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골키퍼들은 늘 미리 뛸까?

페널티킥을 볼 때마다 가졌던 의문이 있다. 키커가 양쪽 구석으로 정확히 차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왜 골키퍼들은 다들 미리 움직일까? 가운데로 차는 키커들도 많잖어?

이스라엘 학자인 마이클 바엘리가 쓴 ‘다르게 뛰기’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대충 훑어보다가 이와 관련한 재밌는 연구를 발견했다.

그 연구는 페널티킥을 분석하면서 골키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는데, 가만히 있다가 골을 먹으면 움직이다가 골을 먹을 때보다 더 기분이 나쁘다고 골키퍼들이 답했다고 한다. 아. 그러겠다. 싶었다. 기분. 중요하지. 그런 심리적인 측면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질 못했다.

외부의 시선도 작용한다. 움직이지 않고 서있다가 골을 먹은 골키퍼는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처럼 보인다. 양쪽 골대를 향해 빛의 속도로 몸을 날리는 선수는 설령 골을 먹더라도 골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선수로 인식된다.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야구에서도 가만히 공을 지켜보다 죽은 타자는 헛스윙을 하고 아웃된 타자보다 더 찰진 잔소리를 듣는다. 언젠가 아이들 경기에서 들었던 코치의 잔소리가 압권이었다.

“영화 보냐? ‘잘봤습니다.’ 인사도 하고 오지?”

가만히 선수의 연습을 지켜보며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코치나 트레이너는 ‘놀고 먹는다.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는다.’ 이런 오해를 받기 쉽다. 열정적으로 가르친다는 평가는 계속 알려주고 지적하는 코치들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그렇게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주위의 평가에 (자기도 모르게) 잠식되어 무언가를 ‘기어이’ 하다가 손해를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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