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스킬보다 전반적인 멘탈관리가 중요하다

선수들의 정신건강 이슈를 다룬 베이스볼 아메리카 기사입니다. 옮겨주신 김병준 코치님 감사합니다.

브랜든 우드(LA 에인졀스 입단)는 25살에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LA 에인절스의 유망주였고, 2010년 주전 3루수의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도움을 청하는 것이 두려워, 항상 핑계를 대며 버티다 결국 커리어를 마감하고 말았다.​

“저는 너무 어지러워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정말 두려웠지요. 여기서 정말 성공해야 하는데,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몰랐습니다.”

우드의 마음은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했지만, 묵묵히 참고 견뎠다. 멘탈적인 어려움으로 도움을 청하는 것이 혹여나 자신의 커리어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드의 타율은 0.146을 기록했고, 1년 후 방출명단에 올랐다. 서른도 되기 전에 은퇴를 하게 된 것이다.

​우드와 같은 사례는 프로 야구에 너무나도 많다. 아직도 구단 분위기 상 멘탈적인 부분에 제대로 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NBA 팀 클리블랜드의 케빈 러브(Kevin Wesley Love)는 자신의 불안과 우울한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걱정과 달리) 사람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받았다.

올해 초, ESPN의 제프 파산(Jeff Passan)은 메이저 리그의 외야수 드류 로빈슨(Drew Robinson,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야기를 공유했다. 그는 심리적인 문제로 자살 시도까지 했지만, 무사히 살아남아 현재는 사람들의 정신 건강 회복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선수이다.

선수들이 운동을 하면서 겪는 심적인 문제들은 필드를 벗어난다 해도 끝나는 것이 아니다. 템파베이의 유망주였던 루크 베일리(Luke Bailey)는 입스(yips) 증상을 앓으며 필드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매일 밤 경기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운동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프로가 되기 전까지, 선수들은 오랫동안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불안을 억누르며 참고 버틴다. 크리스 베이더(Chris Bader) 박사는 운동 선수들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억누르는 이런 부분들을 지적하며 아주 구시대적인 관습이라고 지적한다.

초기 메이저 리그 선수들의 멘탈적인 부분은 시합에 많이 집중되었다. 멘탈 케어는 실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지, 선수들의 일상적인 부분까지 케어하는 ‘정신 건강’에 대해서는 외면되어왔다. 그 당시 멘탈적인 부분은 매우 생소한 분야였다. 선수와 코치들에겐 멘탈적인 도움이 낯설고 회의적이었고, 오로지 경기력 향상을 위한 것에 국한되어 왔다.

​2018년 “The Baseball Observer“의 한 기사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어스의 찰리 마허(Charlie Maher) 박사는 멘탈 기술과 정신 건강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멘탈 기술’은 경기에서 어떻게 더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상대방과 경쟁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는 반면, ‘정신 건강’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정서 문제, 일상, 가족 등 전반적인 생활을 포괄한다.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여러 멘탈적인 기술들이 운동선수들에게 좀 더 친숙하겠지만, 마허(Maher) 박사나 다른 ‘정신 건강’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사회, 조직 등 ‘전반적인 멘탈’을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앵거스 머그포드(Angus Mugford) 박사는 운동선수의 정신 건강을 챙기는 것은 몸을 치료하는 것(의사나 트레이너가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처럼)만큼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의사나 트레이너, 스트렝스 코치 등이 선수의 전반적인 재활/컨디셔닝을 관리하듯, 멘탈 퍼포먼스 코치들과 멘탈(정신) 건강 코치들 또한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선수의 마음을 관리한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메이저리그는 회전수나 타구 속도 등의 개념을 도입하며 데이터 분석 시대가 열렸다. 이와 함께 선수들의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멘탈적인 부분에서 지난날의 낙인(멘탈은 ‘약함’을 상징하는 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며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야구는 숫자로 표현되는 부분들이 많지만, 정신적인 부분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선수의 전반적인 멘탈을 케어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려면 선수와 리그 자체의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올스타에 선정될 만큼 실력이 뛰어났던 밥 턱스베리(Bob Tewksbury) 선수는 90년 초반대 멘탈에 중요한 초점을 둔 선수로 유명했다. 은퇴 후 그는 심리학 석사를 취득한 뒤 MLB에서 선수들의 멘탈 문제를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

​“멘탈 스킬은 삶의 기술입니다. 집중력이죠. 당면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이는 어떤 직종의 사람이건 항상 마주치는 문제입니다.”

그에게 상담받는 선수들 중에는 존 레스터(Jon Lester)와 앤드류 밀러(Andrew Miller)와 같은 유명한 선수도 있다. 지난 10년 동안 유명선수들에게서 멘탈 코칭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기에, 많은 팀들이 멘탈 코치들을 영입하고 있다. ​또한, 선수들의 전반적인 정신 건강을 위해서 전문가들을 고용해 경기력 멘탈 코치들과 협업하고 있다.

​MLB는 선수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2011년에 멘탈 코치들과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12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68명으로 훨씬 더 많아졌다. 선수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지면서 많은 팀이 매주 선수와 코치의 정신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선수들 또한 심리적인 문제를 겪을 때마다 MLB에서 구축해놓은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선수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야구도 삶의 다른 부분들과 같다. MLB 구단들은 모든 선수들이 야구와 삶의 균형을 맞춰가면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허(Maher) 박사는 선수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구단 코치와 직원들이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역량을 가진 전문가들을 고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멘탈 기술 코치들은 경기 현장에서, 정신 건강 코치들은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잘 관리하고 협업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또한, 그런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이것을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유지할 수 있어야 하죠.”

마허(Maher) 박사가 생각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지만, 거기에는 많은 노력이 따른다. 우선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선수와의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마음에 있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겠끔 선수와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은 필드에 있는 코치들도 마찬가지다. 선수를 가르치는 데 있어 적절한 단어와 코칭을 통해 선수의 멘탈적인 부분들을 잘 케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선수와의 신뢰에 달렸습니다. 신뢰를 쌓아가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자칫하면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죠. 그것은 단순 말이 아닌 행동에서 나옵니다.”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수와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데, 이는 참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구단 선수들은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여러 언어를 할 수 있는 게 좋다. 인원을 늘리는 것보다 언어 능력 같은 역량을 훈련 시키는 것이 더 필요하다.

​마허(Maher) 박사는 스포츠에서 정신 건강 전문가들을 키워내기 위해 지속적인 인턴쉽 프로그램 개발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MLB 구단들 또한 멘탈적인 측면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야 합니다. 단지 야구에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팀원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선수들을 대하고 도울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원문기사 읽기)

Is Aiding Mental Health The Next Frontier Of MLB Player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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