들을 유혹하는 영상에 바로 노출되어 있다. 영상을 보고 따라해 본다든지, 흉내를 내는 것은 너무나 훌륭한 연습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그보다 더 좋은건 야구를 글로 읽으면서 동작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우리는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상상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생각을 시작으로 야구장에서 동작을 펼쳐보는 것이 창의적인 플레이, 틀에 박혀있지 않은 동작, 부드러운 시퀀스로 이어진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책은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들처럼 외우면서 공부를 할 필요는 없지만 책을 통해 뇌를 자극해 주면 좋겠다.
한번쯤은 야구를 책으로 읽어 보자. 읽으면서 조금씩 써봐도 좋겠다. 글은 곧 기록이 되고 자신의 역사가 된다.
윤창식 그린라이트야구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